[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의 정기 주주총회 일정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주요 대기업이 투명경영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의 권한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법인 2070사 가운데 1269사가 정기주총을 완료한 가운데, 주요 대기업은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다양한 경영 투명성 강화 방침을 내놨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곳은 삼성 계열사들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외이사로만 구성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해 주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을 심의하기로 했다. 정기주총 전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섭외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승재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 이사회 의장은 실질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대주주와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현대모비스도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외이사 5인 전원으로 구성하는 투명경영위는 중요한 경영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내·외 주주의 의견을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SK그룹 일부 계열사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하고, 정관을 개정하는 등 투명경영을 위한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10억원 이상 후원금 집행 시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했고, SK텔레콤과 SK케미칼, SK가스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SK케미칼의 경우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정하도록 한 규정을 이사회에서 정하는 것으로 정관을 고쳤다.
이처럼 사외이사와 이사회의 권한을 확대한 배경은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외풍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 주요 기관투자자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도록 하는 '스튜어트십 코드' 추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자체가 투명경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이사회 내에 다양한 경영감시 장치를 마련해 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포스코의 경우 2006년부터 아예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정관을 개정했지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실 소유한 광고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는 등 외풍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한 모습이다.
한편 이번 주에는 대우조선해양(30일)과 금호타이어(31일), 두산(31일) 등 785개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