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국민·우리 등 주요 은행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일제개정
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시행
"피해자 배상 원활 해질 것" 기대
"입증책임 전환 법으로 명시 필요"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일제개정
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시행
"피해자 배상 원활 해질 것" 기대
"입증책임 전환 법으로 명시 필요"
앞으로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거래를 하면서 해킹 등의 피해를 당하면 피해 금액에 대해 은행이 1차 책임을 지게 된다. 특히 그동안 피해 사실을 이용자가 '입증'해야만 했던 책임을 은행으로 전환해, 은행 측이 이용자의 명백한 과실을 증명해 내지 못하는 한 피해액을 보상해야 한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도 약관에서 사라졌다.
28일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최근 자사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을 일제히 개정하고 4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행 전자금융거래 약관이 지나치게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며 표준약관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먼저 개정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난 3월 6일 개정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하고 오는 4월 10일부터 본격 적용한다.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지난 15일과 17일 23일에 개정 내용을 공지했고 오는 4월 17일, 21일, 27일부터 차례로 적용한다. KB국민은행은 27일에 개정을 공지했고 5월 2일부터 개정 약관을 적용할 게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을 반영해 이용자 보호 수준을 대폭 강화한 개정 약관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은행의 모든 금융서비스 이용자가 개정 약관을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개정 약관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이용자에서 은행으로 '전환' 됐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해킹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이용자가 손해를 입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피해자가 '자신은 과실이 없고 은행이 해킹 방어 등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입증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전문 지식이나 소송 여력이 부족한 개인들은 소송에 패소하고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이번 약관 개정으로 입증책임이 은행권으로 전환되면서 책임 주체가 은행으로 바뀌었다. 즉 해킹 사고 등이 일어나 금융 피해가 발생하면 은행은 이용자가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거나 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내지 못하는 한 이용자의 피해액을 모두 보상해줘야 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입증책임 전환은 전자금융거래 약관에서 매우 큰 변화"라면서 "금융사고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면제받고 은행이 과실 여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배상이 보다 원활해 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도 약관에서 완전히 폐지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지만 이번에 약관 개정에서 실제로 관련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됐다고 아예 사용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이용자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공인인증서로 금융서비스를 위한 본인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의무사용 폐지로 은행들은 앞으로 생체인증이나 독자적으로 개발한 보안 플랫폼을 활용해 본인인증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약관 개정에서는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지연출금'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행태를 보면 사기범이 피해자를 속여 대포통장 등으로 계좌이체를 하게 하고 인출책이 자동화기기(ATM)에서 즉시 돈을 빼내 피해자가 돈을 되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약관 개정에서는 이체된 자금이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 ATM에서 돈을 출금하려면 최소 10분에서 최대 30분까지 출금 제한을 걸어 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 등을 보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30분 이내 사기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이 시간동안 지연이체나 지연 출금이 이뤄지면 사기 피해를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약관 개정은 이용자와 금융사의 '계약서'에 불과하다.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보호 조항 등에 입증책임 전환을 명시하지 않아 여전히 법적 논쟁거리는 남아있는 상태다. 김 변호사는 "입증책임 전환은 약관이 아니라 법으로 명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피해자는 입증책임 전환을 명시하지 않는 한 여전히 법적으로 과실 책임 입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금융당국과 국회가 국민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28일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최근 자사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을 일제히 개정하고 4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행 전자금융거래 약관이 지나치게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며 표준약관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먼저 개정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난 3월 6일 개정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하고 오는 4월 10일부터 본격 적용한다.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지난 15일과 17일 23일에 개정 내용을 공지했고 오는 4월 17일, 21일, 27일부터 차례로 적용한다. KB국민은행은 27일에 개정을 공지했고 5월 2일부터 개정 약관을 적용할 게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을 반영해 이용자 보호 수준을 대폭 강화한 개정 약관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은행의 모든 금융서비스 이용자가 개정 약관을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개정 약관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이용자에서 은행으로 '전환' 됐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해킹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이용자가 손해를 입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피해자가 '자신은 과실이 없고 은행이 해킹 방어 등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입증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전문 지식이나 소송 여력이 부족한 개인들은 소송에 패소하고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이번 약관 개정으로 입증책임이 은행권으로 전환되면서 책임 주체가 은행으로 바뀌었다. 즉 해킹 사고 등이 일어나 금융 피해가 발생하면 은행은 이용자가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거나 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내지 못하는 한 이용자의 피해액을 모두 보상해줘야 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입증책임 전환은 전자금융거래 약관에서 매우 큰 변화"라면서 "금융사고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면제받고 은행이 과실 여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배상이 보다 원활해 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도 약관에서 완전히 폐지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지만 이번에 약관 개정에서 실제로 관련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됐다고 아예 사용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이용자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공인인증서로 금융서비스를 위한 본인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의무사용 폐지로 은행들은 앞으로 생체인증이나 독자적으로 개발한 보안 플랫폼을 활용해 본인인증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약관 개정에서는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지연출금'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행태를 보면 사기범이 피해자를 속여 대포통장 등으로 계좌이체를 하게 하고 인출책이 자동화기기(ATM)에서 즉시 돈을 빼내 피해자가 돈을 되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약관 개정에서는 이체된 자금이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 ATM에서 돈을 출금하려면 최소 10분에서 최대 30분까지 출금 제한을 걸어 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 등을 보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30분 이내 사기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이 시간동안 지연이체나 지연 출금이 이뤄지면 사기 피해를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약관 개정은 이용자와 금융사의 '계약서'에 불과하다.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보호 조항 등에 입증책임 전환을 명시하지 않아 여전히 법적 논쟁거리는 남아있는 상태다. 김 변호사는 "입증책임 전환은 약관이 아니라 법으로 명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피해자는 입증책임 전환을 명시하지 않는 한 여전히 법적으로 과실 책임 입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금융당국과 국회가 국민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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