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헬스케어 플랫폼 'S헬스'
미국업체와 손잡고 '원격의료'
국내 이익집단간 밥그릇챙기기
정치적 이슈 악용 허송세월 속
해외 AI·빅데이터 융합 '진화'
"경쟁력 강화할 제도 개선 시급"
미국업체와 손잡고 '원격의료'
국내 이익집단간 밥그릇챙기기
정치적 이슈 악용 허송세월 속
해외 AI·빅데이터 융합 '진화'
"경쟁력 강화할 제도 개선 시급"
삼성전자는 미국 원격의료 벤처기업 아메리칸웰과 손잡고 다음 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S헬스'를 통해 모바일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수집된 건강 데이터를 의사들에게 보여주고 원격상담이나 화상진료를 받는 형태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서비스를 만나 볼 수 없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원격의료법)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규제 블랙홀'에 빠졌다.
23일 정부 및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2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원격의료법 상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보건복지위의 이번 회기 마지막 법안소위로, 원격의료법 논의는 사실상 다음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정부는 2010년 원격의료법을 18대 국회에 제출한 이후 7년 넘게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쟁점이 많은 법이라 한 번에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재논의 시점은 대선과 의료계 반대 등 복잡한 변수가 있어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는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한 이른바 '박근혜표 정책'으로 낙인 찍혀 정치권이 반대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집단의 반발도 여전해 다음 정부에서도 제대로 추진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원격의료 논쟁이 이익집단 간 밥그릇 챙기기 싸움과 정치적 이슈로 변질하며 허송세월하는 동안 해외에선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AI), 모바일, 웨어러블,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의료와 결합하는 이른바 '헬스케어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미 벤처 얼라이브코어는 최근 애플워치에 부착하는 심전도 측정기를 선보였다. 시곗줄에 손을 대 심전도를 측정한 후 의사에게 보내면 진단이 된다. 측정 데이터는 애플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킷'에 축적된다. 현재 미국 대형병원 4분의 3 이상이 헬스킷과 연계된 데이터를 만성질환자 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기업인 패스웨이지노믹스는 헬스킷에 수집된 건강 데이터와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생활습관을 코칭해 주는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이런 서비스가 대부분 '불법'이다. 관련 법이 없다 보니 의사가 화상통화나 전화, 문자 등으로 진단이나 처방, 상담 등을 환자에게 직접 할 수 없다. 또 민감 정보로 규정된 의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대규모로 수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도 '건강관리서비스법' 등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유전자 정보와 의료 빅데이터, AI를 융합하고 있는 해외에 비해 초보적 수준이다.
세계 각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트럼프케어'를 내세우며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을 통한 의료비 절감을 강하게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디지털 헬스 분야에 조세혜택과 기업 인센티브를 주고 있고, 독일은 원격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체계를 만들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전면 허용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둘러싼 견고한 이해당사자 구조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관련 법 제·개정이 지연돼 국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도영·김지섭기자 namdo0@dt.co.kr
현 정권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원격의료법)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규제 블랙홀'에 빠졌다.
23일 정부 및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2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원격의료법 상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보건복지위의 이번 회기 마지막 법안소위로, 원격의료법 논의는 사실상 다음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정부는 2010년 원격의료법을 18대 국회에 제출한 이후 7년 넘게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쟁점이 많은 법이라 한 번에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재논의 시점은 대선과 의료계 반대 등 복잡한 변수가 있어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는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한 이른바 '박근혜표 정책'으로 낙인 찍혀 정치권이 반대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집단의 반발도 여전해 다음 정부에서도 제대로 추진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원격의료 논쟁이 이익집단 간 밥그릇 챙기기 싸움과 정치적 이슈로 변질하며 허송세월하는 동안 해외에선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AI), 모바일, 웨어러블,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의료와 결합하는 이른바 '헬스케어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미 벤처 얼라이브코어는 최근 애플워치에 부착하는 심전도 측정기를 선보였다. 시곗줄에 손을 대 심전도를 측정한 후 의사에게 보내면 진단이 된다. 측정 데이터는 애플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킷'에 축적된다. 현재 미국 대형병원 4분의 3 이상이 헬스킷과 연계된 데이터를 만성질환자 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기업인 패스웨이지노믹스는 헬스킷에 수집된 건강 데이터와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생활습관을 코칭해 주는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이런 서비스가 대부분 '불법'이다. 관련 법이 없다 보니 의사가 화상통화나 전화, 문자 등으로 진단이나 처방, 상담 등을 환자에게 직접 할 수 없다. 또 민감 정보로 규정된 의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대규모로 수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도 '건강관리서비스법' 등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유전자 정보와 의료 빅데이터, AI를 융합하고 있는 해외에 비해 초보적 수준이다.
세계 각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트럼프케어'를 내세우며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을 통한 의료비 절감을 강하게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디지털 헬스 분야에 조세혜택과 기업 인센티브를 주고 있고, 독일은 원격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체계를 만들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전면 허용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둘러싼 견고한 이해당사자 구조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관련 법 제·개정이 지연돼 국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도영·김지섭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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