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생활과학부 부장
![[안경애 칼럼] 혁신가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002102251650001[1].jpg "[안경애 칼럼] 혁신가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앤드류 카네기, 워렌 버핏,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마크 저커버그….
이들은 과거에 없던 산업과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산업 지형도와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혁신기업가라는 점 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업을 통해 혁신을 실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도를 했거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1900년 펴낸 '부의 복음'이란 책에서 "통장에 많은 돈을 남기고 죽는 것처럼 치욕적인 인생은 없다"고 썼을 정도로 기부를 생활 속에서 실천했다. 그는 공공도서관 3000개를 기부했고 과학발전을 위해 카네기멜런대학의 전신인 카네기과학연구원과 기술원을 세웠다. 시카고대학 등 12개 종합대학과 12개 단과대학도 지어 사회에 기증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설립한 기부약속단체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는 록펠러 가문의 데이비드 록펠러, 오라클 설립자인 래리 앨리슨,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테슬라 CEO인 엘런 머스크 등 150명이 넘는 억만장자가 기부를 약속했다. 이들은 자수성가해 번 조 단위 자산을 50~99%까지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밝혔다.
이중 저커버그는 모든 질병을 치료·예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부인과 함께 '챈 저커버그 바이오허브'라는 재단을 설립, 연구자 47명에게 5년간 총 573억원을 지원해 자유롭게 질병 연구를 하도록 한 것. 저커버그는 금세기 말까지 인류의 모든 질병을 예방·치료·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10년간 30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가들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빌 게이츠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마윈 알리바바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등은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청정에너지 펀드를 조성, 클린에너지 신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래 세대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물려주기 위해 기업투자와 기초연구 지원을 병행하는 한편 세계 20여 개국과 협력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빌 게이츠는 이 외에도 부인 멜린다와 함께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을 만들어 인류의 위협이 되는 질병에 방어하는 백신 연구 등에 10조원 이상을 기부해 왔다.
이들은 자수성가해 키운 혁신기업과 자신의 부를 대물림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혁신기업의 탄생, 전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통 큰 기부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준다.
2대, 3대 경영을 위해 수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정치, 정권과 뒷거래를 하며 '움켜쥐는 경영'을 하는 국내 기업들과 대조돼 부러우면서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국내에도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기업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회와 나누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외부 기업과 협력해 함께 성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국내 기업의 현실이다. 이러한 기업가정신, 기업문화의 결핍은 국내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기업 리더의 구속은 우리 산업과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를 보며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미래 세대를 위해 과감히 내놓고 인류 전체를 관통하는 '혁신 사다리', '공생방정식'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혁신기업가들이 더 부럽고 위대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업가들이 하나둘씩 탄생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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