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주총서 '67% 찬성'
'총수 부재' 초유의 사태로
그룹수뇌부 의사결정 마비
초기 과감한 투자 '미지수'
"전문경영인 결정엔 한계
오너 리더십공백 아쉬워"
'총수 부재' 초유의 사태로
그룹수뇌부 의사결정 마비
초기 과감한 투자 '미지수'
"전문경영인 결정엔 한계
오너 리더십공백 아쉬워"
[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장업체인 하만을 자회사로 품으면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한층 속도를 낼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주도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당하면서 사업 안착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에 있어 기대만큼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 시한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지난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보통주 6988만3605주 중 70.78%인 4946만322주의 주주가 참여한 가운데 67%(4692만1832주)의 찬성표가 나왔다.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안건은 가결된다. 인수액은 총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로 국내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한국에서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신설한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함께 전장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동안 집중해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통신 기술에 이어 하만의 경쟁력을 더해 전장 사업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구상이다.
하지만 하만을 인수한 삼성의 의도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합병안이 무리 없이 통과돼 삼성전자는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이후 강한 추진력을 갖고 전장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하만 인수는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직접 건너가 M&A 협상을 마무리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그룹 수뇌부의 의사 결정이 마비 상태에 빠진 만큼 전장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지 불확실하다.
특히 전장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초기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 부회장의 공백에 따른 파장은 클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물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장사업팀을 관장하고 박종환 부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지만 전장 사업의 성장 전략에 큰 그림을 그리고 의사 결정을 조율할 컨트롤타워 부재에 현재로선 방향을 제대로 잡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오너 구속으로 하락한 대외 신인도로 인해 해외 기업들과 사업 협력에서도 진통이 생길 수 있다. 부패 기업이라는 오명이 전장 사업의 성장 동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9일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경영일정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검토 중인 M&A를 성사시키고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이 부회장이 해왔던 역할, 미래사업 발굴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큰 고비는 넘겼지만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결정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하만 인수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슬기기자 seul@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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