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총수 부재' 속에서도 9조원대 '빅딜'에 순조롭게 성공했다.
하만은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열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보통주 6988만3605주 중 70.78%인 4946만322주의 주주가 참여한 가운데 4692만1832주의 찬성표가 나왔다. 반대는 210만7178주, 기권은 43만1312주에 그쳐 참석자 중 95%가 합병에 동의하며 무리 없이 통과됐다. 전체 보통주 중에서도 67%가 합병에 찬성한 것이다.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안건은 가결된다.
거래금은 총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로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한국의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3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하만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해왔다. 그러나 하만의 일부 주주가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등 혐의로 구속돼 대외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찬성표를 이끌어내 이번 합병안 통과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연평균 9% 성장하는 커넥티드카용 전장 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있던 전장 기업을 인수한 것도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력 차이를 단시간에 따라잡아 시장 지배력을 높여나가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해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메틱스 등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 사업을 준비해온 삼성전자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과의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시너지를 크게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차량용까지 확대하는 등 성장동력이 둔화한 전자산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