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 구조조정 예고속
철강제품값 지속 상승 전망
국내 구조조정 필요성 제기엔
"시장 뺏긴다" 쉬쉬 분위기
"시간놓치면 국내업계 공멸"
철강제품값 지속 상승 전망
국내 구조조정 필요성 제기엔
"시장 뺏긴다" 쉬쉬 분위기
"시간놓치면 국내업계 공멸"
16일 중국 관영 인민망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7일 춘제(음력설) 연휴 시작 전에 석탄·강철 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다. 쉬샤오스 국가발전개혁위 주임은 "질서 있고 효율적인 선진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 산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철강산업의 경우 지난해 초 가격지수가 지속해서 상승했고, 제품가격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 생산량 감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철강산지인 허베이성 지방정부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허베이성은 지난 8일 4곳의 한계기업을 청산해 철강업계를 재편하고, 신규 설비증설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베이성에서 올해 폐쇄하는 철강 생산능력은 1562만톤 규모로 지난해(1624만톤)와 엇비슷하다.
중국이 연초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인접한 한국은 물론 세계 철강 시장의 시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과잉 해소로 제품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2015년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한 결과 철강제품 가격은 지난해 20% 이상 올랐다. 이로 인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일제히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중앙·지방 정부가 최근 2~3년간 철강 생산 설비 축소 방안을 내놨으나 이행은 지지부진했었다"며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면서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당분간 생산능력 감소는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중국발 철강제품값 반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면서 개별 기업 차원의 체질개선도 늦춰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을 의뢰했으나 "후판(6㎜ 이상 두꺼운 철판)과 강관(산업용 파이프), 철근 부문의 설비 축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쉬쉬하는 분위기다. 해당 기업들이 "통상 마찰 우려와 중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반대한 탓이다.
구조조정을 조율할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점도 뼈아프다. 업계 내에서 구조조정을 공론화하고, 각 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데 정부나 철강업계 모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있다가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끝난 뒤 국내 업계가 공멸의 길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기보다 시황에 기댄 대증요법만으론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견뎌내기 어렵다고 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구조조정의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 국내 업체는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어 안타깝다"며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과 업계 차원의 뼈를 깎는 노력을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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