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헌 중국 샨시사범대생
![[발언대] `시안의 아침`](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1302102269607001[1].jpg "[발언대] `시안의 아침`")
중국에서 살며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미세먼지농도지수(AQI)다. 필자가 사는 도시 시안(西安)의 정유년 원단 근삼일의 미세먼지농도는 500을 육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히 상상하기 힘든 지수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 대도시의 슬픈 일상이다. 중국 사람들도 우리나라처럼 인사를 할 때, "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를 적잖게 한다. 1950년대말부터 60년대 초까지 겪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와 대기황으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으면서 생긴 가슴 아픈 역사가 숨겨 있다. "백성은 먹고 사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民以食爲天)"라는 성어를 중국의 지도자들은 항상 중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근래에 중국에서 이 말은 수정이 필요한듯 싶다. 먹고 사는 것은 해결된 지 오래지만, 이제는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숨쉬며 살기 힘들 지경이니 이 난제를 풀어갈 길이 아직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눈비라도 오고 나면 그나마 하루 이틀 엄중했던 스모그의 형세가 완화되니 이곳의 겨울에 제일 반가운 손님은 눈비가 아닐까? 한국에서 이리도 겨울비를 사모해 본 적이 있었을까? 희끄무레한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고국 산천의 맑디맑은 겨울하늘이 그립기만 하다. 이제 중국의 인사는 니하오(?好), 식사하셨어요 보다 티앤하오(天好)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옛 중국의 성현 노자는 지극히 자연적인 것 안에 도(道)가 있다 설파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전하고 그 안에서 놀라운 진리를 찾아가는 옛 성현의 지혜를 이제 중국사회가 톺아보아야지 않을까? 혼탁한 공기와 불투명한 천공(天空)이 일상이 되어버린 중국에서 "맑음"이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맑은 하늘, 깨끗한 하늘을 만날 때 횡재라도 한 기분이 들 듯, 맑은 사람, 청렴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참으로 귀한 우리 사회다. 이곳 중국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새해에 이런 덕담을 했다. "맑은 사람이 되거라, 깨끗하고 투명한 사람이 되거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달려 온 중국사회가 이제 맑음의 가치를 되새기며 투명하고 정의로운 수단으로 발전을 도모하며, 자연친화적이고 친생태적인 발전을 꾀하기를 소망해 본다. 옛적 초등학교시절 일기장에 습관적으로 등장하던 "날씨 맑음"이란 글귀가 그리 소중하게 다가오는 시안(西安)에서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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