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기 옵토스타 대표
![[발언대] `벤처 신화 제2막`을 열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0902102269607001[1].jpg "[발언대] `벤처 신화 제2막`을 열자")
야구선수 김병현이 소속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벡스가 드라마를 만들며 우승한 2001년,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같은 해 9월 11일 미국 무역센터가 무너지는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뉴스지만 이때는 달랐다. 테러 여파에 의한 펀드의 불안정으로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무산돼 심각한 시장 악화를 마주했다. 한마디로 필자의 사업이 망했다. 당시 한 벤처기업 연구소장이었던 필자가 모든 걸 정리하고 나 홀로 창업한 이유다.
초고속 광통신용 모듈기술로 시작한 모험이 점점 힘을 잃어 갈 당시, ETRI 연구소 동기의 권유로 대용량 스토리지를 개발하게 됐다. 이 또한 상당한 갈등과 노력을 수반한 모험이었으나, 스토리지는 출시 후 지금까지 부동의 수익원이 된 기술이다. 이후 2010년 광센서를 적용해 50가지 질병을 예비 진단하는 소변분석기를 개발 생산하며, 스토리지가 아닌 본래 전문기술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추가 생산에 대한 주문은 없었고, 새로운 모델만 개발하며 장밋빛 희망도 물 건너갔다.
이처럼 ICT산업은 '노다지'이자, 동시에 '신기루'와 같은 분야다. 일례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 클라우드 개발의 요구가 많아지자, 필자는 지난달에 간편한 전자결제 기능이 탑재된 모바일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출시했다. 막상 서비스 영업을 시작해 보니 경기불황의 늪이 이곳 저곳에서 보였다. 물론 많은 직원과 함께 훌륭히 역경을 헤쳐나가는 중소기업 사장들도 보였다. 경기 핑계를 대고 힘들다 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그들은 열심이었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연구소에서 15년, 벤처기업에서 15년을 살아왔다. 아직도 연구원 엔지니어의 DNA를 버리지 못해 장사 못하는 사장으로 살고 있다. 그럼 앞으로 15년은 어쩌나? 여전히 장사 못하는 사장으로 살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지 기로에 서 있다. 다행히 나에게는 고객이 사줄 제품이 있다. 그리고 도전을 함께 할 직원들이 있다. 그것만도 감사할 일이라고 위안해 본다. 이 땅의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힘들다고 포기했으면 지금의 인터넷 강국, 디지털 강국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 팔다 남은 12개의 스토리지 서버가 희망의 증거로 남아 있다.
도래하는 제4차 산업의 시류에 맞춰, 이제 벤처기업 제2막을 시작해 보려 한다. 최근 기획하고 있는 것은 기지국 없이 HD급 영상을 무선으로 전송하고 메쉬 네트워킹(Mesh Networking)이 가능한 기술이다. 이 또한 그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동기와 함께 진행하는 기획으로 15년을 책임질 히든카드다. 필자는 먹구름이 드리운 벤처산업의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도 벤처기업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동료인 우리나라 모든 중소 기업인들에게 새해를 맞아 희망과 용기의 힘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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