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
![[발언대] `빠른추격자의 함정`](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2902102269607001[1].jpg "[발언대] `빠른추격자의 함정`")
일제강점기인 1908년 일본의 칙령 제196호에 의해 우리나라에 특허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그 후 100년이 더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연간 20만 건 이상의 특허 출원으로 다출원 순위 세계 4위, PCT 국제출원 세계 5위로 세계 지식재산 5강인 IP5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어다 보면 과연 IP5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특허를 많이 출원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특허사용료 수지 적자가 가장 큰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특허사용료로 외국에 11조원을 넘게 지불했고 특허를 수출해 번 돈은 약 6조원으로, 약 5조원의 특허사용료 수지 적자국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허출원이 많으면서도 오히려 특허사용료 수지가 최악인 기현상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으로 해외 수출 의존도가 높고 원천특허와 같은 강한 특허를 확보하지 못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빠른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산업을 키워 왔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은 함정이 있다. 이미 원천특허는 기술선도자(First mover)가 선점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빠른추격자는 특허권으로 인한 종속 관계에 놓이게 되고 '특허사용료 지불'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한 예로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업체와 퀄컴과의 사례를 보자. 1990년대 중반, 당시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했던 국내 대기업들은 퀄컴과 특허권사용을 포함한 CDMA기술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이들 기업은 휴대폰 기술 및 판매량이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CDMA기술의 기술선도자인 퀄컴에게 순판매액의 5%인 연간 2조원 안팎의 천문학적 금액을 특허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휴대폰을 생산하기 시작한 1995년경부터 20년 이상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언제까지 지불해야 하는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이러한 특허사용료는 원가에 반영돼 제품 가격 상승으로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기업은 가격상승으로 인해 제품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후발 주자인 빠른 추격자가 치러야하는 대가인 것이다.
이제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국가 간, 기업 간 특허 경쟁 시대가 될 것이다. 특허 경쟁하는 시대에서는 빠른추격자와 기술선도자의 기술종속 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기에 우리는 기술선도자가 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를 세운다고 했다. 우리의 특허 정책은 신산업에 있어 기술선도 전략으로 강한 특허권을 선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동통신, 반도체, 컴퓨터 산업 등에 있어, 뒤로는 막대한 특허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기술선도자가 되어서 빠른추격자의 함정에 빠지는 우를 답습하지 않도록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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