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국정농단이 만든 쓸쓸한 `징글 벨`](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22021034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국정농단이 만든 쓸쓸한 `징글 벨`")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종이 울려서 장단 맞추니/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르자"
매년 이 때쯤 곳곳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징글 <벨(Jingle Bells)>이다. 1857년 가을 미국인 제임스 피어폰트(James Lord Pierpont)가 원래 추수감사절의 행사에서 주일학교 합창단이 부르기 위해 작사 작곡한 노래였는데 지금은 누구나 즐겨 부르는 크리스마스 노래가 됐다. 원래 제목은 '한 마리 말이 끄는 썰매'였고 나중에 징글 벨로 바뀌었다. 이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1957년에는 바비 헬름스(Bobby Helms)가 부른 '징글벨 락(Jingle Bell Rock)'이 발매됐다. 락의 작곡자인 조빌(Joeph Beal)과 짐 부드(James Boothe)는 각기 홍보전문가와 카피라이터였다. 징글벨 락은 물론 징글벨을 변형한 것인데 영화 '나홀로 집에2' 등에 삽입돼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크리스마스 시즌 중 라디오방송국에서 가장 많이 틀고 있는 캐롤이 됐다. 징글벨은 안무를 위한 '차차차 징글벨'과 '동요 징글벨'로도 영역을 넓혔다.
Jingle이란 무슨 뜻일까? 1. a sound like small bells ringing that is made when metal objects are shaken together(금속 물체들을 서로 흔들 때 나는 작은 종소리), 2. a short song or tune that is easy to remember and is used in advertising on radio or television(기억하기 쉽게 만든 짧은 노래나 가락, 그리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광고에 쓰이는 짧은 노래와 가락). - Oxford Dictionary
jingle은 방울종이 서로 부딪쳐서 나는 소리거나 짧은 노래를 가리킨다. 방송국에서 ID(국명고지 -프로그램이 끝나고 방송국의 위치, 출력, 호출부호 등을 짧게 알리는 일)가 나갈 때 "라디오는 내 친구", 혹은 "여러분의 MBC" 하고 내보내는 짧은 멜로디도 jingle이다. 오늘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식 영어 CM song이 실제로는 jingle이라는 점이다. 물론 CM송을 영어로 singing commercial이라고 쓰기도 한다. 시엠송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라디오 TV 케이블방송의 '노래하는 광고'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엠송은 1961년 MBC부산라디오의 전파를 탔던 "진로 한 잔 하고, 캬!"하던 두꺼비 소주 광고였다. Advertisers often use jingles - short songs that are easy to remember (광고주들은 때로 기억하기 쉬운 짧은 노래 -'노래하는 광고'를 이용한다). CM이란 말도 영어에 없다. 우리나라 매스컴책에는 CM을 commercial message의 약자라고 써놨지만 올바른 설명이 아니다. 방송광고는 커머셜(commercial)이다. 똑같은 광고지만 신문과 잡지의 광고는 커머셜이 아니고 advertisement다. 이에 비해 advertising은 광고의 일반적 영어명칭이고 때로는 광고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광고학'이나 '광고업'을 뜻한다. 광고대행사를 ad agency, 곧 advertising agency라고 하지 않는가.
요즘 창조경제 문화융성을 빌미로 국정농단을 자행한 주요인물의 한 사람인 차아무개 덕으로 'CF감독'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에프(CF)는 TV나 영화광고다. CF감독은 TV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다. CF는 commercial film을 줄임말이다. 이것 역시 한국식 영어다. 아주 옛적에는 광고영화를 영화 찍듯이 필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텔레비전 광고를 CF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요즘처럼 video로 찍는 시대에도 TV광고는 여전히 CF로 불린다. 필름이든 비디오든 텔레비전 광고는 그냥 TV commercial이라고 해야 한다.
지난주 코바코는 '2016 소비자가 뽑은 최고의 광고모델'을 선정했다. 송중기, 설현, 김연아, 수지, 송혜교 순으로 인기 있는 광고모델이었다. 광고모델의 '모델'도 잘못 쓴 영어다. 광고모델이든 CF모델이든 광고에 출연하는 이들은 model이 아니라 '광고연기자'(actor 또는 performer)다.
광고는 기업의 윤활유다. 광고 없이 판매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값비싼 유명 탤런트나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30초짜리 6개월 방송되는 커머셜 한 편에 5억, 10억씩 하는 배우를 경쟁적으로 기용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기만, 허위, 과장 광고도 부지기수다. 예컨대 미백(美白)크림이나 항노화(anti-aging) 크림이 그렇게 많지만 정말 백인처럼 변한 여성은 지금껏 하나도 없었고, 밤낮으로 wrinkle 제거 크림을 발라도 가는 세월을 어쩌지 못한다. 이제 유명연예인의 인기에 편승해서 매출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보다는 크리에이티브에 정면 승부를 거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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