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VR 개방형 표준화 필요하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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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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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VR 개방형 표준화 필요하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가상현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만드는 세계적 기업인 구글, 삼성, 소니, 에이서, 오큘러스, HTC 등은 지난 12월 7일 한자리에 모여 '세계 가상현실 협회(Global Virtual Reality Association: GVRA)'를 만들었다. 책임 있는 자세로 가상현실 기술을 개발하고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은 이 협회는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우수 사례를 서로 공유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전 세계 가상현실 커뮤니티를 함께 조직하는 것을 주요한 실행 전략으로 삼았다. 아쉽게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이지 않지만, 현재 가상현실 기기와 플랫폼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가상현실 협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는 곧 가상현실 산업이 갖고 있는 현안과 관련되므로 핵심사항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문제는 역시 표준화다. 가상현실 분야에서 표준화가 적용될 영역은 하드웨어에서 콘텐츠까지 다양하다. 파일 포맷과 런타임 정의부터 GPU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인터페이스까지 가상현실 콘텐츠를 유통하는데 제약이 되는 모든 요소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직 가상현실 기술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술 표준화가 없다.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EEE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 깊게 논의된 바 있는데,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한 종류의 가상현실 하드웨어에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표준화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간 가상현실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가상현실과 관련된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엔진 등은 자사의 기술 전략에 맞는 진화를 해왔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상현실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가상현실 산업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해 우선돼야 할 전략은 시장에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요소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물론 각사가 갖고 있는 기술은 가상현실 사업 영역에서 자사의 이익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 생태계를 초기에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시장의 형성을 가속화시킬 수도 또는 침체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비교적 짧은 시기에 새로운 거대 생태계를 형성한 것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독점이지만 두개의 표준화된 시장을 형성하며 각 플랫폼에서 생태계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간결한 두 개의 플랫폼에 형성된 양면시장(two-sided market)에서 구매자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무수히 많은 판매자 가운데 고를 수 있고, 판매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무수히 많은 구매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지금처럼 각사가 자신만의 플랫폼과 HMD에 맞는 시장을 형성한다면, 설비투자비용(CAPEX)과 영업비용(OPEX)은 물론 시간 비용이 과대하게 요구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가령, 구글은 데이드림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자사만의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을 통과한 스마트폰은 구글에서 나온 스마트폰인 픽셀 시리즈와 모토롤라에서 나온 모토-Z 시리즈뿐이고, 이 외의 스마트폰에서는 데이드림을 사용할 수 없다. 결국 데이드림에 콘텐츠를 공급해 봤자 제한된 스마트폰 사용자만 사용 가능한 것이다. 또한, 세계 최대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 등을 지원함으로써 가상현실 플랫폼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오큘러스 리프트에서는 스팀이 제공하는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HTC 바이브 사용자들은 오큘러스 리프트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가상현실의 개방형 표준화(virtual reality open standard)를 마련하는 것이다. HMD는 물론 컨트롤러를 포함한 다양한 악세서리를 포함하는 기기의 API를 표준화함으로써 모든 가상현실 기기에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가상현실 산업의 다양성과 혁신을 촉진시켜야 한다. 또한 개방형 표준화는 가상현실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사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비용과 시간의 절감을 가져오기 때문에 고품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시장에 빨리 선보이게 해 가상현실 시장의 확대를 한걸음 더 빨리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가상현실 협회'의 발족은 큰 의미가 있으며 향후 가상현실 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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