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개 기업 입주 … 1만여명 전문 연구인력 밀집
'상하이' 세계적 바이오헬스 R&D 산업화기지로 육성
'중국식 창조경제' 10년전 시동… 바이오생태계 구축
한ㆍ중ㆍ일 바이오 혁신현장을 가다
(2) 중국 대표 바이오클러스터 '장강하이테크파크'
야오웨이옌 장강생물의약기지 마케팅 부사장
리이쉐 상해과학원 바이오메디칼부 주임
13억 인구의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의약품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약품 시장은 2014년 1050억달러(약 121조1100억원) 규모이며,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해 2020년에는 두 배 가까운 2000억달러(약 230조6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독특하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환경에서 중국은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의 선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힘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전역에는 130여 곳의 하이테크파크(국가급고신개발구)가 있다. 특히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국 베이징 북서부의 중관춘과 더불어 중국 양쯔강 하구의 상하이 장강하이테크파크는 중국 바이오 굴기의 중심지로 꼽힌다. 상하이는 인구가 2400만명에 달하고 면적이 6340㎢로 서울의 10배가 넘는 크기를 자랑한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바이오헬스 R&D 및 산업화 기지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장강하이테크파크에서 바이오 단지 부문을 관리하는 장강생물의약기지개발유한공사 외부 전경. 장강하이테크파크에는 미국 화이자, 스위스 노바티스, 영국 GSK,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를 비롯해 10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장강 생물의학 인큐베이터 전경. 이곳에서는 유망한 바이오헬스 프로젝트를 심사해 연구공간을 제공하고, 벤처캐피털과 기업의 투자를 연결해 준다.
◇급속도로 확장 중인 중국 바이오클러스터=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두 시간 만에 도착한 상하이는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답게 거대한 마천루를 자랑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바이오클러스터인 상하이 장강하이테크파크는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20분이면 갈 수 있고, 지하철도 인접해있어 교통의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장강하이테크파크는 바이오제약, 소프트웨어, 반도체를 3대 주축분야로 하는 연구단지다. 분홍색의 서양식 건물이 이색적인 영국 GSK의 상하이 R&D센터 앞에는 장강하이테크파크의 바이오단지 부문을 관리하는 장강생물의약기지개발유한공사가 위치하고 있었다. 정부로부터 대학생창업기지, 창업인큐베이터기지, 상하이국제서비스무역 의료시범기지 등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이곳에서 입주기업 관리와 마케팅 플랫폼 연결 등을 담당하는 장강집단(그룹)의 야오웨이옌 장강생물의약기지 마케팅 부사장을 만났다. 회의실에 붙은 '산업의 심층분석, 플랫폼 구축, 서비스 제고'라는 슬로건이 장강생물의약기지의 주요 역할을 대변하고 있었다.
야오웨이옌 부사장은 "1994년 논밭만 있던 이곳에 스위스 로슈가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이후 바이오제약 관련 연구소가 연달아 입주하며 지금 같은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 한곳이 진출하면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스노우볼' 효과라고 한다. 장강하이테크파크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커져서 현재 94㎢의 면적에 10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다국적 제약사만 해도 미국 화이자, 스위스 노바티스, 영국 GSK,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들어와 있다.
초창기에는 생산시설 위주로 들어섰지만 이후 연구시설도 속속 들어와 중국과 아시아권의 R&D 허브로 자리 잡았다. 단지 내 중국 기업들은 이들 다국적 제약사의 R&D센터와 활발하게 교류를 하면서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야오웨이옌 부사장은 덧붙였다. 다국적 제약사의 기술을 최대한 받아들여 자국 기업이 혁신을 거듭할 수 있도록 '바이오 생태계'를 구성한 것이다.
1996년부터 중국 과학기술부, 위생부, 식품약품감독관리국, 상하이시인민정부, 중국과학원은 국가전략에 따라 이곳을 본격적으로 개발했고, 정부는 △국가제약수출혁신기지(2005년) △상하이생물의약R&D아웃소싱기지(2005년) △국가생물산업기지(2006년) △국제임상기지(2011년) △상하이신약개발서비스산업혁신기지(2015년) 등으로 지정하며 바이오 특화단지를 완성해 왔다.
또 설립 당시부터 연구개발에서 상업화까지 전체 산업 사슬을 연결하는데 초점을 맞춰 현재 신약 후보물질 발견·개발·생산·마케팅·비즈니스 등 역할이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성했다. 단지는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동쪽은 의료기기 부문 중심으로 확대하고 남쪽은 산업화 플랫폼인 국제의학파크를 만들어 장강기술산업벨트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야오웨이옌 부사장은 "장강하이테크파크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며 "우리는 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구성했고, 상하이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강하이테크파크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최대 규모의 생물의학 인큐베이터를 찾았다. 벤처기업의 R&D 비용을 줄여주는 공동실험시설로, 44만㎡의 넓이에 150개 프로젝트팀이 3년 동안 입주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정면에서 사진으로 담기도 어려운 높은 건물은 빼곡하게 들어선 인큐베이터처럼 중국의 미래 혁신 기술을 배양하고 있었다. 생물의학 인큐베이터는 유망한 프로젝트를 심사해 연구공간을 제공하고, 투자부는 벤처캐피털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임대 공간의 95％는 항상 차있지만,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갑자기 나타날 것을 대비해 5％의 공간은 남겨둔다.
생물의학 인큐베이터 관계자는 "장강하이테크파크와 인큐베이터는 혁신에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며 "성장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이곳을 나가서 수백명의 직원을 둔 회사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 GSK의 상하이 R&D 센터 전경
이 같은 산업 클러스터를 뒷받침하는 '원천기술'은 바이오·소재·보건의료·IT분야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상해과학원(SAST)이 내놓는다. 상해과학원 입구에는 커다란 DNA 염기서열 모양 장식물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상하이시가 설립한 상해과학원은 1977년 중국과학원의 상하이분원으로 세워졌다가 1987년 독립체제로 새로 출범한 연구기관이다. 현재 유전체전문센터, 생물정보기술센터 등 40여개 산하기관과 연구거점을 두고 있으며, 약 1만명의 연구원과 전문기술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리이쉐 상해과학원 바이오메디칼부 주임은 특히 유전자 서열을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구축해 임상으로 연결짓는 연구 플랫폼은 중국에서도 상해과학원이 가장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상해과학원은 특히 상해산업기술연구원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췄다. 상해산업기술연구원은 상해과학원의 연구성과를 현지 의료기관과 협력해 임상에 적용, 상업화하는 데 집중한다. 또 과학기술과 금융 간 협력을 강화하고 벤처기업 육성, 지적재산권 및 기술이전, 기술 확산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상해과학원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탄탄하게 구축한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해과학원과 상해산업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빅데이터를 임상에 적용하고 서비스할 지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상해과학원 산하의 게놈학센터는 암병원과 협력해 샘플의 주요 지표를 발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방암과 관련해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5000여 개 데이터가 쌓여있는데, 이를 활용해 신약 개발방향을 수립하고 발병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한다.
2002년 설립된 생물정보기술센터는 생물정보기술 분야에서 중국 최초로 만들어진 센터다. 이 센터는 중국의 국가 프로젝트를 선도해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소를 이끌어가고 있다. 앞으로 상하이 장강에 국가 생물의학빅데이터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이는 상하이를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 거점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진핑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라고 리이쉐 주임은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은 정부가 투자해 상업화로 연결해 관련 산업을 키우는 유기적인 시스템을 완성해 가고 있다. 베이징 보아오그룹과 심천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가 국가 지원을 받아 기업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보아오바이오유한공사는 중국 칭화대학교 바이오칩연구개발센터를 기반으로 설립된 바이오칩 전문 그룹회사이고, 바이오칩북경국가공정연구센터와 함께 운영된다. 2013년까지 197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그중 95건의 특허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BGI는 현재 상장을 계획 중인데 상장이 완료되면 1000억위안(약 16조9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리 주임은 "이 회사들은 철저하게 정부 시스템에 의해 큰 기업들이고 중국 바이오분야를 대표하고 있다"며 "더 좋은 성과들이 나와 중국이 세계 의료분야와의 격차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자주 쓰는 말로,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따라갔다면 나중에는 같이 갈 것이고, 그 이후에는 우리가 앞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부터 중국식 바이오 창조경제 시작=중국 정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중국식 창조경제를 이끌어왔다. 지난 2006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전국과학기술대회에서 '창신형 국가'를 만들자고 선언했다. 창신형 국가란 산업화 과정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선진국에 이른 나라라는 의미다. 지난 2006년 11차 5개년 계획을 시작했고, 작년에 13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R&D 분야에서는 산학협동 제약기지를 2020년까지 최대 5개, 2025년까지 최대 10개 구축하고, 2020년까지 독자개발 신약 20개를 상용화하는 한편 바이오신약 3개를 선진국 시장에 등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헬스 분야 심사평가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고, 국제 기준의 임상 평가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도적으로 금지했던 상업용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CMO)도 허용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중국 최초로 올해 바이오 CMO 공장을 가동했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샤오캉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특히 바이오헬스를 미래성장 산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