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지름신` 자극하는 쇼핑 호스트](http://contents.dt.co.kr/images/201611/20161110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지름신` 자극하는 쇼핑 호스트")
자본주의 사회의 한 특징은 '중독현상'이다. 우리는 돈에 중독돼 있고 사회 모든 시스템은 배금사상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약, 도박, 흡연, 음주, 인터넷, 게임, 쇼핑 등 온갖 중독이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중독은 상호 연관이 있고 그 원인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모든 사회적 중독은 자본주의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이윤극대화가 기업경영의 목표다. 마케팅의 초점은 많이 팔고 반복해서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데 있다. 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계속 먹게 만들고, 담배는 폐암의 원인이라면서 여전히 전매사업이다. 도박은 나쁜 짓이라면서 정부가 앞장서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까지 관리하고 있다.
쇼핑중독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백화점 시식 코너에 가면 맛봤으니 사게 되고, 케이블 홈쇼핑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을 판매전략의 주무기로 삼는다. 매진임박, 파격할인, 마지막 찬스란 말을 듣게 되면 전화 다이얼 돌리는 손이 바쁘게 된다. 반의 반값에 파는 대형 아울렛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무슨 블랙프라이데이 또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내세워 물욕을 자극한다. "지름신이 강림한다"는 말이 있다. 쇼핑에 대한 과도한 충동이나 집착 때문에 불필요한 물건을 마구 사거나 자신의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고 분별없이 물건을 사들일 때 이를 쇼핑중독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쇼핑중독 현상이 '오니오매니아(oniomania)'다. an uncontrollable desire to buy things(통제 불능의 구매 욕구)를 지칭하는 용어다. 희랍어로 오니오는 for sale의 뜻이고 매니아는 극단적 욕구를 가리킨다. 쇼핑중독은 우울증 환자, 그 중에서도 여성이 많은 바 심하면 불안장애, 알콜과 약물 남용 등을 동반한다.
쇼핑을 유인하는 직업 가운데 홈쇼핑의 쇼핑 호스트(shopping host)가 있다. 케이블방송을 볼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여성진행자인 경우도 '쇼핑 호스트'라고 부른다. 왜 '쇼핑 호스티스(hostess)'라고 부르지 않을까. 필자는 초기 한국홈쇼핑(지금의 GS홈쇼핑)의 정도경영위원을 몇 년 맡았었다. 여성은 호스티스로 써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호스티스를 '술집여자'로 인식하는 탓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쇼핑 호스트가 어디서 온 직업명인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상품을 설명해주고 시연(試演)해 주는 사람이 왜 쇼핑(shopping)의 주체(host)로 불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차라리 shopping guide가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게임쇼, 토크쇼, 요리쇼의 진행자는 show host이다. 그러므로 홈쇼핑 채널의 쇼핑 호스트 역시 show host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일부 회사가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여성진행자는 show hostess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스티스에 대해 오해를 갖고 있다. 아마도 <영자의 전성시대> 등 호스티스영화 붐이 이런 편견을 고착시킨 듯 하다. A hostess is a female host or presenter of an event(호스티스는 행사의 여성 진행자다). 호스티스에 술집 접대부나 댄서의 의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안주인, 진행자, 주관자를 가리킨다.
The host at a party is the person who has invited the guests and provides the food, drink, or entertainment(파티의 호스트는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 음료 또는 여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거의 40년전 필자는 MBC텔레비전에서 <스마일 작전>이란 토크쇼를 연출한 적이 있는데, 이 때 탤런트 윤여정을 진행자로 발탁했다. 프로그램 첫머리에 '진행', 또는 '사회'란 말을 쓰지 않고 '호스티스 윤여정'이라고 크레딧을 내보냈다. "호스티스가 뭐냐?" 한동안 방송국이 시끌법석했다. 아직까지 우리방송에서 진행자를 호스티스라고 부르는 예가 없었다.
홈쇼핑은 지역방송국의 입장에서 보면송출수수료(홈쇼핑방송을 내주고 받는 채널 사용료)를 주는 젖줄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공해(公害)가 됐다. 역대 정권들이 정치논리에 따라 마구잡이로 홈쇼핑을 허가해서 수습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우리 동네 케이블에는 20번 안에 7개, 58번 이내에 8개 등 15개 홈쇼핑이 난립해서 불철주야 쇼핑중독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 많은 낭비와 과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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