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KBS 2TV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야말로 '청춘시대'였다.
왕세자 이영 역의 박보검(23)을 비롯해 대부분 배우가 20대 안팎이었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천호진, 이준혁 등 중견 연기자들이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지만 여주인공 홍라온(홍삼놈) 역의 김유정(17) 역할도 컸다는 게 젊은 배우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보검뿐 아니라 이영의 호위무사 김병연을 연기한 곽동연(19), 홍라온을 연모하는 김윤성 역의 진영(25)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김유정은 우리보다 어리지만 믿음직한 친구"라고 입을 모았다.
사극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이들은 SBS TV '일지매'(2008)를 비롯해 KBS 2TV '구미호:여우누이뎐'(2010), MBC TV '해를 품은 달'(2012) 등 사극을 숱하게 경험한 김유정에게 크게 의지했다.
박보검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유정을 '유정 씨'로 칭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정 씨가 연기할 때 감정선을 잘 잡고 집중하는 면이 멋있었어요. 대본을 분석할 때도 정말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제가 놓치는 부분까지 잡아내더라고요."
"연기를 함께 분석하다 보니 이영과 홍라온이 저절로 가까워지더라"고 설명한 박보검은 연말 시상식 이야기에 자신이 아닌 김유정이 수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자 저하의 바람이 있다면 김유정과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싶다는 것.
김유정에게 기댄 것은 맏이인 진영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오빠이지만 김유정에게 스스럼없이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다시 하는 게 좋을까?' 이렇게 물을 정도로 중요한 조언자 중 한 명이었어요."(진영)
진영은 "연기뿐만 아니라 종종 나이를 잊게 될 정도로 어른스러운 친구"라면서 "어리지만 '이 친구를 따라가도 되겠다' '믿음직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강조했다.
김유정과 자현당에서 동고동락했던 곽동연도 "닭백숙 뜯어주던 삼놈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병연은 처음에는 세자가 왜 내관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몰라 경계하고 낯설어했지만, 홍삼놈의 따뜻한 정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 거죠. 저는 끝까지 (홍라온이 아닌) 삼놈이라고 생각하고 아꼈던 것 같아요. 이영과 김병연, 홍삼놈 셋의 잔상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 있어요."(박보검)
곽동연도 진영과 마찬가지로 "김유정은 연기뿐 아니라 '묵은지'처럼 생각도 깊다"면서 "말을 할 때도 문학적인 표현을 많이 써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