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카나브 패밀리 통해 2020년 2000억 매출"
13년 베테랑 연구팀 꾸려 차세대 혁신신약개발 집중
한미약품 기술수출 성과·정부 적극적 지원에 '고무'
제약사들 복제약 벗어나 신약 R&D투자 규모 확대
13년 베테랑 연구팀 꾸려 차세대 혁신신약개발 집중
한미약품 기술수출 성과·정부 적극적 지원에 '고무'
제약사들 복제약 벗어나 신약 R&D투자 규모 확대
김민수기자 ultrartist@
김민수기자 ultrartist@
■ 바이오헬스 '글로벌 퀀텀점프기' 열어라
(4) 신약개발 '무한도전' 글로벌 중심무대로 뛰는 제약산업
제약이 미래 주력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이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전 세계 제약시장은 1237조원 규모로 600조원인 자동차, 388조원인 반도체 시장보다 훨씬 컸다. IMS헬스에 따르면 연평균 4~7％씩 성장해 2020년에는 1조4000억달러(약 15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제약시장은 약 18조7000억원에 그치지만 국내 제약업계도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혁신의 옷을 갈아입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신약개발에는 평균 10여 년의 시간과 약 8억달러(약 8920억원)의 비용이 드는 데다 그마저 성공 가능성이 약 10％에 불과하지만, 한번 성공하면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국 화이자제약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경우 연매출이 약 10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미래를 걸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향해 무한도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작년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랩스커버리 기술을 활용한 '퀀텀프로젝트'로 8조원대 기술이전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우리도 할 수 있음을 확인한 제약사들은 R&D부터 글로벌화, 오픈이노베이션까지 전방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수천번 도전 끝에 결실 맺은 '카나브'… 도전은 현재 진행형= 지난해 매출 327억원으로 다국적제약사들의 경쟁제품을 제치고 국내 ARB(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 시장 1위를 기록한 보령제약의 '카나브'는 수천번의 도전 끝에 2011년 3월 출시된 국산 15호 신약이다. 국산신약 14호까지 이렇다 할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카나브는 큰 성공을 거두며 국내 제약업계 R&D에 희망을 제시했다.
보령제약 연구팀은 1997년 당시 수많은 도전을 반복하며 고대하던 카나브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냈지만,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기존 고혈압 치료제 성분인 로잘탄보다 20％가 뛰어남에도 지속시간이 채 5시간에 못 미친다는 난관에 부딪혔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피마살탄(카나브의 주성분)은 폐기 직전 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영진으로부터 3개월의 추가 연구를 허락받아 피를 말리는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다가 기적 같은 결과와 맞닥뜨렸다. 지속시간을 늘리는 분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 것. 그렇지만 '성공'이라며 환호하기엔 남은 여정이 길었다.
이후로도 10여 년의 임상시험이 이어졌고, 임상3상을 끝내고 나서도 기존 고혈압 치료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4상 임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세계고혈압학회 등에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선두에 오른 카나브는 멕시코에서도 발매 1년 만에 고혈압 치료제 처방률 1위에 올랐고, 현재 30개 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명제혁 보령제약 중앙연구소장은 "국산 신약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카나브는 이미 출시된 이뇨복합제를 시작으로 고지혈증복합제 등 다양한 복합제로 거듭나 시장을 키울 것"이라며 "'카나브 패밀리'를 통해 2020년 국내외에서 2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제2, 제3 카나브를 찾아라"= 지난 22일 방문한 경기 안산 단원의 보령제약 중앙연구소는 카나브 개발의 산실이다. 연구소에서는 분자단위 화합물의 질량을 측정하는 질량분석기와 온갖 실험장비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연구소는 현재 새로운 카나브 복합제와, 혁신신약을 목표로 하는 항암신약 등 12개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연구소는 다소 들뜬 분위기였다. 최근 중앙연구소 조직개편과 신약 개발부문 시설확장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보령은 중앙연구소를 △제품개발 △생물학연구 △화학연구유닛으로 구분, 영역별로 집중하면서 각 유닛이 협력하도록 조직을 재편했다.
제품개발유닛(유닛장 황용연)은 새로게 조직된 신제형개발팀, 품질 설정과 시험분석을 하는 제품분석팀 등으로 구성됐고, 임상시험 전까지 약효, 기전, 독성 등을 연구하는 생물학연구유닛(유닛장 김달현)은 신약탐색팀과 신약평가팀으로 이뤄졌다.
특히 합성연구팀은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해 신약개발에 중추 역할을 하는 의약화학팀과, 평균 근속연수가 13년 이상 베테랑으로 구성된 공정화학팀을 꾸려 차세대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한다. 분주한 가운데 연구원들의 표정에는 더 나아진 환경과 새로워진 조직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명제혁 소장은 "지금은 연구소가 주어진 과제를 해내기 위해 진짜 전문가들이 필요한 시점"이라며"이를 위해 조직을 개편, 유닛별로 차별화하고 팀별로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카나브에 이은 제2, 제3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 단기적으로는 빠른 제품개발을 통해 캐시카우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카나브 수출 확대에 맞춰 원료의약품 생산설비도 확장했다.
◇ 복제약·리베이트, 과거 벗고 '환골탈태'하는 제약산업= 국내 제약산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무는 영역'으로 비춰졌지만 최근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R&D 확대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고무된 제약업계는 특히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혁신신약 R&D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투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사들의 R&D 투자는 작년 상반기보다 약 10％ 늘었다. 특히 유한양행,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이 30％ 이상 늘렸고, 투자액은 한미약품이 약 7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상위 제약사 대부분이 R&D 규모를 늘린 것이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한 당뇨병 치료제(HM12470 등)를 포함해 유방암치료제(포지오티닙) 등 임상을 진행 중이고, 동아에스티는 천연물 성분 파킨슨병 치료제(DA-9805), 과민성방광 치료제(DA-8010), 종근당은 혈액암 치료제(CKD-581), 고형암 치료제(CKD-516) 등 주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도 눈을 돌렸다.
명 소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며 "우리도 가톨릭의대, 국립암센터, 화학연구원 등과 협력해 외부 기술을 평가해 경쟁력 있는 신제품 개발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 꼬리표처럼 붙어있던 리베이트 관행을 끊기 위한 노력도 한국제약협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협회는 최근 이사회에서 리베이트 의심기업을 설문 조사해 내부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주요 제약사들은 자체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조직을 구축,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은 "윤리경영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제약업계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로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경쟁력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급성장 중인 1200조 글로벌 의약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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