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ㆍ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섀도우 닥터`와 외모 지상주의](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25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섀도우 닥터`와 외모 지상주의")
서울의 한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구속됐다. 원장은 환자들을 직접 만나서 상담을 하고 수술견적을 뽑아준다(다른 데서는 '상담실장'이 맡는다). 환자는 이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을 것으로 믿고 다시 병원을 찾지만 실제 집도의사는 shadow doctor(그림자 의사)다. 머니투데이의 보도다(2014. 4. 11). shadow doctor는 엉터리 영어다. 영국이나 미국에는 이런 사기 행각이 없으니까 섀도우 닥터라는 표현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영어로 굳이 말을 해야 할 경우, '대리의사'(surrogate doctor)라고 할 수 있겠다. 유령수술을 하는 의사라는 뜻으로 ghost doctor라고도 한다(이 말도 영어에 없다).
수술대 위에서 마취를 하고 나면 집도의사가 바뀐다. 성형외과의 비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환자가 예상시간보다 일찍 깨어나면 딴 의사가 수술했다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환자에게 마취제를 적정량보다 더 많이 투여한다. 대리수술도 모자라서 같은 수술실에 2~3개 침대를 놓고 한 침대에서는 코수술을, 다른 수술대에선 지방흡입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싼 광고비를 쓰는데다 환자 유치를 위해 브로커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지금의 구조에서 신참의사는 경험을 쌓고 유명의사는 돈 버는 공생관계가 이뤄진다. 신참의사가 집도할 때 이런 야바위 짓이 들통날까 봐 프로포폴을 과다하게 투여하니 부작용과 의료사고가 빈발하기 십상이다.
"유령수술은 의료법이 아니라 형법상 상해나 살인미수, 또는 살인으로 처벌해야 한다. 유령수술은 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다른 의사가 무단으로 칼, 전기톱, 절단기, 망치 등을 사용해서 환자의 몸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다. 환자를 마취시켜 의식을 잃게한 뒤 저지르는 최악의 생체 실험과 같은 범죄다"(머니투데이, 2015. 12. 23). 탈세는 성형외과의 또 다른 상습 범죄다. 의사가 14명이나 있는 어느 유명 성형외과 원장은 100억 탈세, 5억 리베이트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서 구속됐다. 죄목도 다양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의료법 위반, 약사법 위반, 배임증재 등이었다(서울신문, 2016. 7. 22).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이나 4번 출구로 나오면 성형외과 간판이 즐비하다. 2㎞ 안팎의 거리에 약 200개의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원이 밀집해 있다. 이들 간판의 한 특징은 중국어가 병기돼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슨 라인(line) 붙은 이름이 많다는 점이다. 더라인, 굿라인, 페이스라인, 골드라인, V라인, S라인 따위가 그것이다. 브이라인(V line)은 가름한 턱선을 가리킨다. 사각모양의 얼굴을 브이라인으로 만들려면 양쪽 턱뼈를 깎아서 하관을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페이스라인(face line)은 얼굴 윤곽 수술을 통해서 얼굴 전체의 맵시를 잡아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에스라인(S line)은 넥슨이 발표했던 게임 '서든어택2'에 나오는 캐릭터 마야처럼 "잘록한 허리, 풍선 같은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여성의 체구를 지칭한다.영어 알파벳 S자처럼 옆에서 보면 가슴과 힙이 강조된 스타일을 이른다. 순 우리말로는 '호리병 몸매'라고 한다. V라인과 S라인은 여성 몸매를 놓고 우리끼리 쓰는 한국식 표현이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고 있자면 탤런트,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모두가 닮은 꼴이다. 종(種)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도처에 "코 세우고 턱 깎고 눈 찢은" 성형미인 뿐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성형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에세틱(aesthetic) 성형이다. 지금보다 더 예뻐지기 위해서 하는 코수술, 지방흡입술, 쌍꺼풀수술, 턱수술 등이 여기 속한다. 둘째 재건(reconstruction) 성형이다. 화상이나 외상 등 사고를 당했거나 선천적 결함이 있는 부위를 원상 회복시키는 수술이 그것이다.
왜 우리나라가 성형왕국의 오명을 듣게 되었을까? 아마도 beauty bias 때문일 것이다. '미인편견'이란 얼굴이 예쁘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일도 더 잘 할 것이라고 믿는 사회적인 오해다. 이를 입증하는 통계수치가 있다. 미국 성형여성의 42%가 가슴확대수술을 받는데 비해 한국 성형여성 77%는 얼굴 손보기에 집중하고 있다. 젊음과 건강보다 더 큰 아름다움이 어디 있겠는가. 여성들이여, 명심하라. 미인박명(美人薄命)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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