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에 금융자금 유입
가격 오르락 내리락 '널뛰기'
원자재 파생상품 발달 투자자들 대거 몰려
철광석 선물 거래량 4배 ↑ '금융화' 조짐
수급과 무관한 가격 급등락 현상도 뒷받침
가격 오르락 내리락 '널뛰기'
원자재 파생상품 발달 투자자들 대거 몰려
철광석 선물 거래량 4배 ↑ '금융화' 조짐
수급과 무관한 가격 급등락 현상도 뒷받침
![[알아봅시다] 철광석 가격, 금융시장에서 결정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202101832005001[1].jpg "[알아봅시다] 철광석 가격, 금융시장에서 결정한다?")
지난 3월 7일 철강업계는 이례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칭다오항으로 들어오는 철광석 가격이 단 하루 만에 19%나 폭등해 톤당 63.7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철광석 가격을 매일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 상승 폭입니다. 이날 철광석은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철광석 선물가격은 싱가포르거래소에서 21% 급등하며 톤당 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다롄상품거래소에서도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런 급등 현상은 철광석 선물과 관련 원자재 주식에 투기 자본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상품 시장에서 다른 원자재에 비해 금융 부문의 영향을 덜 받았던 철광석 시장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철광석의 가격 형성 매커니즘을 파악하려면 우선 '원자재 시장의 금융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원자재 시장의 금융화는 말 그대로 원유와 금속, 곡물 등의 가격이 수급요인뿐만 아니라 상품 시장에서 금융 부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뜻합니다. 주로 선물과 옵션, 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로 금융 시장의 자금이 원자재 시장에 유입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자재를 직접 사서 쓰지 않는 사람이나 자본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이렇게 되면 원자재 가격은 수급과 재고 등의 요인을 비롯해 금리와 환율 등 시장 상황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부문에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원자재 파생상품이 발달하면, 주식과 채권처럼 금융상품의 한 종류로 분류해 투자자들이 나서는 것이죠.
문제는 원자재의 금융화가 상품 가격의 왜곡을 발생시켜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투기성 거래가 기승을 부릴 경우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원자재 값이 급등해 기업은 원료비 부담을 떠안아야 합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등락 폭이 클 경우 기업들의 현금흐름도 덩달아 불확실해진다는 점에서 원자재의 금융화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물론 부정적 측면만 있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원자재 가격을 확인할 수 있어 가격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탓으로 돌리고, 제품값을 함부로 올렸다간 혼쭐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알아봅시다] 철광석 가격, 금융시장에서 결정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202101832005001[2].jpg "[알아봅시다] 철광석 가격, 금융시장에서 결정한다?")
철광석 역시 금융화의 가능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롄상품거래소의 철광석 선물 거래량은 지난 4월 한 달 간 계약 규모가 3300억달러(한화 375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금 선물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일각에서는 선물거래 증가와 가격 급등락 현상을 금융화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이 급등락한 원인은 투기자본이 철광석 파생 시장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철광석 가격의 변동성이 수급 문제로 설명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철광석 선물 시장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선물의 경우 싱가포르거래소를 비롯해 중국 다롄상품거래소, 영국의 ICE, 미국의 나스닥 OMX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 등의 플랫폼에서 철광석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철광석을 비롯해 원료탄과 열연코일, 철근, 철스크랩(고철) 등 거래 상품도 다양화하는 추세입니다. 가격 변동성도 확대하는 양상입니다. 호주 등 중 공급지역의 이상기후와 유통상 투기 수요 등 수급과 무관한 요인의 영향으로 가격 널뛰기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은 5년 전에 비해 3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루에 19% 폭등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다만 철광석 시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외국인 선물 거래를 제한하고 있고, 철광석 주문 시점에 거래 가격을 결정해 가격 변동이 자연스럽게 헤지(위험회피·hedge) 하는 효과 등으로 금융화가 급격하게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호주의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으로 철광석 가격이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철강사들이 중국 금융시장의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을 조언합니다. 또 철광석 가격을 예측할 때 수급 요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자금 흐름과 자본시장, 원자재 시장 상황, 환율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앞서 금융화를 선행한 원유시장과 여기서 적응한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철강사가 파생상품 거래에 전략과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할 경우 오히려 위험요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내 철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 역시 철강제품 시장 수급은 물론 원자재 시장의 대내외 변수를 고려한 투자 활동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지윤기자 galileo@
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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