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 변호사ㆍ 카이스트 겸직교수
![[DT광장] `지식재산` 지원시스템 바로잡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0102102351607001[1].jpg "[DT광장] `지식재산` 지원시스템 바로잡자")
최근에 지식재산분야의 전문가의 개념 및 그 업무범위에 대한 혼란과 오해가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에서 그 제도를 도입한 소위 변리사(Patent Agent)와 변호사(Attorney)제도에 있어서의 정확한 개념과 그 업무범위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특허청에서의 특허권출원 및 이의신청 등의 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를 Patent Agent라고 한다. 다만 이들의 업무는 특허청과 특허청 내에 있는 특허심판원(PTAB)에서의 '특허'와 관련한 출원 관련 대리행위에 한정된다. 그리고 이들은 법정에서 특허 관련 소송대리행위는 일체 할 수 없다. 그리고 심지어 특허무효심판과 관련해 일반적인 법률적인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도록 특허청윤리장전에서는 이를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상표권출원행위도 할 수 없다. 상표권 관련 출원행위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작권 관련 업무 역시 Patent Agent의 업무는 아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Patent Agent인 변리사의 경우는 미국과 달리 상표권출원행위도 가능하고 심지어 나아가 특허법원에서의 법정 소송대리업무도 하는 등 그 권한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있다. 특히 상표권출원행위와 관련해서는 미국에서와는 완전히 반대다. 왜냐하면 미국내에서는 변호사만이 상표출원을 할 수 있고, 변리사는 상표권출원행위를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상표출원업무는 전적으로 법률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비법률가인 변리사가 상표권출원행위를 하고 있고 변호사는 사실상 상표권출원행위를 할 수 없다. 즉 변리사등록을 해 특허청으로부터 코드번호를 받아야 상표출원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부터 출발이 잘못됐다. 그리고 현행 변리사법에서는 저작권 관련 업무는 변리사의 소관업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이에 대한 대리가 이뤄지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변리사가 특허법원에서 변호사의 자격이 없음에도 소송대리를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내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당장 전문가손해배상의 소송에 당할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이는 직역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소비자보호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부 주장처럼 단지 특별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라면 의학, 건축, 노동, 금융 모든 영역에서 변호사보다는 비변호사인 해당분야 전문가에게 모두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비법률전문가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경우에 사법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 부분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비변호사인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하는 경우에 전세계보험회사에서 과연 전문가손해배상책임보험가입을 허용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Patent Attorney는 변호사만을 지칭한다. 그런데 현재 변리사회에서 변리사회의 공식영문명칭이 Korea Patent Attorneys Association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변리사가 Attorney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에 소비자로 하여금 법적 전문가라는 불필요한 오해와 혼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사법소비자에게는 이러한 명칭의 사용은 심각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제 글로벌시대이기 때문에 국내외 사법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오는 용어의 선택은 소비자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attorney는 변호사를 지칭하고, 변호사가 아닌 자로서 제한적인 법률업무를 하는 자를 agent라고 지칭하는 것은 상식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변리사의 실무수습 등에 관하여도 미국내에서는 Patent Attorney나 Patent Agent 모두의 경우에 별도의 실무수습을 달리 요구하지는 아니한다. 자신의 전문지식의 연마는 각자에게 맡겨져 있고, 나아가 전문성부분은 시장에서 판단하도록 자율성이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수습의 강제는 오히려 해당시장의 신규진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보인다. 이는 특히 최근에 변리사의 실무수습 등에서 허위진단서 등을 통한 부실수습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실무수습이 필요하다면 수습기관의 엄격한 자격조건 및 합리적인 수습과정 기준의 설정, 그리고 수습과정의 적정성담보를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기적인 평가 및 퇴출내지 징계 등 기본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실무수습의 부실화는 어느 정도 예견되고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져 달리 실무수습의 실효성을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