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금고지기 집중 추궁 '성과'
한일 양국 자금관리인 G씨 주목
돈 흐름·일본 유출 등 파악 열쇠
부동산 거래 담당 '롯데자산개발'
비자금 조성 '헤드쿼터' 가능성도
계열사에 수십억대 일감 몰아주기
롯데케미칼 원가 부풀리기 의혹도
한일 양국 자금관리인 G씨 주목
돈 흐름·일본 유출 등 파악 열쇠
부동산 거래 담당 '롯데자산개발'
비자금 조성 '헤드쿼터' 가능성도
계열사에 수십억대 일감 몰아주기
롯데케미칼 원가 부풀리기 의혹도
■ 롯데 비자금 수사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3000억원대에 이르는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지난 10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롯데그룹 본사, 정책본부, 그룹 계열사 등을 압수 수색해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계열사 간 자산 거래, M&A 등 해외 거래, 부동산 거래 등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 수사의 초점이 비자금 조성에 맞춰져 있는 만큼 롯데그룹과 관련한 '수상한 거래'는 모두 뒤지고 있다.
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 검찰은 수사 방향을 크게 두 축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오너 일가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을 불러 집중 추궁하는 것이다. 수사 이틀째인 지난 11일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일민 전무와 류제돈 전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100억, 신동빈 회장 200억원 등 총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은 해당 자금이 배당금과 급여 성격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액수가 지나치게 크고, 이 전무가 신 총괄회장의 전 비서였던 점을 비춰 총수 일가의 비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류 전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롯데호텔 34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현장을 급습해 신 총괄회장이 은닉한 것으로 보이는 현금 30억여 원과 오너 일가의 입출금 내역이 담긴 서류뭉치와 통장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두 금고지기와 더불어 자금 흐름의 맥을 쥐고 있는 인물로 G씨를 주목하고 있다. 롯데그룹 내 한일 양국의 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G씨를 소환할 경우 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여부는 물론 일본 계열사 등이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거나 일본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정황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G씨는 국내 금융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이자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이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곧 소환될 예정인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도 검찰이 예의 주시하는 인물이다.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이 신동빈 회장의 '핵심 3인방'이라는 점에서 재계에서 검찰 수사의 '키맨'으로 거론하지만 검찰은 김 대표를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주로 부동산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해온 만큼 그룹의 부동산 거래를 맡고 있는 롯데자산개발이 비자금 조성의 '헤드쿼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는 10년째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국내외 특수목적법인(SPC) 11곳의 대표도 겸직하고 있어 비자금의 핵심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대표를 조만간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비자금 조성과 더불어 배임 의혹에 대해 검찰은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 해외 거래, 부동산 거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계열사에서 '싹쓸이'해 온 자료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연간 5조원 이상의 원료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중간에 끼워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일본 롯데로 비자금을 보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희소물질 수입 등 특수 상황이 아닌 한 중간에 트레이딩 업체를 추가하는 경우는 드문 만큼 비자금 조성 수법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자산개발이 지난 2008년 신격호 총괄회장의 인천 목상동 일대 땅 166만여㎡(공시지가 200억원대)를 롯데상사가 504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도 관여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수사도 진행 중이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로,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 등과 계약을 맺은 카드결제 대행업체(VAN)에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카드결제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같이 검찰 수사가 휘몰아치듯 빠른 속도로 이뤄지자 롯데도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고검장 출신 차동민 변호사를 선임했다. 차 전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3과장과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낸 기업 형사사건 전문가다. 김앤장 소속 송광수 전 검찰총장,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도 이번 비자금 사건 방어에 참여할 예정이며, 롯데는 일단 김앤장이 사건을 전담 마크하되 상황에 따라 계열사 별로 다른 로펌을 추가 선임할 계획이다.
박미영·박정일·이재운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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