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새 국면… 검찰수사 주목
일 주총 판세 안갯속
일 주총 판세 안갯속
■ 롯데 비자금 수사
지난 10일 검찰의 롯데그룹 및 계열사 압수수색 당시 신동빈 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부재중이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병실을 지키고 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1일 "검찰 수사는 신동빈의 사업이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격했다. '반격의 기회'를 맞은 신 전 부회장이 또 한번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7월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전원을 '손가락 해임'하면서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두 차례 모두 완승을 거두며 '원톱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후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을 약속하며 주주들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의 신뢰를 얻어 롯데그룹 핵심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건재함과 '장자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한편 신 회장을 상대로 세차례 소송전에 나섰다. 급기야 올해 3월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에 주식 배분 등의 '파격 카드'를 던졌지만 신 회장에게 기운 판세를 뒤집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형제간분쟁 3라운드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임시 주총 이후 주주 제안을 통해 신 회장 해임안을 이미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돌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기폭제'로 삼아 주총 전 종업원을 대상으로 신동빈 흠집 내기에 나서는 한편 주요 계열사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신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분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두 형제의 우호 지분 차도 크지 않아 주총에서 누가 승리할 지 예견하기 힘들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이 1.4%에 불과하지만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의 지지를 등에 업고 우세를 점해왔다. 신 전 부회장은 최대 주주인 광윤사(28.1%)를 지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 수사를 계기로 우호지분 중 한 곳이라도 신 회장으로부터 마음을 돌리면 상황이 바뀐다.
롯데그룹은 주총 표 대결 결과에 대해 자신한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안건에 대해선 과거 몇 차례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검찰 수사로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동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신 회장이 해외 출장 후 한국으로 곧장 오지 않고 일본행을 택한 것은 주총 표 대결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7일 멕시코로 출국한 신 회장은 14일 액시올사 기공식에 참석한 뒤 16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액시올사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곧장 일본으로 건너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9월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진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번 검찰수사가 비자금 조성, 횡령·배임 혐의까지 폭넓게 진행되는 데다 계열사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재계 한 인사는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의 정통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고, 신 회장은 검찰 수사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일관되게 '경영의 적자'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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