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이 오너 일가로 미래비전·내부정비 '제동'
미 '액시올' 인수 철회 롯데케미칼 뼈아픈 결정
면세점 재획득 힘들어져 롯데타워 완공도 불투명
미 '액시올' 인수 철회 롯데케미칼 뼈아픈 결정
면세점 재획득 힘들어져 롯데타워 완공도 불투명
■ 롯데 비자금 수사
지난해 경영권 다툼으로 한차례 위기를 겪었던 롯데그룹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의 칼끝이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를 향하고 있어 '신동빈 원톱' 체제에서 진행하던 핵심 사업은 물론 미래 비전과 내부 정비 등 현안에 모두 제동이 걸렸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 미국 화학회사 인수 등 인수합병(M&A), 면세점 사업권 재획득,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그룹의 명운을 건 대형 이벤트들이 줄줄이 무산됐거나 차질을 빚게 됐다.
13일 롯데그룹은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매출 4조원대에 이르는 액시올 인수로 매출 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해왔다. 하지만 검찰수사 이후 지난 10일 인수 의향서를 철회하며 무위에 그쳤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케미칼과 화학부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 때문에 액시올 인수철회는 롯데그룹에는 더욱 뼈아픈 결정일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지난 1990년 당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이사·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또 지난해 7월 초 신 회장이 직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를 직접 제안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인수계획 철회 배경에 대해 "최근 그룹이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과 인수경쟁이 과열된 점을 고려했다"며 "신동빈 회장이 철회를 결정한 뒤 매우 크게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호텔롯데 상장도 검찰 수사에 발목이 잡혔다. 호텔롯데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무기 연기한다고 밝혔다.
철회신고서를 통해 "당사에 대한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대표 주관회사 동의하에 잔여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호텔롯데는 내달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5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뒤 인수합병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상장 후 아시아 3위 호텔 및 글로벌 5위 테마파크 사업자 도약, 해외 명품 브랜드 인수 등의 청사진도 세웠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 듀프리, DFS그룹에 이은 세계 3위 면세점(약 33억4600만유로)이다. 공모자금으로 대형 인수합병만 성공해도 2위까지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결산·회계 자료 부정 사실이 밝혀지면 상장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상장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 때 드러난 기업 지배구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둘렀던 만큼 롯데로서는 '내부정비'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권 재획득도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지난해 재승인에서 탈락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오는 12월 특허권 재획득을 노렸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가 비자금 조성과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특허권 재획득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최근 정운호 게이트까지 연루됐고 검찰 수사에서 롯데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분식회계 등이 드러나게 되면 잠실면세점을 되찾겠다는 롯데의 희망은 산산 조각날 가능성이 크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이었던 롯데월드타워의 연내 완공도 차질이 예상된다. 롯데월드타워 건설 승인 과정에서 MB정권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검찰이 집중 수사할 것인 만큼 최악의 상황에는 공사 중단까지 이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롯데월드타워 사업을 총괄해온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로 인해 업무를 추진할 수 없는데다, 롯데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으로 소환될 가능성도 크다.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인명피해 사건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관련자 구속에 따른 업무 공백은 물론 피해 보상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점쳐져 마트 사업도 위기가 예상된다.
롯데홈쇼핑도 미래부로부터 6개월간 황금시간대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아 영업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롯데홈쇼핑은 행정소송 등을 고려하는 한편 미래부에 선처를 요청했지만 미래부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무너진 그룹 이미지가 가장 큰 타격이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으로 손상된 이미지를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계열사간 투명경영을 통해 회복하려 했지만 요원해졌다. 롯데그룹 측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신 회장도 향후 경영의 최대 가치로 투명 경영,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 등을 강조한 만큼 만약 고칠 부분이 드러나면 과감하게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지난해 경영권 다툼으로 한차례 위기를 겪었던 롯데그룹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의 칼끝이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를 향하고 있어 '신동빈 원톱' 체제에서 진행하던 핵심 사업은 물론 미래 비전과 내부 정비 등 현안에 모두 제동이 걸렸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 미국 화학회사 인수 등 인수합병(M&A), 면세점 사업권 재획득,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그룹의 명운을 건 대형 이벤트들이 줄줄이 무산됐거나 차질을 빚게 됐다.
13일 롯데그룹은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매출 4조원대에 이르는 액시올 인수로 매출 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해왔다. 하지만 검찰수사 이후 지난 10일 인수 의향서를 철회하며 무위에 그쳤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케미칼과 화학부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 때문에 액시올 인수철회는 롯데그룹에는 더욱 뼈아픈 결정일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지난 1990년 당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이사·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또 지난해 7월 초 신 회장이 직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를 직접 제안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인수계획 철회 배경에 대해 "최근 그룹이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과 인수경쟁이 과열된 점을 고려했다"며 "신동빈 회장이 철회를 결정한 뒤 매우 크게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호텔롯데 상장도 검찰 수사에 발목이 잡혔다. 호텔롯데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무기 연기한다고 밝혔다.
철회신고서를 통해 "당사에 대한 최근 대외 현안과 관련,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대표 주관회사 동의하에 잔여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호텔롯데는 내달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5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 뒤 인수합병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상장 후 아시아 3위 호텔 및 글로벌 5위 테마파크 사업자 도약, 해외 명품 브랜드 인수 등의 청사진도 세웠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 듀프리, DFS그룹에 이은 세계 3위 면세점(약 33억4600만유로)이다. 공모자금으로 대형 인수합병만 성공해도 2위까지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결산·회계 자료 부정 사실이 밝혀지면 상장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상장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 때 드러난 기업 지배구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둘렀던 만큼 롯데로서는 '내부정비'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권 재획득도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지난해 재승인에서 탈락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오는 12월 특허권 재획득을 노렸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가 비자금 조성과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특허권 재획득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최근 정운호 게이트까지 연루됐고 검찰 수사에서 롯데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분식회계 등이 드러나게 되면 잠실면세점을 되찾겠다는 롯데의 희망은 산산 조각날 가능성이 크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이었던 롯데월드타워의 연내 완공도 차질이 예상된다. 롯데월드타워 건설 승인 과정에서 MB정권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검찰이 집중 수사할 것인 만큼 최악의 상황에는 공사 중단까지 이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롯데월드타워 사업을 총괄해온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로 인해 업무를 추진할 수 없는데다, 롯데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으로 소환될 가능성도 크다.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인명피해 사건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관련자 구속에 따른 업무 공백은 물론 피해 보상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점쳐져 마트 사업도 위기가 예상된다.
롯데홈쇼핑도 미래부로부터 6개월간 황금시간대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아 영업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롯데홈쇼핑은 행정소송 등을 고려하는 한편 미래부에 선처를 요청했지만 미래부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무너진 그룹 이미지가 가장 큰 타격이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으로 손상된 이미지를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계열사간 투명경영을 통해 회복하려 했지만 요원해졌다. 롯데그룹 측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신 회장도 향후 경영의 최대 가치로 투명 경영,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 등을 강조한 만큼 만약 고칠 부분이 드러나면 과감하게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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