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에그 프라이’에도 초미세먼지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6/20160602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에그 프라이’에도 초미세먼지가…")
고급식당에 가면 dining room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bar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게 된다. 가벼운 칵테일을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매니저가 와서 "식전주 한 잔 하셔야지요?"라고 권유한다. 밥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샴페인이나 로제가 식전주다. 고급호텔 식당에선 샴페인 한 병 값이 4,50만원 하는 경우도 있다. 입맛 돋게 하는 식전주가 입맛을 쓰게 만든다.
What kind of drink would you like?(무슨 음료를 드릴까요?) 또는 What do you care for? 라고 묻기 십상이다. 다이닝 룸으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선택의 고민은 가중된다. 그냥 코스요리를 주문해도 선택지는 간단하지 않다. 1)뭘 드시겠느냐? 2)전채(前菜)는? 3)샐러드는? 4)수프는? 5)메인은? 6)고기는 얼마나 익힐까요? 7)겨자 소스나 민트는? 8)메인에 곁들이는 감자는? mashed(짓이긴 감자), baked(구운 감자), or French fries? 9)후식은? 만약 아이스크림을 선택하면 또 묻는다. 딸기, 바닐라, 초콜릿, etc가운데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고급요리의 후식에는 치즈와 브랜디가 나오는데 종류가 몇 가지나 된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비즈니스 만찬 자리에선 좌불안석이 되기 쉽다. 언제 브러셀에 갔다가 언론사 고위인사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 송아지 요리를 먹었던 기억이 새로운데, 술이 4가지 등장했다. 로제(rose- 엷은 핑크빛 와인)가 식전주로 나오고 전채에는 white wine, 메인 요리에는 red wine 그리고 후식 때 brandy가 나왔다. 어떻게 보면 대접받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오늘 주제는 테이블 매너가 아니라 fry요리다. 고등어를 굽든가 에그프라이를 할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여성 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해서 집집마다 비상이 걸렸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별 문제없다고 하지만 한동안 생선가게가 파리를 날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침식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계란요리다. 계란은 완전 식품이다. 계란을 어떻게 요리해 먹는가? 에그프라이(egg fry)? 프렌치 프라이는 보통명사가 됐지만 에그프라이는 broken English다. fried egg라고 해야 한다. 계란을 요리해서 먹는데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You want them sunny side up or down?(계란프라이를 양쪽으로 다 익힐까요, 반쪽만 익힐까요?) I like my eggs sunny side up(한쪽만 익혀 주세요). 아니면 How do you like your eggs?(달걀요리를 어떻게 할까요?) I'd like mine scrambled(스크램블로 해주세요). 한쪽만 익히면 sunny side up, 뒤집어 양쪽을 익히면 overeasy라고 한다. 그럼 반숙 에그프라이는 뭐라고 해야 할까? lightly fried egg다. 보통 삶은 계란(boiled egg)과 흰자와 노른자를 서로 섞어 익혀낸 계란 요리(scrambled egg)는 미리 준비를 해두지만, 에그프라이와 오믈렛(omelette) 그리고 수란(poached egg)은 별도 주문을 해야 한다. 오믈렛의 종류는 plain, mushroom, ham, cheese, kidney, spinach 등 많이 있다. 호텔식당에서는 오믈렛을 위해 온갖 재료를 미리 준비해놓고 뭘 원하느냐고 묻는다. everything 또는 combination이라고 말하면 골고루 넣어서 조리해 준다.
감자 역시 아주 중요한 식재료다. 구워서 먹고 삶아서 먹고 감자전, 스프, 크로켓, 해시 브라운스 등 다양하게 쓰인다. 감자요리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게 프렌치 프라이(Frenchfries)다. fry란 무슨 뜻인가? "to cook in a pan over direct heat, usually in a hot fat"(뜨거운 기름에 튀긴다)는 말이다. 다만 복수 fries는 fried potatoes(튀긴 감자)와 같은 뜻이 된다. 영국에서는 튀긴 감자를 뭐라고 부르는가? chips다.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가 바로 fish and chips 아닌가. 영국, 호주, 남아공, 아일랜드 등에서는 프렌치프라이를 shoestring fries(구두끈 프라이)라고 부른다.
왜 감자튀김이 Frenchfries가 되었을까? 1802년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백악관 만찬에 프랑스식으로 요리한 감자(potatoes served in the French manner)를 처음 내놨다고 한다. 그 뒤 1856년 어떤 요리책에 French fried potatoes란 표현이 처음 등장했고 얇게 쓴 감자를 끓는 기름에 튀겨서 소금을 친, 양쪽이 노랗게 익힌 것을 가리키게 됐다. 프렌치 프라이가 대중음식으로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McDonald's, Burger King, Wendy's와 같은 fast food chain점이었다.
나는 감자요리 중에서도 hash browns를 제일 좋아한다. 감자를 체친듯 썰어서 사각모양으로 또는 동그랑땡처럼 만들어 버터와 오일을 두른 팬에 갈색으로 구워낸 게 해시 브라운스다. hash는 잘게 쓴다는 의미고 browns는 노랗게 굽는다고 해 생긴 이름이다. 글로벌시대에 '세계시민'이 되려면 테이블 매너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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