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정부적으로 추진하는 해운·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여전히 돈타령만 하고 있고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은 원칙 없이 여론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19일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고위 관계자로 구성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가 2차 회의를 열었으나 큰 진전 없이 끝났다. 협의체는 이날 회의에서 자본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향후 구조조정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의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을 병행하는 안을 검토했다.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해 자본확충을 위한 최적의 조합(policy-mix)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원칙적인 합의 수준이다. 자본확충의 규모는 결정하지도 못했다.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를 선언한지 벌써 2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헛바퀴를 도는 듯한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더 심각하다. 일부 구조조정 논평가들과 여론에 휘둘려 당초 원칙을 하나둘씩 깨뜨려가고 있다. 지난 18일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 정용석 구조조정부문장(부행장)을 동석시켰다. 채권단을 대표해 용선료 협상 테이블에 참석했다는 것이 산업은행 측의 설명이나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난관에 부딪치면서 사실상 산업은행이 소매를 걷어부쳤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이번 산업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철저한 역할분담을 내세웠다. 부실기업이 엄정한 자구계획을 바탕으로 회생안을 제출하면 채권단은 채무를 유예해 회생의 기회를 주고, 정부와 국회는 입법과 제도를 통해 그 과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6일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마친 직후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다시 한번 이 원칙을 강조했다. 경영능력을 상실하고 협상 능력도 없는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용선료 인하나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같은 중대 협상을 맡겨만 두지 말고 정부가 협상을 지원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임 위원장은 "개별 기업 문제에 대해 관여해선 안 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또 "채권단 지원은 개별 기업이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잔류 등 조건을 충족했을 때 이뤄지는 '조건부 자율협약'에 따른 것이며 조건이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을 때는 필요한 조치(법정관리)까지 감수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산업은행의 행보는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앞서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탈락했을 때도 산업은행은 '해운동맹 제외와 무관하게 정상화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글로벌 해운동맹 잔류'가 이미 깨졌음에도 산업은행 측은 "동맹 탈락이 아니라 유보일 뿐"이라며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 동맹 참여 여부를 다시 확정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최종 결정 시한인 10월까지는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자율협약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금이 채권단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도 산업은행은 '일단 지원'을 외쳤다. 당초 자율협약은 모든 채무 이해관계자의 100% 동참이 기본이었다.
이쯤되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산업은행이 독단적으로 원칙을 어기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만약 산업은행이 정부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면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역량 자체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현재 정부와 중앙은행은 산업은행 등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자본확충을 논의하고 있다. 부실은 털어내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린다는 것이 이번 산업 구조조정의 원칙이고 본질이다. 지금대로라면 결국 우려했던 대로 구조조정은 경쟁력 없는 부실기업에 '혈세 퍼주기' 지원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다시 한번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밑그림과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하기 바란다.
19일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고위 관계자로 구성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가 2차 회의를 열었으나 큰 진전 없이 끝났다. 협의체는 이날 회의에서 자본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향후 구조조정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의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을 병행하는 안을 검토했다.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해 자본확충을 위한 최적의 조합(policy-mix)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원칙적인 합의 수준이다. 자본확충의 규모는 결정하지도 못했다.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를 선언한지 벌써 2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헛바퀴를 도는 듯한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더 심각하다. 일부 구조조정 논평가들과 여론에 휘둘려 당초 원칙을 하나둘씩 깨뜨려가고 있다. 지난 18일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 정용석 구조조정부문장(부행장)을 동석시켰다. 채권단을 대표해 용선료 협상 테이블에 참석했다는 것이 산업은행 측의 설명이나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난관에 부딪치면서 사실상 산업은행이 소매를 걷어부쳤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이번 산업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철저한 역할분담을 내세웠다. 부실기업이 엄정한 자구계획을 바탕으로 회생안을 제출하면 채권단은 채무를 유예해 회생의 기회를 주고, 정부와 국회는 입법과 제도를 통해 그 과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6일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마친 직후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다시 한번 이 원칙을 강조했다. 경영능력을 상실하고 협상 능력도 없는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용선료 인하나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같은 중대 협상을 맡겨만 두지 말고 정부가 협상을 지원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임 위원장은 "개별 기업 문제에 대해 관여해선 안 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또 "채권단 지원은 개별 기업이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잔류 등 조건을 충족했을 때 이뤄지는 '조건부 자율협약'에 따른 것이며 조건이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을 때는 필요한 조치(법정관리)까지 감수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산업은행의 행보는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앞서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탈락했을 때도 산업은행은 '해운동맹 제외와 무관하게 정상화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글로벌 해운동맹 잔류'가 이미 깨졌음에도 산업은행 측은 "동맹 탈락이 아니라 유보일 뿐"이라며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 동맹 참여 여부를 다시 확정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최종 결정 시한인 10월까지는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자율협약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금이 채권단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도 산업은행은 '일단 지원'을 외쳤다. 당초 자율협약은 모든 채무 이해관계자의 100% 동참이 기본이었다.
이쯤되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산업은행이 독단적으로 원칙을 어기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만약 산업은행이 정부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면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역량 자체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현재 정부와 중앙은행은 산업은행 등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자본확충을 논의하고 있다. 부실은 털어내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린다는 것이 이번 산업 구조조정의 원칙이고 본질이다. 지금대로라면 결국 우려했던 대로 구조조정은 경쟁력 없는 부실기업에 '혈세 퍼주기' 지원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다시 한번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밑그림과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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