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대한민국은 ‘맘’ 공화국](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12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대한민국은 ‘맘’ 공화국")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고/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어머님의 은혜 가이 없으라.
지난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그리워한다. 어머니, 참으로 거룩한 이름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어머니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한석봉 어머니를 먼저 떠올린다. 조선 중기 명필(名筆) 한석봉의 어머니는 자만에 빠진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자신은 칼을 들어 떡을 쓸고 아들은 붓 잡고 글씨를 쓰는 내기를 한 후, 내기에 진 아들을 뉘우치게 해서 다시 글씨공부에 전념하게 만들었다는 전설적 인물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대표적 사례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다. 맹자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는 고사(故事)다. 어머니의 상징으로는 신사임당이나 안동 장씨를 꼽기도 한다. 예나 이제나 어머니들의 자식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머니투데이는 연전에 <대한민국은 '맘'공화국>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했는데(2013. 11. 22), 태교에서 취업까지 아이의 인생을 엄마들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듣도 보도 못한 '매니저 맘(manager mom)'이다. 태교여행에서 조리원 성장 앨범 유모차 선택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보를 육아카페 등에서 얻어 아이에게 올인하는 엄마를 일컫는다. 이들은 조리원, 백화점 문화센터, 영어유치원, 사립초교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고립되고 불안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신모성(新母性)이 맘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고 그 대표그룹이 대치동을 중심으로 하는 '대치맘'이라고 한다.
어미돼지가 새끼돼지들을 끌고 다니듯 여러 학부모를 끌고 다니면서 고액과외를 짜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리더는 '돼지엄마'라 칭한다. My daughter is 45 and one of those Helicopter Momzillas(내 딸은 45세인데 극성스런 헬리콥터 맘예요). 미국판 매니저 맘 이야기가 <애니의 우편함(Annie's Mailbox)>에 나와 있다. 친정엄마 의견을 묵살하면서 육아에 막무가내인 못말리는 엄마가 바로 헬리콥터 맘이다. 헬리콥터는 착륙하기 전에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헬기의 바람을 치맛바람에 빗대서 자녀 주위를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헬리콥터 맘이라고 칭한다. 미국의 헬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매니저가 됐다. 헬기 맘이든 매니저 맘이든 평생 자녀 주위를 맴돌면서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벗고 나서는 등 과잉 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韓美)가 똑 같다. 어머니의 역할이 넓고 큰만큼 맘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하는 엄마는 working mom, 자영업이 아니고 직장에 나가면 이와 구별해서 '직장맘'이라 부른다. 미혼인 엄마는 '미스맘'(영어로는 single mom이다)이고 애키우는 엄마는 '키즈맘'이다.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하면 '리턴 맘(return mom)'이 되고(한국식 조어다), 난민포용정책을 편 메르켈 독일총리는 '난민 맘'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피겨스타 김연아 엄마는 '피겨맘'이고 펜싱특기자로 자녀를 키우는 국제학교 엄마들은 '펜싱맘'이다. 한국남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은 필리핀 여성은 '코피노 맘'이라 불리고 현실 정치에 화가 난 엄마들(특히 갈팡질팡하는 육아 정책에 뿔이 난)은 '앵그리 맘'이 된다.
2011년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타이거 맘(tiger mom)'이 열풍을 일으켰다. 글자 그대로 호랑이 엄마는 자녀를 엄격하게 훈육하고 간섭하는 유형이다. 부모가 원하는 학교에 아이를 넣게 되었는지 몰라도 자녀를 너무 엄격하게 억압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헬기 맘과 반대되는 타입이 '빗자루 맘'이다. 자녀가 스스로 학습 및 진로를 탐색하는 가운데 엄마는 장애물을 치워주는 식으로 최소한의 간섭만하는 유형이다.
맘 중에서도 가장 걸작은 motor-mouth mom(입에 모터 달린 엄마)일 듯 싶다. 입에 발동기까지 달았으니 입싼 수다장이가 아닐 수 없다. 제대로 된 교육이라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만을 생각하게 만들지 말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함께 생각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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