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초대석] "1등보다 독창성·창의력 갖춘 `유니크`한 인재 키우겠다"

연구만 잘하는 기능인 그쳐선 안돼… '완성형 인재' 육성 목표
학생들 필요로 하는 것 가르치도록 교육 과정·커리큘럼 혁신
지식뿐 아니라 도덕·윤리도 중요… 공연 등 다양한 경험 제공
로봇·인공지능·바이오 등 각 출연연 핵심 연구영역 집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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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1등보다 독창성·창의력 갖춘 `유니크`한 인재 키우겠다"


■ DT 초대석

문 길 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


"학생들에게 지식이 아닌 상상력을 가르치려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고 얘기했습니다. 앞으로 열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문 지식뿐 아니라 독창성과 창의력을 갖춘 '유니크'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남색 재킷에 청바지, 한쪽 어깨에 배낭을 멘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온 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은 옷차림만 보면 영락없는 대학원생이었다.

"젊은 학생들과 함께하다 보니 더 젊어진 것 같다"는 그의 말에 활기가 느껴졌다. 국내를 대표하는 환경학자이자 출연연의 맏형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1월 UST 총장에 선임돼 '과학자'에서 '교육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만난 문 총장은 '유니크'한 교육과 인재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1등보다도 '유일한' 학생을 키우는 것이 UST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2003년 10월 설립된 UST는 국내 최초의 '국가연구소대학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들과 함께 미래 국가전략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UST는 현재 32개 연구기관을 캠퍼스로, 해당 기관의 연구원 1900여 명을 교수로 활용하고 있다.

UST 학생들은 첨단 연구장비가 갖춰진 연구소에서 현장 교수의 일대일 지도 아래 교육을 받으며, 대형 국책 연구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다. 지금까지 박사 417명, 석사 999명 등 1416명의 인재를 배출했고, 특히 박사학위 취득자들은 1인당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 3.5편, 특허 출원·등록 1.29건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놨다.

하지만 오랜 기간 출연연에 몸담았던 문 총장이 보기에는 장점만큼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문 총장의 목표는 당장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활약할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변화의 씨앗을 심는 일이다. 취임 이후 문 총장은 자문회의와 전 직원 워크숍, 설립연구기관장회의, 발전전략 수립 등으로 숨가쁜 100일을 보냈다. 그가 그리고 있는 'UST 21' 교육시스템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대담 =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 취임 100일을 맞이한 소감이 어떤가.

"어깨가 점점 무거워진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과연 얼마나 진전됐나 고민이다. 시작이 반이다. 6개월 안에 틀을 잡아야 4년 뒤에 제 궤도에 올라선다. 연구기관과 다르게 학교는 무언가 바꾸려면 최소 6년이 걸린다. 1월에 학교에 왔을 때 이미 봄학기 신입생은 선발이 다 된 상황이었다. 가을학기부터 변화를 주려고 해도 이미 광고가 다 돼 있어 못 바꾼다. 커리큘럼을 바꾸려면 기존 과정에 새로운 과정을 접목해야 한다. 교육자 출신이 아니다 보니 현장에서 부딪히는 부분도 있지만, 다행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 잘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 연구현장에서 교육현장으로 옮겨오면서 어떤 각오를 했나.

"엄청난 각오를 하고 왔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출연연에 몸담았기 때문에 UST의 장점과 함께 단점도 알고 있었다. 그런 단점을 고쳐보자는 생각으로 학교에 왔다. 장점은 출연연의 인프라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현장이 큰 자산이다. 단점은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하는데, 출연연 입장에서는 빨리 연구에 투입하고 싶어 한다. 학위만 받는 게 아니라 완성된 인재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이 크다.

학생들이 연구만 잘하는 기능인이 될까 걱정이다. 졸업하고 똑같은 일을 할 확률은 얼마 안 된다. 연구하던 곳에서 뿌리를 내린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가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범용적으로 잘해야 한다.

더 크게는 지금 학생들이 20년 뒤 사회의 중추가 될 텐데, 학교는 그때 필요한 걸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에게서 나온다. 세계적인 명문대도 훌륭한 교수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라 배출된 학생들이 잘하기 때문에 명성을 얻는 것이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잘 가르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지금 당장 쓸모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 뭔가를 더 가르쳐줘야 한다."



- UST만의 차별성을 가진 인재상은 무엇인가.

"아직 완전하게 정립하지는 못 했다. UST 인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계속 고민하며 토론 중이다. 1등을 만들 생각은 없다. 대신 유니크하게 만들려고 한다.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유니크한 인재가 필요하다. UST도 창의적이고 유니크한 인재를 기르는데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이런 차별성을 갖기 위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공통 커리큘럼에 대한 고민이 많다. 다행히 전임 원장들이 좋은 기반을 많이 마련해놨다. 이번 가을학기부터 입학생은 등록 전에 한 달 동안 본부 주도의 집중적인 역량강화 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에 어떤 인재상을 심어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연구기관에서는 학생들의 자질을 향상시켜 보내주길 원한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역량을 키우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대신 최소한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는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물리보다는 수학에 강하다든지, 이론은 약해도 실습은 강하다든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가르쳐 주려 한다. 학생들에게는 지식뿐만 아니라 도덕과 윤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이 약하면 아무리 똑똑해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새로운 경험도 많이 시켜주려고 한다. 운동 경기를 관람하거나 음악회를 감상하는 등 대학원생의 자질도 만들어 주고 싶다. 기회를 주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한 달이란 기간이 짧아 보이지만, 하루 8시간씩 기초를 가르치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



- 그동안 연구기관 수장을 맡아 다양한 혁신을 추구했는데 UST에서는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나.

"최근 국내 출연연들이 종합연구소같이 로봇,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좀 정리해 각 출연연에서 가장 잘하는 과제를 집중 지원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라면 뇌와 의공학 분야가 강점이다. 이런 식으로 출연연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꼽아 제출하면 해당 분야를 전공할 학생들을 그쪽에 집중적으로 보낼 계획이다. 출연연도 이를 통해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원하는 전공이 어디에 있는지 주요 연구기관을 안내할 계획이다. 올해 처음으로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6∼7개 출연연에 요청을 해서 동의을 받았다. 앞으로 학생의 60∼70%는 이런 방식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신진 과학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선정한 융합연구단도 중요한 전공이 될 것이다. 융합연구단에 선정된 과제는 국가가 미래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인 만큼, 나중에 일자리도 많이 나올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IBS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다. 이곳에 간 학생들은 학위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올가을에 준비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올해부터 강의를 강화하려고 한다. 현재는 연구원별로 자체 강의를 많이 한다. 하지만 강의는 어느 정도 학생들을 모아서 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이 생기고 경쟁력이 높아진다. 출연연에는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지만, 가르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연구와 달리 강의는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면 안 된다. 학생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를 위해 자문단을 만들어 최고의 강사진을 뽑고, 무엇을 가르칠지 직접 토론해 수업 내용을 만들 것이다. 또 올해부터 다른 교육기관에 위탁교육을 많이 시키려고 한다. KAIST 부총장을 만나 도움을 청했고, 서울에는 고려대학교, 대전 지역에는 충남대학교 등과 협력한다. 전체 교육 중 4분의 1 정도를 위탁교육으로 채울 계획이다.

다른 4분의 1은 출연연의 역량을 이용한 온라인 공개수업(MOOC) 등으로 교육하려고 한다. 올가을에 2∼3개 MOOC 강의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연 연구원들이 만든 UST만의 유니크한 강의가 될 것이다. 나머지 4분의 1은 실험실 현장에서 연구자들에게 직접 배우고 학점을 받는 과정이다."



- 이런 변화가 이뤄지려면 현장이 달라져야 하는데 준비가 돼 있나.

"현재 학교에 교수가 1900여 명, 학생이 1200여 명이다. 교수가 너무 많아 1000명 이하로 줄이려고 한다. 많은 분야를 모두 디테일하게 가르칠 필요는 없다. 강의를 없앤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통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공을 큰 틀에서 묶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공을 64개로 줄였다.

출연연을 활성화하는 것이 UST 초반의 목적이었고, 거기까지는 잘 달성했다. 이제는 학생 개개인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UST는 지금도 학생들이 일도 하고 월급도 받고 학위까지 받을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학교 총장 입장에서 봤을 때 학생 개인에게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더 성숙한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연구기관에서도 이런 면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 UST 내부적인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하나.

"내부 직원들도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직 학교 운영 측면에서 아마추어들이 많다. 다른 교육기관에 파견을 보내거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려고 한다. 직원 중 20~30대가 60%가 넘는다. 젊은 조직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이들이 잘하면 10년 후, 20년 후 주역이 된다.

지금 당장은 직원들이 원치 않을 수 있지만, 지금 편한 것이 나중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직원들이 좀 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 자긍심은 직원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일취월장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제약은 있을 수 있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제일 싫어하는 직원이 '이 직장에 뼈를 묻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훌륭하게 성장해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하려는 직원들이 돼야 한다. 배우려 한다면 기회는 계속 줄 것이다."



- 앞으로 어떤 교육자로 남기를 바라는가.

"당분간은 멀리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결과를 보고 그때 평가해 줬으면 한다. 연구도 결과가 좋아야 제대로 평가를 받는다. 4년 동안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고 떠나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10년 뒤에는 UST가 더 훌륭한 대학이고 꼭 가고 싶다는 학생들이 생기도록 만들고 싶다. 세계적으로 변화를 안 하는 대학은 우리나라 대학밖에 없다. 대학들이 변하지 않아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서로 가려고 목을 매니 변화를 안 한다. 하지만 외국 대학들은 변화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거기에 따라가야 한다."

정리=남도영기자 namdo0@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DT초대석] "1등보다 독창성·창의력 갖춘 `유니크`한 인재 키우겠다"


◇ 문길주 총장은…

◇학력

1972∼1978년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1978∼1980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기계·환경공학 (석사)

1980∼1984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기계·환경공학 (박사)

◇경력

1984∼1986년 인터폴(미국) 선임연구원

1986∼1991년 에어로버론먼트(미국) 선임연구원

1991∼201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 위원

1992∼2001년 KIST 환경연구센터 센터장

1996∼1997년 한국입자에어로졸학회 회장

2004∼2006년 KIST 강릉분원 분원장

2006∼2009년 KIST 부원장

2008∼2009년 한국대기환경학회 회장

2010∼2010년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

2010∼201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2013∼현재 국제대기환경보전단체연합회(IUAPPA) 회장

2016∼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상훈

1994년 환경부장관상

2005년 제15회 과학기술 최우수논문상

2006년 과학기술 훈장 웅비장

2013년 생산성경영대상 연구경영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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