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항암제 내성’ 극복 청신호 켜졌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20021023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항암제 내성’ 극복 청신호 켜졌다")
지난 1월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을 암 완치의 나라로 만들자'라는 새로운 국가적 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언한지 45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는 암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전쟁에서 불리하거나 패(敗)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우리나라 암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환자의 최근 5년(2009~2013년) 암생존률은 69.4%로 약 20여년전(1993~1995년) 통계에 비해 약 28.2% 포인트 향상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국가와 암연구자들은 암 정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연구를 통해 효과적인 암 치료법들을 개발해 왔다. 조기 암 진단과 예방으로 일부 암의 경우 발생률을 현저히 감소시켰으며,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아 암의 완치율도 현저히 높였다. 또한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개발과 암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방사선을 집중시키는 치료기술 등은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외과적 수술과 함께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암을 치료하고 관리하기 위한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 완치는 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개발된 항암 화학요법제와 표적치료제는 암환자의 생존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줬다. 그러나, 초기의 좋은 치료 반응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항암제 사용 후에는 결국 사용된 항암제에 내성을 지닌 암세포의 출현으로 다시 항암치료에의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이것이 암 정복, 또는 성공적인 암 치료의 길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1950년대에 이미 연구자들은 암세포가 항암제에 의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여 항암제가 듣지 않을 것을 예견했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여러 가지의 항암제를 함께 사용해 암세포가 내성을 얻는 경로를 막고자 시도했으며, 일부는 성공했으나 아직 항암제 내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항암제 내성 암세포는 항암제가 암세포내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기도 하고 들어온 항암제를 암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증가시켜 항암제의 효능을 감소시킨다. 또한, 세포내로 들어온 항암제를 변화시켜 항암효과를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암세포 특이 생체지표를 표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표적항암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현의 경우, 항암제가 결합하지 못하도록 표적을 변이시키거나 표적의 양을 늘려 약물의 작용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또한 암세포 성장과 유지에 필요한 표적과는 다른 세포신호전달과정을 활성화해 암세포의 성장을 유지시키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항암제 내성 암세포는 항암제의 공격을 회복하고 항암제에 의한 세포 사멸을 피한다.
최근 암연구자들은 '항암제 내성 암세포'의 생존 방식과 암세포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척하는 새로운 경로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체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유전자 돌연변이 표적 폐암치료제인 이레사(제피티닙), 타쎄바(엘로티닙), 지오트립(아파티닙) 등은 평균적으로 1년 정도 사용 후에 50~60% 환자에서 동일 유전자내 이차돌연변이 또는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로 내성이 발현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EGFR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고, 암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여러 우회신호전달계와 암세포의 전이과정을 규명해 그 저해제를 개발했다. 또한, 내성을 유도하는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 이를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가장 널리 알려진 EGFR 표적치료제의 내성기전인 EGFR T790M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개발됐다.
그 동안 효과적인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천연물 유래 물질들이 제시됐고, 그 결과 탁솔(파클리탁셀), 캄포테신, 빈블라스틴 등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 항암제가 개발됐으며, 실제 항암제의 약 60% 이상은 천연물 유래 화합물과 관련성이 있어, 천연물은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최근에는 식물뿐만 아니라 해양천연물 또는 다양한 환경 서식 천연물에서 새롭게 발굴한 천연물유래 화합물과 이들 유도체 화합물들이 실험실에서 항암제 내성 암세포에 대해 뛰어난 항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재발하거나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인 아플리딘(플리티뎁신), 기존의 캠포테신 보다 약제 내성기전에 저항력을 갖고 있는 카레니테신 등을 포함해 약 38개의 천연물 또는 그 유도체가 임상시험에서 그 효능을 검증받고 있다. 2000년부터 2013년 사이 익셈프라(이자베필론), 할라벤(에리불린메실산염) 등 총 9개의 천연물 유래 신약이 시판되어 기존의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거나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항암제 내성이 항암치료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지금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천연물은 항암치료와 항암제 내성 극복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송이 서울대 약학대학 연구원 (MRC 내인성리간드 신호전달조절 항암제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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