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인공지능·IoT 기술 품은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만들 것"

5년간 2000억 투입 100여 업체 참여 최대 프로젝트
생체신호·유전체 분석정보 등 통합 '정밀의료' 구현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파크' 혁신 시스템 실현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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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인공지능·IoT 기술 품은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만들 것"


■ DT 초대석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소니가 워크맨을 만들어 출시하자마자 신제품 개발 부서에서는 워크맨을 망치로 깨부수는 행사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지금 앞서가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이보다 훨씬 뛰어난 의료정보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내년부터 5년간 약 2000억원이 투입될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은 1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진행될 겁니다."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은 수시로 전해지는 보고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보고 내용에선 '인공지능' '데이터기술(DT)' 등 병원에서 듣기엔 낯선 단어들이 오갔다. 병원장이라기보다는 마치 소프트웨어 기업 대표 같은 모습이었다.

지난 2003년 개원 당시 '국내 최초의 100% 디지털병원'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분당서울대병원은 이후 국내에서 '의료IT'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이 병원이 총력을 기울여 개발한 두 번째 의료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 2.0'은 빅데이터 분석과 임상의사 결정 지원, 개인건강기록 등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기술들을 도입했다.

베스트케어 2.0 개발을 마친 2013년 분당서울대병원 수장에 오른 이철희 원장은 다음 해 이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 산하 6개 병원에 구축하는 7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머나먼 나라에서 오로지 기술력만으로 세계적인 의료정보시스템 업체들과 경쟁해 이뤄낸 성과였다.

이 원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 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인 '정밀의료' 실현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평소에 수집한 환자의 건강·생활 정보와 유전체 분석 정보를 병원의 진료 정보와 결합해 인공지능으로 분석, 개인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직 베스트케어 2.0 수출이 계속 진행 중이고 정밀의료는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발걸음을 떼고 있는 분야지만, 이 원장은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결국 금방 뒤처진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이런 미래를 향한 '혁신의 망치질'은 분당서울대병원을 끊임없이 진화하는 병원으로 만들고 있다.



대담 =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은 병원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이다. 모든 소프트웨어는 7∼10년이면 교체를 해야 한다. 그 안에 여러 신기술이 나오고 환경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점점 효율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약해진다. 지금 시스템이 2013년에 구축됐기 때문에 2020년까지는 신제품이 나와야 한다. 현재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 계획을 다 세우고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계획은 5년 프로젝트로, 중간에 완성되는 기술은 바로 수출하면서 진행할 계획이다. 전체 완성은 2021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예산도 이전 시스템을 구축할 때 들었던 300억원의 5∼6배가 투입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 병원만 쓰는 시스템이 아니라 새로운 의료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차세대 시스템이 완성되면 의료 서비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미국 몇 개 병원에서 도입한 인공지능 '왓슨'이 환자의 증상을 얘기하면 특정 병의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주는데, 이 정도는 기초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다. 유전체와 나노,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 데이터를 이용한 의료, 즉 '정밀의료'로 간다. IoT를 활용해 수집한 생체신호와 운동량 등 건강정보, 병원의 진료정보와 유전체 분석 정보 등을 통합하면 정밀의료가 탄생한다. 인공지능은 이런 과정을 스스로 학습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과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차세대 시스템이 완성되면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정밀의료를 실제 의료현장에서 구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정보시스템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고 제도적, 사회적으로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앞으로 방향은 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알파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글도 알파고의 최종 목적지가 헬스케어라고 얘기했는데, 이런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어떤 리스크가 있고 어떤 가치가 있을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매우 다양한 기술을 담은 혁신적인 시스템인데, 어떤 방식으로 개발되는가.

"정밀의료를 관통하는 핵심 기술은 IT와 데이터기술(DT)이다. 병원이 이런 모든 요소 기술을 가진 건 아니다. 기술을 가진 업체에서 사다 쓰거나, 그 기술이 의료 쪽에 특화되지 않았다면 필요한 노하우를 전달해 특화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첫 번째 시스템이 베스트케어 2.0이다. 개발 과정에서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7곳이 참여했으며, 사우디에 수출한 뒤에는 현지에서도 함께 일을 했다. 올해 사우디 병원에 시스템 구축을 마치면 추가적인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은 국내 헬스케어 산업계에 파급력이 있는 사업이다. 차세대 시스템의 경우 참여 업체 수가 전과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적어도 수십 개, 많으면 100개까지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역량은 어떠한가.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는 인공지능, 유전체 분석, IoT 등의 각종 첨단 기술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업체가 참여해야 한다. 국내에 첨단 기술 가진 중소·벤처 기업들이 헬스케어 분야에 들어와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에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업체도 많고, 특히 유전체 분석 기술은 수준이 매우 높다. 대부분 기술을 이런 업체들과 손잡고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LH공사 부지를 매입해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파크'를 만들었다. 이곳이 정밀의료 실현의 장이 될 것이다."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파크 설립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이미 입주가 많이 됐고, 이제 대강당 공사만 남았다. 이달말이나 5월 초에는 개원식을 할 예정이다. 현재 예정된 입주 기업은 10여 곳이다. 유전체 분석 업체의 경우 파크에 입주하면 장점이 많다. 시료나 장비가 많기 때문에 가까울수록 좋고, 연구결과도 수시로 만나서 같이 보고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반드시 입주를 해야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협업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성남산업진흥재단도 입주한다. 성남시의 벤처 육성 정책 중에서 헬스케어 관련 정책은 여기서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직 여유 공간이 있기 때문에 입주 기업이 늘어나면 건물을 더 지을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등 국내 기업의 기초체력이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범국가적 문제다. 국무총리 직속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위원을 맡으면서 늘 얘기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헬스케어에서도 핵심 기술은 IT, DT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다루고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를 하는가에 미래의 승부가 달려있다. 이런 능력을 어려서부터 키워야 하는데, 아직 그런 마인드가 부족하다. 또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의식도 걸림돌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교육부도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을 필수화하는 등 많은 점이 달라지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도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최근 기술력을 가진 벤처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 발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대기업이 정당한 값을 주고 기업을 인수하거나 노하우를 사줘야 한다. 외국 회사들은 그런 방법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앞으로 기업들이 발전 속도 등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국가적인 걱정거리다. 다행히 최근 2∼3년 사이에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벤처캐피털, 엑셀레이터 등 에코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다. 우리가 실리콘밸리를 똑같이 모방할 순 없다. 우리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병원은 이런 시도를 다양하게 해보려고 하고, 직원들에게도 창업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환자가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의사들과 직원들이고, 거기에 사업 기회가 있다. 직접 창업을 해도 좋고, 외부에서 파트너를 데려와 해도 된다.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우리가 검증도 해주고, 병원이 플랫폼이 돼서 직접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도 있다. 앞으로 단순히 오는 환자를 치료해서 내보내는 병원에 그치지 않고 이런 역할을 하는 병원이 돼야 한다. 이런 병원이 10곳만 생기면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가 확 달라질 것이다."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병원에선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가.

"작년에 창업 플랫폼에 대해 얘기하니 직원들이 자신들도 직접 참여해 함께 이익을 내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 해 받는 상여금의 10%를 적립해 투자를 하자고 했다. 어떤 종목,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는 전문가 위원회를 만들어 검증할 계획이다. 병원이 직접 투자를 하려면 적은 금액이라도 일일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병원이 벤처 투자를 많이 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얘기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직접 투자사를 만들어 투자하면 직원들의 이익을 높이고 산업계도 함께 클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실제로 해보려고 한다.앞으로 투자할 곳이 너무 많아 고민인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는 안 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다른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부혁신 역량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병원이 개원할 당시 의료정보시스템과 병원의 디지털화가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새로 개원하는 병원으로서 차별성을 두기 위해 목표로 한 것이 디지털병원이었다. 그때는 병원 내 프로세스 전산화해서 효율을 높이자는 수준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미래의료의 핵심이 IT가 됐다. 이미 병원에서는 의료정보시스템을 2번 직접 개발해봤고, 성공한 경험이 있어 자신감이 있다. 무엇보다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직원들의 의식이 굉장히 소중한 가치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도가 엄청나게 높다. 우리 병원은 개방성, 수용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문화를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율적 혁신'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들 수 있다."



-원격의료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13년 6월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부임해 성남시 의사회 회장과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격진료를 하자고 얘기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우리 병원에 만성질환 환자가 많은 데, 이들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니 동네 병원에 우리 환자를 보내주겠다고 얘기했다. 환자들을 보내는 데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 번째로 환자를 진료한 기록이 병원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걸 공유하지 않으면 안 간다. 두 번째는 만성질환은 자체도 문제지만 합병증이 더 문제다. 환자들은 합병증이 와서 입원이나 수술을 하려면 큰 병원에 주치의가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대학병원으로 몰린다. 이런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고 얘기했다. 협진 병원에서 진료한 내용이 전산 시스템에 모두 전송되고, 설정한 기준 이상으로 이상이 보이면 곧바로 담당 의사에게 연락이 가고 예약도 자동으로 된다. 또 1년에 한 번은 병원에 와서 합병증 검사와 그동안 스마트폰 앱에 입력한 모든 자료를 갖고 상담을 진행한다. 개인 병원은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 있어 좋다. 최근 정부에서도 동네병원으로 경증질환자를 회송하거나 원격진료로 협진을 하면 수가를 가산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런 제안을 하니 의사회에서 참여하겠다고 해서 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2년 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전체 의료계가 원격의료 반대 운동으로 난리가 났고, 아직도 해결이 안돼 결국 진행을 못 했다. 결국 원격의료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다. 개원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잘 제시하면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근본적으로 모든 의료 분야의 문제는 환자에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느냐를 가치 판단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

-의사라기보다는 '혁신 전도사'라는 느낌이 강하다. 처음부터 기업가의 소질이 있었나.

"2004년 서울대병원의 의료IT 솔루션 개발 자회사인 이지케이텍 사장이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 사장에 취임하라고 했을 때는 기업에서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는 것이 병원 발전에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 한 달 가까이 고민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병원을 만들기 위해 기업에서 역량을 키워서 돌아오면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해 수락했다. 회사를 경영하며 기업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배웠다. '하드싱킹'이란 책을 보면 경영자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으로 만들어진다고 나온다. 그 책을 보면서 공부하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리=남도영기자 namdo0@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인공지능·IoT 기술 품은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만들 것"


◇ 이철희 원장은

1972∼1978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79∼198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석사

1981∼1987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박사

1987∼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04∼2009 이지케어텍(주) 대표이사

2008∼2009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

2009∼2013 보라매병원 원장

2009∼2013 세계이비인후과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2012∼2015 헬스커넥트(주) 대표이사

2013∼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원장

2014∼현재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위원



◇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2003. 03. 세계 최초 풀 디지털 병원 오픈

2006. 12. 국내 최초 온라인 진료정보교류시스템 구축

2007. 12. 국내 의료기관 최초 실시간 실행·자원관리시스템 구축

2010. 10.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 Analytics) 최상위 등급(Stage 7) 인증 획득

2012. 09. 2012 대한민국 IT 이노베이션 대상 대통령상 수상

2013. 04.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2013. 10. HIMSS-엘세비어 디지털 헬스케어 어워드 수상

2014. 01. 레드닷, iF 등 세계 디자인 대회 수상

2014. 06.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2014. 12. 헬스케어 혁신파크 설립 위한 LH공사 본사 사옥 및 부지 매입

2016. 02.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중동 수출 위한 사우디 합작투자법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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