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더 은밀해진 ‘러브 호텔’](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07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더 은밀해진 ‘러브 호텔’")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시집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장미여관은 내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여관이다. 하나는 나그네의 여정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여관이다.… 나의 정체성을 숨긴 채 일시적으로나마 모든 체면과 윤리와 의무로부터 해방되어 만족하고 싶은 곳 - 그곳이 바로 장미여관이다. 또 다른 하나는 러브호텔로서의 장미여관, 붉은 네온사인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곳, 비밀스런 사랑의 전율이 꿈틀대는 도시인의 휴식공간이다. 시집 서문에 나온 글이다.
어떤 도시든 중심가를 걷다보면 발드리운 작은 호텔을 쉽게 볼 수 있다. 교외로 나가면 산자락 코너에 XX파크 등 park라고 간판 붙인 여관들을 많이 발견한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파크는 여관(요즘엔 아파트 이름에도 많이 등장한다. Star park. City park, Heights park처럼), 가든은 갈비집을 가리킨다. 파주를 가든 구리를 가든 용인을 가든 눈에 띄는 것은 가든 아니면 파크 뿐이다. 한적한 교외에 왠 여관이 이렇게 많을까? 소위 love hotel이다. 러브호텔은 주로 교외에 위치하며 숙박보다는 은밀한 애정행각을 위한 호텔이다.
A love hotel is a type of short-stay hotel found around the world operated primarily for the purpose of allowing couples privacy for sexual activities. The name originates from "Hotel Love" in Osaka, which was built in 1968 and had a rotating sign(러브호텔은 주로 남녀 성행위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되는 세계도처에 있는 짧은 시간 머무는 호텔이다. 이 이름은 1968년 오사카에 지은 회전 간판을 붙인 '호텔 러브'에서 비롯된다).
러브호텔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1시간에서 3시간 정도 짧게 이용한다. 낮 시간대에는 가격이 저렴하고 사전 예약은 받아주지 않는다. 출입구가 은밀하게 돼 있고 대개 뒷문이 있다. 숙박은 밤 10시 이후에나 가능하고 automatic cash machine을 설치하는 등 직원과 얼굴 부딪칠 일은 거의 없고(이런 곳을 '무인텔'이라고 부른다), 창문은 작든가 아예 없으며 주차장에 발이 처져 있으며 때로는 누가 보지 못하게 차번호판을 가려 놓는다. 시설은 특이해서 카라오케가 있는가 하면 회전침대(rotating bed)와 천정거울(ceiling mirror)을 갖추고 있다. 주로 도심 역 가까이나 시외곽 고속도로변(near highways on the city outskirts), 또는 산업 지역에 밀집해 있다.
일본의 경우 근대적 러브호텔은 차야(茶屋)이라고 하는 tea room에서 시작됐다. 애인들도 이용했지만 초기에는 매춘녀와 고객들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1960년대 들어와서 자동차가 보급되자 motel 개념의 숙박시설이 교외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의 나무집은 규모가 작은데다 방음이 안되는 small home인 탓에 러브호텔을 찾는 부부가 많았다고. 불륜의 현장인 우리나라의 경우와 대비된다. 2010년 이래 일본정부가 러브호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호텔의 명칭도 슬며시 바뀌기 시작한다. 로맨스호텔(romance hotel), 패션호텔(fashion hotel), 레저호텔(leisure hotel), amusement hotel, couples hotel, boutique hotel 등이 나타났다.
나그네가 묵는 여관이나 여인숙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러브호텔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중반부터다.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는데 통칭 '박텔(parktel)'로 불렸다.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 옆에는 진짜 파크텔이란 호텔이 있는데 러브호텔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마 한국만큼 번창한 곳은 없겠지만 세계 곳곳에 러브호텔 또는 유사한 시설은 존재한다. 예컨대 과테말라에서는 'autohotel'이라고 하고 칠레에서는 'cabana', 아르헨티나에서는 'telo'라고 부른다. 브라질에도 약 5000개의 러브호텔이 있는데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제일 걸작 이름은 뜻밖에도 나이지리아에 있다. 'short-time'! 아주 명쾌하다. 캐나다와 미국에도 유사한 호텔이 존재한다. 속칭 'no-tell motel', 묻지마 여관 또는 무인텔로서 익명성이 보장된다.
러브호텔의 경제학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루 다섯 번 회전이 돼도 세원(稅源)포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탓이다. 한 때 어떤 지방도시의 세수 중 20%가 러브호텔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러브호텔은 사양산업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진데다가 자동차 보급이 크게 늘어나서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미국 TV드라마에 Love Boat는 있었지만 영어사전에 love hotel은 없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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