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초대석] "금융환경 혹독한 시기 … 수수료 확대·성과주의 등 돌파구 찾아야"

성과연봉제 등 성과주의 도입 추진… 노조와 함께 고민·기틀 마련할 것
금융개혁 추진 과제 '수수료 자율화'… 이익률 12%서 30%까지 확대해야
펀드·방카슈랑스 업무대행 구조 탈피… ISA 도입 등 자산관리 역량 키워야
글로벌 시장 진출 선택 아닌 필수
인터넷 기반 금융회사도 고려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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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금융환경 혹독한 시기 … 수수료 확대·성과주의 등 돌파구 찾아야"


■ DT 초대석
하 영 구 전국은행연합회장


은행산업이 심상치 않다. 은행의 기둥인 '이자수익'은 매년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고 전체 성장률도 더디다. 대외 경제 불안으로 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 역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사면초가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흐른다고 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받던 전통적인 '자금중계업'보다 자산관리, 금융투자, 보험 등 금융권 전 서비스를 다루는 '토털금융서비스'로 탈바꿈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심지어 통신, 포털 등 타 산업으로부터의 경쟁에 대항하기 위해 콘텐츠, SNS 사업까지 확장하는 추세다.

은행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나 시장에 맞서 최전방에서 은행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만났다. 그는 은행이 직면한 시장의 환경 변화가 어느 때보다 크기에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은행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촘촘히 짜인 규제의 틀 안에서 차별성 없는 전략과 비슷한 금융서비스를 가지고 큰 고민 없이 가격 위주의 과당경쟁, 자산규모 확대를 통한 대형화 경쟁에 몰입했던 면이 있다"며 "이로 인해 은행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이 저하되고 저금리·저성장 등 외부요인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때문에 국내 은행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해외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하 회장의 생각이다.



대담 =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은행연합회장을 맡은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그간 은행권이 당면한 여러 이슈를 앞장서 대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띄는데, 그간의 소회를 밝히신다면?

"취임 이후 사원은행으로부터 당국으로의 소통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한편 정부 정책에 필요한 부분들도 함께 조화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양방향 소통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두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사원은행 임원 등으로 구성되는 '은행경쟁력혁신위원회'를 설치해 금융개혁 등 현안 과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과제를 발굴해 정책당국에 적극적으로 건의했습니다. 검사·제재 관행 개선, 수수료 현실화, 경쟁촉진·진입 원활화, 영업 자율성 제고, 소비자·금융회사의 불합리한 부담 완화, 해외진출 관련 규제 개선, 금융지주회사 관련 규제 개선 등이 그것입니다."



-연합회 내부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내부적으로는 향후 은행들이 전략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자금시장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연합회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금시장부를 신설하고 부서간 업무를 조정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최근에는 '은행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가는 금융리더'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은행산업의 수익성 악화와 핀테크의 확산 등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은행연합회가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연합회가 앞장 서 역할을 하자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성과주의 도입이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최근 사용자협의회 대표자 회의를 개최했을 때 성과연봉제 도입, 취업규칙 개정 등을 직접적으로 노조에 요구하셨지요.

"통상 기업에서 직원의 임금은 고정비 50 대 변동비 50으로 구성되게 마련입니다. 변동비는 기업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은행의 경우 저금리·저성장으로 인해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나, 현행 금융권의 호봉제 중심의 연공형 임금체계는 수익과 무관하게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고정비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봐야 합니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키고 조직의 유연성을 떨어지게 하는 주 요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6조원 대비 2조5000억원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저치입니다. 반면 국내 은행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22조5000억원으로 전년 21조원 보다 1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엄중한 경영 환경 하에서 금융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성과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한 임금의 유연성 확보가 절실한데, 경영성과가 낮은데도 임금은 증가한 것입니다. 이번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2016년도 산별 임금단체협상에서 올해 안에 연공 중심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 성과 중심의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저성과자 관리방안이 담긴 취업규칙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신입직원 초임 조정과 2016년 임금 동결도 함께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센데요. 특히 노조는 성과제를 시행할 합리적인 기준과 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강행했을 때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에 성과연봉제 도입 및 저성과자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제의하였으나 노조가 응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와 별개로 성과연봉제 도입 등과 관련한 사측 가이드라인 및 모범사례 발굴 등을 위해 사측 실무진 TF가 지난 3월 4일부터 가동되고 있습니다. 곧 이 TF를 통해 성과측정 기준 등이 윤곽을 드러낼 것입니다. 개별 은행에서도 외부 컨설팅과 자문을 통해 성과 측정의 객관적 지표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이를 사측만 단독으로 준비할 것이 아니라 노조와 함께 고민하고 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성과주의 도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사용자협의회의 입장입니다. 금융노조가 조속히 협상에 응해 공동 대응의 장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인 은행 금리, 수수료 문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은행연합회장으로서 은행 수수료 자율화를 강하게 주장하셨지요. 사실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은행 투자시 대표적인 '당국의 개입' 증거로 수수료 자율화가 안되는 부분을 꼽기도 하는데요. 이에 대해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은행의 시장가치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아시나요. 현 은행의 시장가치는 부도가 났을 때 최소한 돌려받을 수 있는 가치, 즉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이자수익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 증대를 위한 수수료 자율화 문제는 은행의 '생존'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무적인 점은 정부가 지난해 수수료 문제에 관해 법령에서 정한 경우 외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입니다. 금융당국은 '은행 수수료 자율화'가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 중 하나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금리, 수수료 결정에 있어 법령에서 정한 경우 외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나아가 종전에 근거없이 가격에 개입했던 그림자 규제나 관행은 모두 무효라고 천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정부방침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유롭게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여전히 당국의 보이지 않는 규제가 있는 건 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의 정서가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아직까지 수수료 등 금융서비스의 가격은 무조건 무료이거나 낮을수록 좋으며, 은행 등 금융회사는 수익을 크게 내서는 안된다는 공익성 위주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구조가 유사한 은행산업 특성으로 인해 은행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형편에서 특정 은행이 선도적으로 수수료 인상에 나서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이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산업이 국가 경제의 혈맥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수익 확대 등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언급한 부분은 은행이 시장 논리에 따라 저렴한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은행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해외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신용공여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 및 수수료를 현실화해 지속적 발전이 가능한 수준의 이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국내보다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은행 주담대 대출금리는 국내 은행 대출금리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그 이자수익이 다른 나라 대비 적정수준인지는 의문인 것이죠. 또 은행권이 운용하는 자동화기기(ATM)의 경우 한 대당 연간 166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등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의 대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수수료 부과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수수료가 적정한 수준일까요.

"국내 은행은 총이익 중에서 90% 가까이가 이자이익에 편중돼 있습니다. 작년 국내 은행의 수수료이익 비율은 총이익의 약 12% 정도였는데, 장기적으로는 3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와 금융 및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이 약 30% 수준의 수수료 이익을 올리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결국 은행이 정부의 수수료 자율화에 발맞춰 수수료 현실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은행의 낮은 수익성이 금융시스템의 건전한 작동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금융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 수수료와 관련된 소비자의 불만을 줄여 나가야 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충족시켜 줄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회는 수수료 현황 분석, 해외사례 조사 등을 통해 일반 국민들의 은행수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의 대내외 금융환경은 국내 은행들에게 혹독한 시기임에는 분명하나, 금융당국의 은행에 대한 자율성 보장 원칙과 은행의 자구 노력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오히려 우리나라 은행산업이 관치와 구태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사업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앞으로 은행의 사업방향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가장 먼저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통해 신사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펀드나 방카슈랑스에 기반한 업무대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외환·파생상품, 자산관리, 자본시장 관련 업무 등에 있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금융소비자의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국민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점차 축소되고 금융자산 비중은 증가하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로 연금자산의 효율적 운영이 중요해지고 있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자산 관련 서비스가 대중화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은 이에 맞는 자산관리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은행의 해외 진출도 신사업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은행산업이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입니다. 과거 국내 은행들은 서로를 모방해 비슷한 지역에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며 해외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향후 해외에 진출할 때에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신흥국 등 성장성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핵심역량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지 규제 상황에 따라 여신전문회사·신용카드회사 등 은행 외 금융업종으로 진출하거나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형태가 아닌 인터넷 전문은행 등 인터넷 기반 금융회사 형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디지털금융에 특히 강점이 있으니 이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리=강은성기자 esthe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DT초대석] "금융환경 혹독한 시기 … 수수료 확대·성과주의 등 돌파구 찾아야"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출생 1953년생

학력

- 1972 경기고등학교

- 1976 서울대학교 무역학 학사

- 1981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주요 경력

- 1981.07 한국씨티은행 서울지점 입행

- 1998 씨티은행 한국소비자금융그룹 대표

- 2000.03 재정경제부 장관자문기구 금융발전심의회 은행분과위원회 위원

- 2001.05 ~ 2004.03 한미은행 은행장

- 2004.11 ~ 2014.10 한국씨티은행 은행장

- 2014.10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 2014.12 ~ 현재 제12대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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