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초대석] "임팩트 큰 기초·원천 연구 집중 … 퍼스트 무버 역할 할 것"

외부인사 첫 기관장 … '젊은 ETRI' 변화 주도
설립 40주년 …'넥스트 40년' 담대한 도전 시동
열린· 합리· 도약 ETRI 위한 태스크포스 운영
소그룹 연구모임 활성화 … 집단지성 연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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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임팩트 큰 기초·원천 연구 집중 … 퍼스트 무버 역할 할 것"


■ DT 초대석
이 상 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국내 최대 ICT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새로운 ETRI 만들기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부인사로 첫 기관장에 선임된 이상훈 원장이 묵은 것을 토해내고, 새것을 받아들인다는 '토고납신(吐故納新)'의 강력한 의지로 변화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울러 다양성과 소통, 열림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이 원장이 올해 시무식 자리에서 "새로운 ETRI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전 직원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올해 ETRI 설립 40주년을 맞아 '넥스트 40년'을 준비하기 위한 담대한 도전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슬로건도 '젊은 마흔살, 렛츠 무브!(Young Forty, Let's Move!)'로 정해 ETRI의 비전인 '미래를 창조하는 ICT 이노베이터'로서의 새로운 40년을 향한 힘찬 출발을 선언했다.


이 원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ETRI는 변화를 위한 터닝포인트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 협력, 집단지성이 들끓는 연구원으로 만들어 임팩트가 큰 기초·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며 "새롭게 재도약하는 '저력 있는 ETRI'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힘쓴 점은 무엇인가.

"취임 이후 '새로운 ETRI'를 만들기 위해 직급별·부서별 대표를 뽑아 태스크포스(TF)팀을 지난 1월부터 한 달 동안 운영했다. TF팀은 열린 ETRI, 합리 ETRI, 도약 ETRI 등 3개 분과로 나눠 새로운 ETRI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38개 과제를 도출했다. 이 과제들은 ETRI 조직, 문화, 시스템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한 것들이다. 앞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하나씩 실천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ETRI는 어떻게 만들어 갈 생각인가.

"새로운 ETRI 만들기는 임기 동안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ETRI의 40년을 준비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같아야 하고, 통합적인 기획능력을 발휘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미래전략 기능을 강화해 '미래전략연구소'를 확대 신설했고, 권한도 많이 줬다. 지금은 배가 전투에 나서기에 앞서 대열을 갖춰 출진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ETRI는 지금 전환기에 놓여 있다. 배가 대열을 갖춰 한 방향으로 서서히 나가듯이 ETRI 역시 한 곳을 향해 나아가야 새로운 ETRI를 만들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이 체감하는 대형 연구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대형 연구성과에 대해 주변에서 많은 얘기를 하고, 주문도 한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대형 연구성과의 의미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거 ETRI가 전전자교환기(TDX)나 CDMA 등 대형 연구성과를 만들 때는 무엇을 연구해야 할 지 '타깃'과 '목표'가 분명했다. 동시에 시장에 제품을 사 줄 기업도 있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빠른 기간 내 기술을 개발하면 되던 시대였다. 당시는 ETRI가 '패스트 팔로워' 역할만 하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형 연구성과는 산업체의 몫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인 지금, ETRI는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해야 한다. ETRI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고, 미래의 핵심·원천기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형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직접적인 역할에서 간접적인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ETRI의 원천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술료와 특허 수입 등이 점차 많아질 것이다."



-여전히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방식으로 수주하는 연구과제 비중이 다른 출연연보다 훨씬 높다.

"ETRI는 전체 연구의 70%가 PBS를 통해 이뤄진다. 자원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지만, 사업의 총괄기획체계를 마련해 조금씩 줄어 나가려고 한다. 여기에 3%에 그치고 있는 민간수탁 비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3% 중 중소기업이 직접 출연한 과제는 10% 미만이다. 그만큼 ETRI에 과제를 줄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원천기술 연구과제 수탁 확대와 민간수탁을 자연스럽게 늘려나가겠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ICT 융합이 화두다. 우리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대국'으로 인공지능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는 기술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과 2∼5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TRI는 '엑소브레인(Exo-brain)'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곧 좋은 연구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가상현실 분야도 미국보다 2∼3년 뒤떨어져 있다. 현재 ETRI의 가상현실 기술은 중국 등에 수출되는 성과를 내며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ICT 융합연구 분야에서 분명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단으로 선정된 UGS(Underground Safety), KSB(Knowledge SuperBrain) 등의 연구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출연연으로서 ETRI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출연연은 기업과 대학이 하지 못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안전, 국가 안보, 재난 대비 등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연구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ETRI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민 행복 추구에 기여하고자 한다. 특히 ICT를 적극 활용해 국민 모두가 동등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고, 사회적 약자가 ICT를 통해 한층 배려받을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연구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TRI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은 무엇인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도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은 임팩트가 큰 기초·원천연구를 통해 기술을 확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연구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위해선 연구과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특정 연구분야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모여 활발하게 소통하고 논의하는 '소그룹 연구모임'이 과제 발굴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ETRI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대국'을 앞두고 이정원, 손영성 박사가 자발적으로 개최한 세미나도 마찬가지다.

연구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모임을 만들어 토론하고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보다 창의적인 과제를 발굴·기획할 수 있다. 이러한 모임은 더 나아가 소통과 협력, 집단지성이 한데 어우러져 진정한 융합연구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ETRI 내 이런 소그룹 단위 연구모임이 100여 개 됐으면 좋겠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된 시드(Seed)형 연구과제가 많아지면 임팩트가 큰 연구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런 시도가 ETRI 내에서 결실을 맺으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지.

"문화적 측면에서 열려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고, 다양성을 서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열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연구자들이 반바지를 입고, 다양한 색깔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다양성, 소통, 열림이 중요하다. ETRI를 그런 연구소로 만들고 싶다."



-이런 점에서 합리적인 ETRI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근본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성찰이 필요하다. 만일, 특허로 창출되는 수익보다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면 이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 된다. 특허와 논문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특허와 논문을 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파급효과가 큰 특허와 논문이 중요한 것이다. 평가 부문도 그렇다. 투입 대비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협력해서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춰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파이를 키우는 평가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ICT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바람직한 ICT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요즘 청년들의 취업난과 맞물려 신조어인 '금수저' '흙수저' 등이 유행어처럼 널리 쓰이는데 ICT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태어날 때 질병을 갖고 있거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게 됐을 때, 정상적인 사람과는 분명 출발이 다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ICT를 통해 정상인과 동일한 삶을 살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ICT는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툴'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ICT를 활용 가능한 범용적인 테크놀로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ICT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안은.

"지속 가능한 성장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연구가 담보될 때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ICT 분야에서는 산학연 간 열린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두 그룹에서 위치해야 한다. 여기에 협력과 소통, 배려가 담겨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연구를 할 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세계를 리딩하는 ICT그룹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DT초대석] "임팩트 큰 기초·원천 연구 집중 … 퍼스트 무버 역할 할 것"


◇ 이상훈 원장은…

학력

-서울 경동고(1973년)

-서울대 전기공학과(1978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시스템공학 석사(1982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시스템공학 박사(1984년)



경력

-미국 벨 통신연구소 연구원(1984∼1991년)

-KT 책임연구원(1991∼1996년)

-KT 통신망 연구소장(1996∼2000년)

-KT 연구개발본부장, 전무, CTO(2000∼2003년)

-KT 기간망 본부장, 전무(2003∼2004년)

-KT 비즈니스마켓본부장, 전무(2004∼2006년)

-KT 사업개발부문장, 부사장(2006년 9월∼12월)

-KT 글로벌&엔터프라이즈 부문 사장(2009∼2013년)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2013∼2014년)

-KAIST 경영공학부 초빙교수(2014∼2015년)



주요 활동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석학회원(2000년∼현재)

-국제전기전자학회 통신 소사이어티 석학회원 심사위원(2011∼2014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2003년∼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이사(2010∼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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