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서비스’산업 막는 대못 뽑아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31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서비스’산업 막는 대못 뽑아내야")
"이건 서비스로 드립니다". "서비스로 하나 더 주세요." 또는 "커피는 서비스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서비스를 공짜이거나 덤으로 알고 있다. 골프장에 가면 '서비스 홀'이 있다. 18홀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par하기가 쉬운 홀을 그렇게 부른다. 모두 서비스란 말을 잘못 쓰고 있다. 쉽고도 어려운 말, 서비스에 대해 알아 보자.
service는 고객에 대한 시중들기, 봉사, 업무 행위의 뜻이다. 재화를 생산하지는 않으나 그것을 운반 배급 판매하거나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가리킨다. 서비스의 어원은 라틴어 servus에서 나왔다. 세르부스는 노예를 말한다. 옛날 노예가 주인의 시중을 들고 불편을 해소하고 기쁨과 만족을 준데서 '서비스의 정신'을 알 수 있다. servant(노예, 공무원). servile(노예의), serving(봉사), servitude(예속) 등은 서비스와 뿌리가 같다.
미국이나 유럽의 호텔 식당 바에 가면 service charge가 붙는다. tip(봉사료)과 같은 말이다. 때로는 gratuity라고 한다. 16세기 영국 귀족사회의 사교모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자발적인 팁을 기대하고 눈에 띄는 곳에 "to insure promptitude"(신속한 서비스를 보장받기 위하여)란 푯말을 붙여놨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지난달 하와이 호놀룰루에 갔다가 이름난 한식당 서라벌에서 밥을 먹은 일이 있다. 손님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계산서에 아예 밥값 기준으로 15% 20% 25%씩 팁이 얼마라고 예시돼 있었다. 손님은 그 중 하나를 찍기만 하면 된다. 보통 간단한 점심에는 15%, 술을 곁들인 저녁에는 25%로 고착돼 있다.
영국의 택시는 요금의 10%, 15%에 해당하는 팁 요율표(rate card)를 갖고 다닌다. 이제 많은 나라에서 서비스 차지는 손님이 재량껏 주는 감사의 정표가 아니라 반드시 내야하는 정상요금의 일부가 됐다."이건 서비스입니다", 혹은 "서비스로 하나 더 드립니다"라고 하는 콩글리시(한국식 영어)를 진짜 영어로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This is free.", "It's a complimentary gift". 라고 하면 될 것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서비스'는 무엇인가. 이 법의 핵심은 서비스산업의 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5년 단위로 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고 그 결과 서비스산업이 활성화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서 2020년까지 청년일자리가 35만개 생긴다는 것이다(한국경제연구원).
연초 대통령이 "퉁퉁 불은 국수"에 비유했던 서비스산업이 도대체 무엇인가. 2012년 7월 박근혜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약칭 서비스산업법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이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산업을 말한다'(제2조 정의)고 되어 있다. 2011년 이명박정부가 이 법을 처음 제출했을 때는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이라고 제한적으로 명시했는데, 수정안에서는 제조업과 농림어업 아닌 것은 모두 서비스산업으로 매우 포괄적 규정을 하고 있다. 의료, 교육, 관광레저,정보통신서비스 외에도 금융보험, 교통철도, 호텔숙박업, 백화점 유통업, 과학기술서비스, 스포츠 그리고 미디어와 광고, 영화, 게임 등 문화콘텐츠가 모두 서비스산업이다.
President Park pointed to developed countries with employment rates of 70 percent, saying similar figures will be impossible for Seoul to achieve without the expansion of the service industry (Arirang TV). - 박대통령은 서비스산업의 확대 없이는 선진국 수준의 고용률 70%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정부의 행정도 대국민 서비스다. 17부 5처 16청이 모두 서비스 기관이다. 각기 고유 업무를 담당하는 최고 행정기구가 엄연히 있는데 왜 여러 관련 부처를 하나로 묶어서(서비스산업과 관련되지 않는 곳이 하나도 없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많은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실무 콘트롤타워는 총리가 하면 될 일이고, 경제 사회분야를 나눠 보좌하는 부총리도 둘씩이나 있는데 서비스산업이란 이름으로 이를 얽어맨다면 옥상옥이 되기 쉽다. 대못은 그대로 박혀있는데 문화융성 구호만 요란하다고 어디 창조경제가 이뤄지겠는가. 행정서비스는 법과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정신과 의지의 문제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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