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탈모 개선 신약개발 어디까지 왔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30021023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탈모 개선 신약개발 어디까지 왔나")
동물의 모발은 생리적 역할만을 수행하는데 반하여, 인간의 모발은 기능적, 생물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미용적, 정신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모발이 성장해야 할 부위에 탈모가 발생하면, 당사자는 탈모질환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 불안감과 함께,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모발주기를 아는 것은 탈모질환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모발주기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에 다양한 탈모질환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발은 지속적으로 자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모낭이 독자적인 모낭주기를 가지고 모발 성장과 탈락을 반복한다. 모발 성장주기는 모발이 자라는 성장기(anagen), 성장이 멈추고 퇴화하는 퇴행기(catagen), 모낭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인 휴지기(telogen)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모발의 성장기를 지속시키고 휴지기에 있는 모낭을 성장기로 유도해 발모제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탈모질환에서는 조직학적으로 모낭 주위의 염증반응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염증반응은 탈모 질환의 종류와 탈모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원형탈모증과 반흔성 탈모증에서는 면역세포들이 모낭 주위에 몰려있는 형태의 염증반응(macro-inflammation)을 보인다. 남성형 탈모증(안드로겐성 탈모증), 지루피부염에서는 모낭주위에 면역세포의 침윤이 저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최근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모낭 주위의 지속적인 미세염증반응(micro-inflammation)이 탈모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여러 가지 탈모질환 중 원형탈모증의 경우에는 탈모가 머리카락의 일부뿐 아니라, 전체 머리카락, 눈썹, 속눈썹, 음모 및 몸 전체의 모발을 침범할 수 있는데, 심한 형태의 원형탈모증은 당사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야기한다. 원형탈모증의 경우,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며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전 세계적으로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발병원인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원형탈모증은 자가 면역기전에 의해 발병하며, 여기에 유전적 소인과 면역관용의 붕괴, 정신적 자극이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진다. 활동성 병변의 조직학적 소견에서 모낭 주위의 염증 세포는 주로 T 세포로, 세포 매개성 면역 기전을 생각할 수 있다. 관련 세포들의 HLA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는 않지만 20% 정도에서 가족력이 있다고 보고되며 유전적 감수성이 한 원인인자로 제시되고 있다.
원형탈모증에서 작은 병변이 한 개 또는 수 개인 경우에는 4~12개월에 자연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재발이 흔하다. 이 경우에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바르거나 피부 병변 내에 주사하는 치료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각종 면역 반응 유발물질(예, DPCP)로 원형탈모병변 부위에 접촉 감작을 일으키거나 일차성 자극물질 또는 미녹시딜 용액을 국소적으로 바르기도 한다. 전두 또는 전신 원형탈모증에서는 부신피질호르몬제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PUVA 광화학 요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모든 치료는 적어도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전두 원형탈모증, 전신 원형탈모증에서는 재발이 흔하고 예후가 대단히 나쁘다.
21세기 초 인간게놈서열의 해독이 완료된 후부터 각종 질환에 대한 대규모의 유전자연구가 수행됐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된 원형탈모증 환자에서의 전장유전체 연관분석연구에서 염증(inflammation)과 관련된 다수의 유전자에서 유전자변이(단염기다형성)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사이토카인)과 관련된 신호전달체계인 야누스 키나아제(Janus kinase) 억제 물질이 원형탈모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보고되어 야누스 키나아제 억제 물질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야누스 키나아제 억제제인 룩소리티닙과 토파시티닙은 초기 골수질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개발된 약으로 원형탈모 모델의 쥐에 사용해 탈모가 회복됐으며, 원형탈모증 환자에서도 모발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관찰됐다. 실제로, 룩소리티닙과 토파시티닙의 경우 현재 미국에서 외용약으로 원형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이다.
중증 원형탈모증의 경우, 다양한 치료 방법을 사용해도 효과가 크지 않으며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약물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치료에 저항하는 중증의 원형탈모증이 있는 반면, 치료에 잘 반응하고 예후가 좋은 원형탈모증이 존재하므로 원형탈모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유전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향후 원형탈모증의 발병 기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발병 기전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이영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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