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구글세 도입, 언제까지 방치할텐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28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구글세 도입, 언제까지 방치할텐가")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배신, 갈등, 반전, 눈물, 야합 등 극적인 요소를 고루 갖춘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 시청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보다 정치권 막장 드라마가 더 시청률이 높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치권의 막장 드라마 속에 19대 국회는 꼭 처리해야 할 법안들마저 내팽개쳐 가뜩이나 팍팍해진 삶에 피곤한 국민들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19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경제 관련 법안 중에는 다국적 기업의 공공연한 조세회피를 막아 조세형평의 원칙, 경제정의를 실현하자는 이른바 '구글세' 관련 법안들이 있다.
유한회사인 다국적기업을 감사하고, 세금을 물리는 등의 이른바 '구글세' 관련 법안들이 오는 5월 말로 끝나는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될 전망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관련 법안들은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됐다.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외부감사를 받도록 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미 2014년 1월 발의됐다. 같은 해 12월 글로벌 인터넷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법인세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발의됐다. 국내에서 제품(프로그램 저작권)이 판매된 경우에는 이를 외국 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두 법안은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 속에 먼지만 쌓이고 있고, 곧 폐기된다.
지난해 11월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조세회피 대응 방안에 관한 보고서가 최종 승인됨에 따라 국제적으로 '구글세 도입'의 단초가 마련됐다. '다국적 기업의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문제해결에 G20 정상들이 합의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조만간 구글세 집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BEPS는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 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버뮤다 등 조세 회피처로 매출이나 이익을 옮겨,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 여기에 부과하는 세금을 일명 '구글세'라 부른다.
국내 다국적 법인 9532곳(2013년 기준) 중 절반 이상인 4752곳이 조세 회피처로 매출 또는 이익을 이전해 세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매출이 1조원 이상인 회사는 구글, 애플 등 15곳이나 된다. 구글이나 애플은 애플리케이션(앱) 판매수익으로 국내에서 연간 1조~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아일랜드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또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란 이유로 매출과 수익 내역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 구글세 도입은 정쟁 속에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는 이미 구글과 애플 등 다국적 기업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 지난 1월 구글은 영국 세무당국에 밀린 세금 1억3000만 파운드(2200억원)을 내기로 합의했고, 이탈리아 세무당국에도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위기에 대비하고,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뻔히 눈에 보이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언제까지 용납할 것인가. 의지가 없는 것인가, 실천할 용기가 없는 것인가.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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