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과잉 진료’ 오히려 독이다

  •  
  • 입력: 2016-03-24 18:10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광장] ‘과잉 진료’ 오히려 독이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


몇 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정기검진 일정이 한참 남았는데 무슨 일이냐는 나의 질문에 유방에서 미세한 통증이 느껴져 걱정돼 찾아왔다고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재발한 환자 중 몇몇이 통증을 경험했다는 글을 봤다며 자신도 유방암이 재발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지난번 정기 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고 오히려 유방통은 유방암 증상과 거리가 먼 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만약 암이 재발하면 어떻게 할거냐며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을 받아 자신의 전신 건강을 체크해야겠다고 막무가내였다.

한참을 설명했지만 결국 환자 설득에 포기한 나는 검사를 진행했다. 당연히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환자를 안심시키고 나는 환자의 체중 변화를 물었다. 최근 집안에 우환이 있고 암 재발에 대한 걱정도 많아 폭식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운동도 거의 하지 못했고 체중도 두 달간 5㎏ 이상 늘었단다.지난해 말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와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는 유방암 생존자 관리지침(이하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는 매년 정기적인 유방촬영술 외에 다른 검사들이 유방암 재발 감시에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재발 증후가 없는 유방암 환자의 경우 혈액검사·MRI·PET 등이 추천되지 않으며, 유방촬영술 외에 부가적인 검사의 경우 오히려 과한 방사선 노출과 위양성 검사의 위험이 있다는 것. 특히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과 교육만으로도 환자가 재발에 대한 증후를 감지할 수 있고 이 외에 부가적 검사는 과잉 진료라 강조했다.

암 조기 발견을 위해 어느 정도 방사선 노출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최근 들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그 시각이 바뀌고 있다. 나 역시 새롭게 발표된 지침과 달라지고 있는 의료계 입장에 어느 정도 동감하는 입장이다. 검진을 하는데 있어 의료 장비는 필수적이나 너무 잦은 검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방사선에 많이 노출될 경우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과도한 검사는 환자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과 심리적 부담, 위양성 검사결과에 따른 추가 검사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직도 유방암을 비롯한 대다수의 암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원하고 있다. 검진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지만 인터넷상에 있는 건강 관련 내용을 보고 어떤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여전히 빈번하다. 특히 보험이 된다고 해서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고 불필요한 검사를 받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잦은 검사가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동반되는 위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물론 미국에서 발표된 이 지침을 100% 수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일부 유방암의 경우 재발의 위험이 높아 적극적인 전이에 대한 검사를 통해서 유방암의 재발을 조기에 진단하고 빠른 대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의 유방암은 자라는 속도가 빨라 정기적인 유방 MRI를 추가해야 한다. 유방암의 경우 20년 뒤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서 수술 후 5년이 지났다고 완치라고 얘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하게 되면 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PET-CT 검사나 특정 음식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일이다. 최소 일주일에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나게 운동하는 일, 비만하지 않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유방암 수술 후 새롭게 시작된 두 번째 삶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오랜 치료 과정을 함께 할 주치의를 믿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검진을 받는 것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