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플라스틱`의 두 얼굴](http://contents.dt.co.kr/images/201603/20160303021038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플라스틱`의 두 얼굴")
주경철교수가 쓴 <대항해시대>를 보면 중세시대 열악한 상황에서 장기간의 원양 항해를 떠나는 선박은 '떠다니는 묘지'와 같았다. 극단적인 경우라고는 하지만 마젤란 선단은 270명의 선원이 함께 출발했으나 마지막 생존자는 16명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여러가지 이유도 있었겠지만 비타민C의 부족에서 오는 괴혈병 때문이었다. 그 밖에 류마티즘, 발진티푸스, 황열병, 궤양, 피부병에도 시달렸지만 오랜 선상생활에서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없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15세기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먼거리 원정에서 선원들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고 심지어 사망자가 75%에 이르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쿡 선장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비타민C의 보고인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3천㎏넘게 싣고 항해를 떠났다. 당시로선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비타민C의 보급원인 야채는 절대 절명의 식품이었다.
과일이나 야채는 제철에 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농업의 역사를 보면 농산품을 '제 때에 출하하지 않기' 위한 연구와 시도가 수없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제철보다 한발 앞서 수확할까, 아니면 철이 한참 지나고 뒤늦게 생산해 낼 수 있을까 노력해 왔다. 전자를 촉성재배, 후자를 억제재배라고 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이 비닐 하우스(vinyl house)다. 비닐 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생산 시기를 조절하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있다. 과일이나 채소 재배 외에도 열대과일, 화훼류 기타 특용작물의 재배가 가능해졌다. 요즘은 ICT를 농업생산에 접목한 스마트 팜(smart farm)이 등장해 새로운 농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비닐 하우스는 6·25전쟁 이후 점차 보급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표준적인 원예시설이 됐다. 영미인들은 이 비닐 하우스를 뭐라고 부를까? 식물을 재배·관리하는 시설은 greenhouse(온실)이고, 외벽이나 지붕을 유리로 만든 경우 glasshouse(유리집)라고 말한다.
우리는 얇은 플라스틱 재질이면 무조건 비닐로 생각한다. 비닐백, 비닐봉지, 비닐장판이 생활어가 됐다. 대체로 고체형 합성수지는 플라스틱으로 알고 있고, 종이나 천 같이 포장재로 쓰이는 것은 비닐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Plastic or paper?(비닐봉지에 넣을까요, 종이봉지에 넣을까요?) Safeway, Andronico's 같은 미국의 대형 수퍼마켓에 가면 계산대 cashier옆에 bagger(백에 물건 넣어주는 사람)라고 하는 보조직원이 있다. 산 물건을 백에 넣기 전에 항상 물어보는 말이 이것이다.
플라스틱의 종류에는 10여가지가 있다. 투명도가 높고 단열성이 좋으며 가볍고 맛과 냄새가 없는 것이 포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late), 곧 PET이다. 흔히 페트병이라고 하는 음료수병을 가리킨다. 비닐은 폴리염화비닐리텐으로 육류를 비롯한 식품포장에 주로 쓰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이다. 플라스틱은 공업용, 의료용 그리고 나일론, 인조가죽, 스틸로폼, 기모 등과 같은 생활용품으로도 널리 쓰인다.
지난 1월19일 AFP통신에 따르면 매년 800억에서 1200억 달러에 달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95%가 단 한차례 사용한 뒤 버려진다고 한다. 그리고 2050년이 되면 바다 속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게 된다고 경고했다. 엘런 매카서 재단과 맥킨지 경영환경센터의 보고서에 의하면 매년 최소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이는 1분마다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 한 대를 바다에 던지는 것과 같다. 이미 바다 속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1억5000만톤에 달한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절연성이 뛰어나고 녹이나 부식이 없으며, 단열성이 좋은데다 착색이 자유롭고 자성(磁性)을 띠지 않아 공업용과 소비재로 많이 쓰인다. 금속, 나무, 유리, 기타 다른 물질을 대신하고 있다. 편리한 만큼 심각한 문제도 생기고 있다.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플라스틱 옹호론자들은 말한다. 만약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나무, 돌, 흙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 자연파괴는 더욱 심각해졌을 거라고.
플라스틱은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강하게 진화하고 있다. 편리한 만큼 올바르게 쓰는 지혜가 아쉽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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