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효소표적 약물 개발의 길](http://contents.dt.co.kr/images/201601/20160127021023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효소표적 약물 개발의 길")
약물이 생체 내에서 작용하기 위해서는 약물과 결합하는 표적 물질이 있어야 한다. 약물의 생체 표적물질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효소라는 단백질이다. 세포 내에는 수 천 가지의 다른 효소가 존재하고 있는데 암 발생과 진행 및 전이에 관련 있는 많은 유전자와 단백질 중에서도 분자레벨에서의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된 단백질들은 주로 효소들이다. 또한 신약개발에 있어서 수많은 합성물질의 표적 대상으로서 효소가 연구되고 있다. 현재까지 허가된 약물들의 약 50% 정도가 효소의 작용을 저해하는 소분자 화합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소는 생체 구성 요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백질 중에서도 세포내 화학반응을 원활하게 일어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포내의 각종 화학반응들의 반응 속도를 증가시키는 생물학적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효소들은 자기 자신이 화학반응에서 소모되거나 영구적으로 변화되지 않고, 재사용되어 효율적으로 화학반응들의 속도를 증가시킨다. 효소가 존재하고 있지 않다면 세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학반응들은 너무 느려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상온이나 상압에서는 진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효소는 화학반응의 속도를 수천에서부터 수백만 배까지 증가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효소가 존재 시 몇 초안에 일어날 수 있는 반응도 효소가 없다면 1년이 걸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Orotidine 5'-phosphate를 Uridine 5'-phosphate로 전환하는 탈탄산효소(decarboxylase)의 경우에는 효소가 존재하지 않을 때에 비해 반응속도가 1017배로 증가한다.
1926년에 James B. Sumner 교수가 요소(Urea)를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로 가수분해하는 반응을 일으키는 요소 가수분해효소(Urease)라는 단백질을 분리해 결정화하면서부터 효소의 구조를 밝히는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서도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해 추후 의약학적 연구나 치료제 개발에 크게 공헌한 예가 많이 있다. 신약개발에 있어서도 표적물질인 특정효소의 구조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효소의 기능을 저해하는 약물의 분자 설계와 합성이 이루어지는 까닭에, 효소의 기능 및 조절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효소 구조 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소분자물질이 결합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이러한 결합부위에 입체적으로 딱 맞는 화합물을 설계 합성함으로써 효소의 원래 반응을 저해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 인간 유전체에는 약 598종의 단백질 인산화 효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인산화 효소의 저해를 통한 신호전달 경로의 불활성화는 항암제 개발에 있어 주요 전략 중의 하나이다
의약학 분야에서의 효소의 기능을 저해하는 새로운 약물개발에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새로운 효소의 구조를 규명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효소의 움직임과 화학반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특정 기능을 특화시킨 인공적인 효소를 합성해 산업화에 직접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항생제나 항암제 의약품의 표적 단백질로서 많이 연구됐던 Dihydrofolate 환원효소(reductase)의 단백질 엔지니어링을 통해, 효소의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제거함으로써 1000분의 1초 단위에서 일어나는 특정 움직임(fluctuation)을 없애면 효소 반응의 핵심이 되는 화학적 변화단계를 손상시킨다는 것을 효소반응속도연구(Enzyme Kinetic)를 통하여 규명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기초연구들을 기반으로 최근의 효소표적 약물 개발은 효소의 특정한 비활성형 구조(conformation)를 안정화하거나, 비활성인 구조를 증가 혹은 감소시킬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효소반응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약물의 새로운 치료표적물질을 찾고, 효능이나 선택성 측면에서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MRC 내인성리간드 신호전달조절 항암제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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