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연 3%로 2억원 빌려 비거치식 분할상환땐…
만기 일시상환보다 28,254,260원 절약
상환부담 평가 'DSR' 도입
연봉·부채 등 심사에 반영
'스트레스 금리' 적용 평가
향후 대출금리 변화도 고려
만기 일시상환보다 28,254,260원 절약
상환부담 평가 'DSR' 도입
연봉·부채 등 심사에 반영
'스트레스 금리' 적용 평가
향후 대출금리 변화도 고려
앞으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심사 항목이 달라집니다. 그동안 '내 집의 가격이 얼마인가', 즉 담보 가치를 따져 대출 액수와 금리가 결정됐다면, 이제는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는가'를 주요 심사합니다. 아울러 이자만 내다가 집값이 올랐을 때 처분해 한꺼번에 빚을 갚는 관행을 바꿔 처음부터 빚을 갚아나가는 형태로 전환해야 합니다. 달라진 대출 심사에 대해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원금 처음부터 갚으면 이자절감·소득공제=수도권 지역에서 전셋집을 전전하던 A씨는 이번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하자고 마음먹고 적당한 위치에 있는 3억원 가량의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A씨에게 여유자금은 현재 살고 있는 전세 보증금 중 전세대출을 제외한 1억원 정도입니다. 추가로 필요한 2억원은 매입하려는 아파트를 담보삼아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로 하고 은행을 찾았습니다. 연 금리 3% 수준의 10년 만기 일시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을 문의하자 은행에서는 거치기간이 없는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을 권유했습니다. 거치기간이란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을 말합니다. 처음부터 원금을 갚으려면 매달 상환 액수가 다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 A씨는 망설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을 선택하면 만기 일시상환에 비해 10년간 총 2800만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고 이자비용에 대해선 소득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처음부터 빚을 갚아나가기로 했습니다.
B씨는 10년 전인 2005년 6월에 만기 10년, 일시상환 방식으로 2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10년이 지나 만기가 도래하자 아직 여유 자금이 없던 B씨는 은행을 방문해 다시 만기연장을 요청했습니다. 은행은 만기 연장 대신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을 선택하면 연 이자 3% 기준으로 만기 일시상환에 비해 10년간 총 3500만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고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B씨는 만기만 연장할 계획이었으나 은행의 설명을 듣고, 이번 기회에 빚을 조금씩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분할상환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처럼 새롭게 달라진 주택담보대출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을 이자만 내면서 미루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대출자(차주)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나눠 갚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과거 만기 일시상환대출은 부동산 값이 뛰고 집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될 때는 유효했습니다. 빚을 내 집을 사 뒀다가 집 값이 오르면 처분해 빚을 갚고 차액으로 재산을 불리는 형태였죠.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거나 금리가 오르면 차주에게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2008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됐을 때 큰 빚을 지고 아파트를 매입했던 서민들이 집 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 빚이 불어나면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것도 이러한 대출 방식의 문제점 때문이었습니다.
때문에 정부는 저금리만 믿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할 때 국민들이 또 다시 2008년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대출을 분할 상환 구조로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물론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낮은 금리로 빚을 내 부동산 거래를 하라고 부추길 땐 언제고 또 다시 대출을 강화하겠다니, 정부가 얄미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빚은 정부가 아니라 '내가' 지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차피 갚아야 할 빚, 처음부터 능력만큼 빌리고 계획적으로 상환해 나가는 태도를 갖는 것은 분명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연봉 등 소득으로 대출 심사=여기서 중요한 것은 차주가 상환을 할 때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원금을 갚아 나가느라 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되면 안되겠죠. 그래서 대출 액수와 규모를 주택 담보가치가 아닌 차주의 '상환 능력'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담보뿐만 아니라 연봉이나 소득 등을 통해 실제 빚을 원활하게 갚을 능력이 있는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 대출을 해 주겠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당장의 소득과 현 금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대출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스트레스 금리입니다. 여기에 차주의 기존 부채도 심사 대상이 됩니다. 자동차 할부금도 부채에 해당합니다. 이미 빚이 있다면 추가 대출을 받았을 때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이를 총 부채상환부담 평가(DSR)라고 합니다.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연봉 3000만원인 C씨는 3억원짜리 주택 구입을 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2억1000만원(만기 10년, 금리 2.5%→DTI 79.2%)을 은행에서 받고자 했습니다. 은행에서 C씨의 연봉 소득과 담보 가치를 평가했을 때 10년 만기 기준으로 현 수준의 연 2.5% 금리를 적용하면 C씨의 부채상환부담(DTI)은 79.2%가 되는 것으로 산출됐습니다. DTI 60%를 넘는 대출은 차주에게 부담이 큰 '고위험 대출'인데, 은행에서는 대출기간인 10년동안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앞으로 금리가 올랐을 때도 C씨의 연봉으로 원금과 이자 상환이 가능한지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해 평가했더니 C씨의 DTI가 89.9%로 치솟았습니다. 금리가 2.7%로 현재보다 0.2%포인트만 올라도 C씨의 현 연봉으로는 사실상 빚을 갚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이에 은행 측은 C씨에게 앞으로 금리가 올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금리 대출로 2억1000만원을 대출 받거나, 대출금액을 상환능력에 맞게 2300만원 정도 감액한 1억8700만원 정도만 받도록 안내했습니다.
혹시 C씨가 불가피한 채무인수를 하게 됐다면 이는 예외로 인정을 하고 말이지요. 이에 C씨는 당장 주택 구입에 필요한 비용이기 때문에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대출을 받기로 했습니다.
D씨는 신규로 만기 20년, 연 3% 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의 주택담보대출 2억1000만원을 대출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D씨에게는 이미 자동차 할부금과 생활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기 5년, 연 5% 금리의 신용대출로 받은 5000만원 빚이 있었습니다. 신용대출에 따른 D씨의 원리금을 감안한 DSR은 88.3%로 은행이 판단하는 적정 DSR을 초과하기 때문에 2억1000만원 대출을 추가로 승인할 경우 D씨의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안내했습니다. 은행은 D씨의 상황을 감안해 대출을 해 주되, 대출에 대해 D씨의 신용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등 사후관리를 실시하는 한편, 향후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D씨와의 상담 등을 통해 예방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빚을 갚아나가는 방식을 전환하면서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다양한 예외 조항을 통해 최대한 유연하게 정책을 집행하고, 서민이 '대출 절벽'에 처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무래도 서민 입장에선 은행 문턱이 다시금 높아지는 것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 들 테지만, 내 빚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약속을 지켜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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