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3.0 혁신의 목표는 국민중심 서비스 정부
개인-공동체의 조화로운 관계 필요
제대로된 데이터 개방이 정부3.0 혁신 이룰 것
개인-공동체의 조화로운 관계 필요
제대로된 데이터 개방이 정부3.0 혁신 이룰 것
![[포럼] `정부3.0`과 공공데이터 개방](http://contents.dt.co.kr/images/201512/2015120702102251727001[1].jpg "[포럼] `정부3.0`과 공공데이터 개방")
활사개공(活私開公).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글에 나오는 말인데 일본으로 건너가 공공철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태창 박사가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본래는 '개인의 활성화를 통해 공공성을 이룬다'는 뜻인데 '개인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을 개방한다'라고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이 정부 3.0의 핵심수단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요즈음 깊이 생각해볼 말이다.
좋은 부모, 좋은 선생, 좋은 정부가 화두다. 모든 부모가 좋은 부모가 되기를 바라고 자녀들은 좋은 부모를 갖기 바라듯이, 세계의 모든 정부는 좋은 정부가 되려 하고 국민들은 그들의 정부가 좋은 정부이기를 희망한다. 최근에 행복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부탄을 다녀왔다. 그들은 국민의 행복이 네 가지 기둥으로 떠받쳐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좋은 정부다. 나머지가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개발, 문화의 보전과 융성, 그리고 환경의 보호다.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국가전략이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좋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꾸준히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왔다. 행정전산망 구축, 행정정보화, 전자정부, 정부3.0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사회 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도 이뤘다. UN이 평가하는 전자정부 3회 연속 1위, OECD가 평가한 공공데이터 개방 1위가 그것이다. 한국의 발전된 ICT에 주목하는 세계 각국은 이제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를 모범사례로 꼽고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2015년 OECD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기준으로 5.8점을 기록해 OECD 평균인 6.5점을 밑돌아 조사대상 34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그보다 조금 전에 발표된 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 201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4%로 나타나 조사대상 41개국 가운데 26위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전자정부를 갖는다는 것과 좋은 정부가 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일까.
유능한 정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투명한 정부, 서비스 정부다. 정부 3.0 혁신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중심의 서비스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중심의 서비스 정부가 무엇인지 아직 모호하다. 동양에서는 공자 이래로, 서양에서는 플라톤 이래로 좋은 정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근 카이스트의 김성희 교수는 국민 서비스 지향적 정부를 '국민의 아픔을 공감하는 창의적 정부'라고 정의한 바 있다.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보화 사회를 거쳐 매우 빠르게 지능화 사회로 변화돼가고 있음에도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좋은 정부가 아직도 다니엘 벨이 말하고 있는 산업사회의 기능론적 개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활사개공(活私開公)으로 돌아가 보자.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 멸사봉공(滅私奉公) 또는 파사입공(破私立公)이다. 개인을 희생해 공공선을 이룬다는 뜻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관계, 공과 사의 정상적인 관계에 기초한 정부라야 좋은 정부가 될 수 있다. 지방자치가 꽃피우면서 우리나라에도 민관협치(Public-Private Partnership)가 일상어가 됐다. 개인과 민간부문을 활성화해 공공성을 이룰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을 적극 개방해 개인과 민간을 활발하게 하는 정부가 좋은 정부다.
공공부문을 개방하기 위한 첫걸음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공정보를 개인과 민간부문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개방하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이 공권력의 사유화를 부추기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으니 공공정보의 공개는 투명한 정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정책집행 과정이 적시에 투명하게 공개될 때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이 그 위에 접목될 것이다. 그 지점에서 진정한 협치가 시작된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원천 데이터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3년에 공공데이터법을 제정해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누구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특히 활용가치가 높은 부동산, 농수축산, 국민건강, 교통, 유통 등 국가중점 데이터의 우선 개방을 위해 정부의 모든 부처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자작적(自作的) 인간관과 위민적(爲民的) 국가관을 가지고 있던 다산 선생이 기뻐할 일이다. 제대로 된 공공데이터 개방이야말로 정부3.0 혁신을 통해 만들어 나가려는 좋은 정부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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