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일본 `노벨상 수상`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http://contents.dt.co.kr/images/201510/2015101202100976788001[1].jpg "[현장리포트] 일본 `노벨상 수상`이 한국에 주는 메시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까지 일본인 과학자가 수상하면서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21 대 0', 매번 이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축구, 야구 한일전과 달리 이 점수 차는 쉽게 따라잡기 힘들 것 같다. 노벨상을 운동 경기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일본과 우리나라 기초과학 역량에 큰 격차가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노벨상이 처음 수여된 1901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유력 후보에는 일본인 세균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가 포함돼 있었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독일 에밀 폰 베링에게 돌아갔지만, 20세기 초부터 일본 기초과학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었다는 얘기다.
1885년 기타사토는 '현대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하인리히 코흐의 제자로 연구실에 들어갔고, 나중에 연구실에 합류한 베링과 함께 '디프테리아균'을 발견해 혈청을 만드는 연구를 했다. 현대 세균학이 시작되는 현장에서 세계적인 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기타사토가 상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당시 노벨위원회가 초창기였던 노벨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서구의 유명 과학자인 베링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바로 기타사토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기타사토대학'에서 세균을 연구해 왔다. 1896년 일본으로 돌아온 기타사토는 '일본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렸고, 1972년 그를 기려 대학이 세워졌다. 결국 이 대학에서 평생 같은 분야를 연구한 후배 연구자가 114년 전 놓친 노벨상을 다시 찾아온 셈이다.
80세의 노과학자 오무라는 자신도 기타사토처럼 세균이 뭔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흙 속 미생물을 모으기 위해 늘 지갑 속에 비닐봉지를 넣어 다닌다. 이런 대를 이은 집요함이 150년 넘게 쌓여 일본은 21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과학 강국이 됐다.
일본을 막연히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편 1960년대부터 먹고살기 위한 산업기술에 초점을 뒀다. 우리 과학자들은 국민들이 배불리 먹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연구에 임했고, 반도체, 무선통신기술 등을 개발해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했다. 노벨상과는 방향이 다르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성과다.
우리가 일본에서 배울 점은 얼마를 몇년간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기초과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느냐다. 최근 정부는 매년 18조원을 쓰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며 R&D '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창조경제' 키워드를 붙이며 기초연구에도 사업화 성과를 요구한다.
연구의 경제적 가치만 따지는 것만을 '효율'이라고 한다면, 우주에서 오는 입자를 관찰하겠다고 1000억원을 들여 지하 1000미터에 실험실을 만든 '가미오칸데' 같은 일본의 연구는 과연 효율적일까.
물론 '돈 버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산업기술과 기초과학 양쪽에 대한 명확한 전략 구분을 못 하면 집중력 없이 이도 저도 안되는 어중간한 R&D밖에 할 수 없다. 모두가 노벨상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기초'와 '실용'을 확실히 차별화한 전략과 철학을 가져야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가 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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