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예산 투입해도 장비산업 발전 연결 늦어
고가의 외산 장비 등 구입비용 줄여나가야
연구장비 공동활용으로 투자효율성 크게 높여야
고가의 외산 장비 등 구입비용 줄여나가야
연구장비 공동활용으로 투자효율성 크게 높여야
![[포럼] `연구장비 공동활용`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10/2015100702102251607001[1].jpg "[포럼] `연구장비 공동활용` 필요하다")
최근에 정부 연구개발 혁신 방안이 발표됐다. 여러 방안 중에서 연구시설·장비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은 국가 연구시설·장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연구장비가 연구자의 소유물이 아니고 필요한 기관에서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대상으로, 즉 '소유에서 활용'으로의 개념 변화가 중요한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구축된 연구시설·장비수는 9만8000여점, 구축금액은 약 12조8000억원에 이른다(ZEUS 장비활용종합포털, zeus.go.kr, 2015.9.19 기준). 2000년대에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규모 확대에 따라 연구시설·장비 구매는 큰 폭으로 증가해, 2012년 한해에는 무려 1조3000억원의 장비예산이 투입되는 등 연구시설·장비가 국가적 관리 대상으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연구장비 중복투자 금지, 공동활용 정책 및 제도 마련, 장비 재활용 등 국가 연구시설·장비 총괄관리를 위해 2009년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내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가 설치됐다. 정부가 NFEC을 통해 연구시설·장비예산심의를 고강도로 실시함에 따라 연구시설·장비 투자는 점차 감소해 2014년에는 약 8700억원으로 축소됐다.
새로운 연구시설·장비가 국내에 구축되는 것은 국내 연구 여건이 좋아지는 것이므로 연구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기는 하다. 문제는 연구자들이 국산장비를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약하고, 특히 고가연구장비는 외국 제품으로 거의 전량 구매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몇몇 선진국의 연구장비 생산회사들을 배부르게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도 국내 장비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외국산 장비 구입 예산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장비산업을 정부에서 육성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외국산 장비의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연구장비의 공동활용과 중복구매 방지로 외산장비 구입을 절제하는 것이다. 국내 연구기관에서 보유중인 연구장비에 대한 공동활용이 저조하다는 지적은 십여 년 전부터 국회와 감사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이상천)는 24개 정부출연(연)과 공동으로 '출연(연) 장비공동활용추진위원회 (위원장 이광식)'를 구성해 연구장비 공동활용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 2015.9.19 기준으로 국가 연구장비의 공동활용 평균허용률은 66.4%으로 2014년 12월에 비해 약 10% 정도 증가했다. 이 수치는 연구장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출연(연)이 연구장비 공동활용을 강화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같은 기간 출연(연)의 연구장비 공동활용 허용률은 47.3%에서 79.7%로 32.4% 나 증가했다.
연구장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 실험실에 분산된 장비들을 기관의 일정한 장소에 집적해 운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첨단연구장비와 우수한 연구인력을 기반으로 분석지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대덕 및 오창본원과 전국 10개 지역센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동종의 장비들을 특성화 분야별로 집적화해 국내 연구자들이 공동활용하고 있다.
기업체가 연구장비를 이용할 때에는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연구장비 공동활용지원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장비사용료에 대해 연간 3000만원 한도 내 최대 70%까지 온라인 바우처 방식으로 지급하여 중소기업의 연구를 지원하면서 장비의 공동활용을 장려하는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사업을 잘 활용하면 중소기업은 장비사용료의 부담을 덜고, 국가적으로는 장비 공동활용을 높일 수 있다.
과도한 복지로 최근 국가부도위기에 내몰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를 보면 IMF 구제금융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조기에 상환하고 경제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것은 국민들이 애국심을 바탕으로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범용연구장비들을 집적화하여 연구장비의 공동활용을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것은 정부 연구개발 투자효율성을 크게 높일 뿐만 아니라 국부의 유출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연구장비 공동활용! 우리 연구자들이 함께 실천해야하는 소중한 애국의 길이다.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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