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초대석] "정보보호 인재육성 르네상스로 사이버강국 첫걸음"

안전·안보 없으면 찬란한 'IT 미래청사진' 허황된 꿈
BoB 교육생 해커월드컵 우승에 해외서도 높은 관심
기술 못지않게 애국심·인성·윤리교육에 심혈 기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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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정보보호 인재육성 르네상스로 사이버강국 첫걸음"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

북한과의 대치상황, 인접국가인 중국·러시아의 위협, 혈맹으로만 믿었던 미국의 감시·도청까지,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사이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미사일과 포탄을 앞세운 전투가 아니라 악성코드와 해킹을 통한 사이버 공격이 하루에 수만건 씩 일어난다.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에 대한 정치 테러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을 노리는 산업 스파이들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을 노리고 있다. 이 모든 위협이 사이버 공격으로 나타난다. 결국 이 위기를 막아낼 방패는 인재다. 정교한 보안소프트웨어와 기술 시스템도 개발하는 이는 사람이다. 외국에서 이를 사 들여 설치한다 하더라도 보안전문가의 모니터링과 설계가 없으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인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보안 전문가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 시점과도 일치한다.

다행히 수년전부터 이같은 위기를 예측하고 사이버 정보보호 전문가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온 이가 있다. 16년간 국회를 지킨 4선 의원이자 현재도 정부 여당의 상임 고문을 맡고 있는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이하 연구원)원장 얘기다. 정치에 한번 발을 담그면 떠나지 못하고 정계를 맴도는 것이 다반사지만 그의 행보는 다르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위해 불철주야 뛰는 것은 물론 지난 2010년 연구원장에 취임한 후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세상'의 평화를 위해 소맷부리를 걷었다. 그가 키워온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 수료자들은 세계 해킹대회를 정복하고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 기업들이 탐내는 인재가 됐다.



-4선을 지낸 중진 정치인으로, 보안 분야에 헌신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이채롭다. 어떤 계기가 있는가.

"기회가 우연히 왔다. 과거 의원 시절 과학기술, 경제과학위원회 소속으로 과학기술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과학기술에서 먹거리를 구해야 우리나라가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연구원에 취임하면서 IT와도 인연을 맺게 됐다. IT의 놀라운 발전 가능성, 우리나라가 가진 IT 잠재력 등이 찬란한 미래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런데 이 찬란한 미래는 '안전, 안보'가 담보되지 않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치와 연이 깊다 보니 '국가의 먹거리'나 '국민의 안전' 등을 우선 생각하게 됐고 IT의 위험과 약점을 고려했을 때 사이버 정보보호는 반드시 국가적으로 양성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정보보호 분야는 아직도 많이 척박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하며,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자 우리 연구원에서 정보보호 인재 육성 사업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국가 기관이 사이버 공격을 당하고 전 국민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사고가 많이 터지는 통에 사회적 관심도 높다. 유 원장의 행보에 호응도 높았을 것 같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 보안이 취약하면 국가 안보나 경제 발전, 민생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대 전제에는 누구나 공감했지만 막상 이를 위해 예산을 배정하거나 기업에게 투자를 하라고 하면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질 않았다. 정보보호의 첫 단추는 인재 육성이라 생각하고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해 교육에 돌입했지만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알만한 의원, 국회 정책위, 여야 지도부를 직접 찾아다녔다. 정보보호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예산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며 사방 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렇게 첫 해에 10억원의 예산을 받아 교육 센터를 만들고 전문 강사를 섭외해 교육생을 모집했다. 해가 갈 수록 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가면서 정부의 태도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했고 교육생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지금의 기틀은 이렇게 닦인 것이다."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굉장히 어려움이 컸다. 우리 연구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모 전문가는 '사설 학원'이라고 농담반 진담반 놀리기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예산이나 기업 투자를 끌어 오는데는 한계가 많았다. 정보보호 인재 교육 프로그램은 가동을 한 상태에서 재정 압박이 심했다. 오죽했으면 사업을 하시는 형님에게 무작정 찾아가 자금을 차용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었다. 아무리 피를 나눈 동생이라지만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하니 100억만 빌려주시오'하며 다짜고짜 부탁하는데 형님이 많이 곤란하셨을 것 같다. 그나마 현 정부 들어 정보보호를 국가 안보로 인식하고 예산 지원 규모를 늘렸다. 현재는 연간 35억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수준 향상을 위해 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 K-BOB 시큐리티 포럼을 출범시켰다. 국회의원이 40여명이나 참여하고 민간 보안 업체와 학계, 정부 기관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정치권이 정보보호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육프로그램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에 다니다 인연을 맺은 이주영 의원에게 찾아가 정계와 민,관, 학 협동 포럼을 구성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도 적극 참여해 포럼을 구성하게 됐다.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국회가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얘기하자 주무 부처는 물론 타 부처들도 정보보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정계의 관심이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해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것이 주효했다."

-해커월드컵이라고도 불리는 세계 최고 해킹대회 데프콘에서 BoB 교육생들이 우승을 했다. 세계적인 관심도 집중될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우수한 인재들이 부쩍 늘고 있다. 교육 과정 모집을 하면 경쟁률이 10대1에 육박하기도 한다. 정보보호 분야로 유명한 고려대학교를 비롯 국내외 유수 대학의 재학생들과 세계 대회 입상자들이 우리 프로그램 교육을 받겠다며 몰려들고 있다. 요즘은 미국에 가 있는 우리나라 유학생이 역으로 문의를 하고 있다. 외국 대사관에서 위탁 교육 문의가 오고 일본 국가 기관에서 시찰을 다녀가기도 했다. 미국 국방성 자문위원인 블루코트 휴 톰슨 부사장도 우리 센터에 방문해 '세계 유례 없는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극찬을 했다."

-교육 프로그램의 진화도 기대된다.

"사이버 정보보호는 기술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화이트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블랙해커로, 범죄자로도 돌변할 수 있다. 때문에 기술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애국심과 인성, 윤리 교육이다. 이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 중 국가 안보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과정을 포함시켰다. 백령도나 연평도에 교육생을 직접 보내고 전쟁의 무서움을 교육 시켰다. 국가가 존립해야 여러분의 삶도 발전한다는 기본 의식을 교육하고 인성과 윤리를 교육시키고 있다. 또 해외 협력과 기술 교류를 위해 이번 교육과정부터는 영어 과정도 포함시켰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다."

-교육센터의 프로그램이 훌륭하지만 민간 차원이고, 아직 정부나 국가 차원의 교육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향으로 정보보호 인재양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나라에 정보보호 우수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우수 인재로 키워낼 시스템과 인프라가 없는 것이다. 우수 인재들은 그동안 척박한 국내를 떠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외국 국가기관이나 외국 대학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열악하나마 우리나라에 이런 프로그램이 마련되니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다.

전 국민이 보안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리더, 대통령부터 사고가 확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고 의미있는 움직임을 많이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특정 대통령의 노력에 그쳐서는 안된다. 대대로 이어지며 꾸준히 강화되어야 한다. 보안 종사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도 모두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알고 스스로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정보보호 산업도 커지고 우수 인력도 미래가 보이기 때문에 더욱 이 분야에 진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정보보호 인재 육성 르네상스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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