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칼럼] `독소-항독소` 이용 신약개발 현주소](http://contents.dt.co.kr/images/201509/2015090902102251607001[1].jpg "[의과학칼럼] `독소-항독소` 이용 신약개발 현주소")
19세기까지 전염병이 사망에 큰 비율을 차지했으며, 1880년대에 파스퇴르에 의해 전염병과 상처의 감염이 박테리아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고 1928년에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발견되었다. 그 후 4000여 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발견됐고 현재 50여 종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항생제의 발견과 개발은 지난 100년간 인간의 수명을 30년 연장시켰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무분별한 항생제의 사용과 더불어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대해 저항력을 갖는 내성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박테리아는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내부에 들어온 항생제를 변화 또는 방출함으로써 항생제의 작용을 무마하여 내성을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페니실린 개발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돌연변이 박테리아가 등장했으며, 1960년에는 메치실린, 1980년대에는 세팔로스포린 등의 개발로 내성균을 치료했으나, 1990년대에는 이것들로도 치료할 수 없는 포도상구균이 전체의 50%가 넘었다.
현재 축산, 양어장 등에서 항생제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병원에서의 항생제 사용량도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항생제의 오남용은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의 발현을 야기한다. 최근에는 MRSA(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 VRSA/VRE (반코마이신내성 포도상구균/장내균),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균), MRPA(다제내성녹농균) 등 항생제 내성균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항생제에도 내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 개발의 일환으로 박테리아의 toxin-antitoxin system(독소-항독소 시스템)이 활용될 수 있다. 박테리아는 각자 다양한 독소-항독소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며, 독소는 세포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세포사멸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항독소는 평상시에 독소와 결합하여 독소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 하지만 박테리아가 항생제 처리나 영양소 고갈 등 생존에 불리한 환경적 스트레스에 처하면 항독소 단백질은 분해되고 항독소에 의한 저해효과가 사라져 독소가 단독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독소-항독소 시스템에 기반한 본 연구진의 박테리아 단백질의 구조 연구는 항생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핵자기공명법이나 X선 결정법에 의해 결정된 독소 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 연구를 통하여 독소 단백질의 기능발현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잔기들을 확인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독소-항독소 단백질의 복합체 구조연구를 통하여 두 가지 단백질의 결합면과 결합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잔기들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결과들을 통해 병원성 균의 독소-항독소 시스템을 타깃으로 하는 단백질 구조 기반의 항생제 신약 개발에 대한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독소-항독소 복합체의 형성을 저해하면서, 독소의 기능 발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펩타이드나 저분자화합물을 설계할 수 있다. 특히 독소-항독소 시스템은 사람과 같은 진핵생물에는 없고 병원성 균을 포함하는 박테리아 등의 원핵생물에만 존재하므로 인체에는 독성이 적고 병원성 균에는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의 인류 복지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병원성 박테리아 및 그 내성균의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의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봉진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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