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차세대 ICT, 선제적 연구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8/20150824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차세대 ICT, 선제적 연구 시급하다")
과거 점괘를 풀이하여 길흉을 판단하던 인류는 이제 컴퓨터 통계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앞날을 미리 대비하려는 인간의 지혜가 과학적으로 발현한 예이다. 미래를 전망하는 여러 수단 중에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의견이 기술의 발전양상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변화가 거대한 파동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의 주장을 기반으로, 슘페터는 이러한 파동이 사회경제 체제가 가진 모순과 결핍을 해결하려는 기술혁신에 의해 형성된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또한 이안 모리스는 증기기관이라는 신기술이 촉발한 산업혁명이 가장 큰 사회 발전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모든 영역에서 한 발 앞서 발생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의 변화는 사회 전체의 변화를 짐작하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여러 기술 중 유독 ICT 진화의 방향성이 심상치 않다. '속도와 용량'에 집중해 왔던 기술이 '지능과 자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성격을 급격히 바꾸는 중이다. 바로 최근까지 ICT의 흐름을 기계의 변신으로 대변할 수 있었다면 그 경계가 점차 인간의 신체와 두뇌로 확장 되어 ICT의 인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바뀌니 다양한 변수가 생겨 미래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렵다. 이제부터 우리는 ICT 기술 혁명에 의해 시작될 새로운 불연속을 목전에 두었다고 볼 수 있다.
ETRI는 최근 미래사회 전망 보고서를 통해 ICT의 발전이 이끄는 미래 사회의 불연속적 변화상을 제시했다. 이는 인공지능화라는 ICT 진화의 기본 흐름, 기술과 인간의 관계 변화, 기술에 의한 산업계 변화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인공지능은 인간의 모방을 넘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동반자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등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기계들은 클라우드 형태로 구성된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상호학습을 통해 경우의 수를 늘린다. 인간으로 치면 경험을 쌓는 것과 같다. 더불어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인공지능과 결합돼 연결된 사물, 서비스에 대한 자율적 제어를 가능하게 할 새로운 인프라로서 기능할 것이다. 이로 인해 보다 똑똑해지고 유연한 기능을 갖춘 미래의 기계와 서비스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어쩌면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ICT와 헬스케어의 융합 부문이다. '침습적인' 의료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한 마디로 밖에 머물렀던 ICT가 인간의 몸 안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극소량의 혈액, 생체조직 채취를 통해 유전형질, 질병 등을 빠르게 분석하는 기술이 미래 일상이 될 것이다.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 DNA를 직접 조작하는 기술의 부상, 인간 두뇌 연구의 진전 등은 인간 신체가 기술 적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의 사용자였던 인간이 기술의 사용처로 전환되면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될 것이다.
산업을 움직이는 기술의 힘은 또 어떠할까. 3D 프린팅, 핀테크 등 새로운 ICT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 브랜드 가치 등 기업의 전통적 핵심 경쟁력 또한 흔들릴 것이다. 누가 먼저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는 만큼 주변국의 기술 성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역시나 떠오르는 중국이 ICT분야의 창업과 인프라에 투자를 강조하면서 국내 산업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장기적 대응 방법은 차세대 ICT 원천기술에 대한 선제적 연구개발이다.
기술과 사회 영역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변화 흐름들 각각은 언제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합류하고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불연속적 변화는 당혹스러울 수 있다. 불연속적인 미래가 가져올 기회와 위협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대응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흥남 ETR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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