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 대열서 '세계 6위 수출국' 기업 역할 커
광복 70년 '한국사회 변화'
오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강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1953년 477억원에서 지난해 1485조원으로 무려 3만1000배나 늘었다. 이는 스페인과 멕시코 등보다 앞선 세계 13위에 속한다. 산업 구조도 해방 직후에는 농림어업이 주요 산업이었다면 현재는 제조업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농림어업의 비중은 48.2%에서 2.3%로 급락했고 제조업의 비중은 7.8%에서 30.3%로 증가했다. 1956년 2500달러였던 수출 규모는 2014년 727억달러로 크게 뛰어 전 세계 수출총액 중 3.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6위 규모다.
광복 후 세계 최빈국에서 이처럼 급성장한 데는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외국의 원조에 의존해 버티던 우리나라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산업화에 첫발을 내디뎠고, 조금씩 역량을 쌓던 삼성과 현대, LG, SK 등 4대 그룹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할 당시와 비교했을 때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은 29조원에서 380조원으로, 시가총액은 7조6000억원에서 340조원으로 무려 4474배나 늘었다. 임직원 숫자도 14만명에서 42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999년과 비교해 2012년까지 시가총액이 29배 늘었고 매출도 11배나 늘어났다.
그러나 대한민국호는 고비에 들어섰다. 최근 대외 여건과 내수 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장기 저성장의 계곡에 들어서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최근 중국과 일본 등의 강력한 도전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고, 반도체도 추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가총액 500대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 숫자는 10년 전(7개)에 비해 절반 이하(3개)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순위가 6계단 떨어졌고, 현대차도 159계단이나 하락했다. 지난해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모비스와 포스코, 한국전력은 아예 500위권 밖으로 밀렸다. 반면 중국 기업 수는 10년 전(7개)과 비교해 거의 7배 가까이 늘었다. 장기 침체를 극복한 일본도 500대 기업 수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최근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부진은 지난달 국산차 해외 판매량을 전년 동월보다 7.4%가량 감소시켰다. 삼성전자도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역습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4.1% 줄어들었다.
재계는 이 같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직된 노동 유연성과 각종 환경규제, 외국 자본의 공세로부터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율 등 대외경제 여건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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