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인사이드 아웃`에 담긴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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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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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인사이드 아웃`에 담긴 세 가지
하선규 홍익대 미학과 교수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화제다. 개봉 25일째에 400만 명을 가볍게 돌파하여 재작년 신드롬을 일으킨 <겨울왕국> 못지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감독인 피트 닥터(P. Doctor)의 내공을 생각하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결과다. 닥터 감독은 적어도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분야에선 '세계 최고의 닥터'라 불릴 만한 인물이다. 그는 <토이 스토리>, <월-E> 등 픽사가 만든 여러 뛰어난 작품 제작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몬스터 주식회사>와 <업>이라는 탁월한 작품을 직접 연출한 실력파 감독이다. <토이 스토리>도 그렇지만, <몬스터 주식회사>와 <업>은, 만약 '애니메이션 버킷리스트'라는 게 있다면, 적어도 20위 안에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빼어난 작품들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완성도 또한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대부분의 관객들은 <인사이드아웃>만큼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듬뿍 맛보게 해주는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라고 열광하고 있다.

감독이 스스로 3년 이상 심리학, 특히 감정의 심리학을 공부한 결과라고 밝힌 것처럼, <인사이드 아웃>은 빛나는 정신분석학적 통찰들로 가득하다. 물론 이 통찰들을 건조한 이론이 아니라, 너무나도 명료하고 생생한 이미지들로, 이미지들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엮은 드라마로 보여준다.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통찰들 몇 가지만 반추해보자. 감정은 기억, 망각, 추리, 상상, 환상 등 모든 마음의 움직임에 관여하고 있다. 감정은 기억을 살아나게 하는 동력이자 각각의 기억에 고유한 색채를 부여하는 마법사다. 기쁨, 슬픔, 불안(혹은 두려움), 분노, 혐오의 다섯 가지 '기본 감정들'은 언제나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만약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팀에서 이탈하면 팀 전체가, 따라서 개별자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또한 기본 감정들 사이에는 일방적인 우열관계나 위계질서가 있어선 안 된다. 한 사람의 성격을 이루는 것은 어떤 고정된 신념이나 체계가 아니라 마음의 심연 위에 불안정하게 떠 있는 우연적인 '성격-섬들'이다.(영화에서는 가족, 엉뚱, 정직, 우정, 하키라는 다섯 가지 섬이 등장하지만, 이는 당연히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누구나 '빙봉'이라 불리는 유년기의 '행복한 환상'을 갖고 있는데, 어느 순간 이 환상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삶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진정한 가족 간의 사랑은 이기적인 기대나 요구가 아니라, 모든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신뢰감에서 시작된다 등등. 이들은 분명 감정과 마음의 삶에 관한 소중한 통찰들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 영화는 만만치 않은 통찰들을 어떻게 이렇게 거침없이,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거지? 이 영화의 매력과 감동, 이 영화가 발산하는 긍정의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거지?' 질문과 동시에 우리는 다시금 영화의 제목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에 주목하게 된다. 이 말에는 적어도 세 가지 뜻이 있다. 문자적으로는 안쪽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리키지만, 훨씬 자주 쓰이는 일상어로는 두 가지 비유적인 뜻을, 즉 '안과 밖이 뒤집혀 있는' 혹은 '속속들이 훤히 밝혀진'의 뜻을 갖고 있다. 그밖에도 하이픈으로 'inside-out'이라 쓰면, 정치학적 전문용어로 '한 국가의 내부 상황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 투사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닥터 감독은 여러 의미들의 어울림이 자아내는 파장을 충분히 감안했음에 틀림없다. 이 세 가지 내지 네 가지 의미들이 모두 다 영화가 보여주는 감정들의 본성과 관계에 절묘하게 부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인사이드 아웃'이란 제목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근본 원리'에 다름 아니며, 이 원리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이 영화의 궁극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이다. 이 원리는 주인공 레일리가 눈을 뜨는 첫 장면부터 분명하게 표현된다. "안쪽과 바깥쪽, 감정과 행위, 마음과 표현, 개인과 상황은 서로 내밀하게 맞물려 있으며, 적절한 긴장과 대립 속에서 서로 화해를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닥터 감독은 이 원리의 긍정적인 귀결을 확신하고 있다. 때때로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일이나 개인과 상황 사이의 관계가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된 가족애를 바탕으로 감정들 사이의 역동적인 균형 관계를 복원한다면, 감정과 행위, 개인과 상황 사이의 갈등과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영화가 이 긍정적인 확신 위에 서 있기 때문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도 어색하거나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아웃사이드, 곧 상황과 사회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요구와 억압을 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도 영화의 긍정적인 '인사이드 아웃'의 원리가 유지될 수 있을까? 최근 우리나라 10대들이 얼마나 과도한 사회적 억압에 내몰려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진주 모 여고 2학년생이 학교를 자퇴하면서 개인은 없고 등수만 있는 교육 현실을 질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경산의 한 중3 남학생이 성적 때문에 부모에게 혼날까 두려워 부산에서 일본행 화물선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어느 누구도 이 학생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10대들의 마음과 감정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훼손시키는 아웃사이드의 억압에 있기 때문이다.

하선규 홍익대 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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