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신선호 등 "지극히 정상" 주장 불구
영상 내용 사실과 달라 '건강이상설' 재점화
신동빈 정확한 답변 회피… 논란 여지 남겨
영상 내용 사실과 달라 '건강이상설' 재점화
신동빈 정확한 답변 회피… 논란 여지 남겨
롯데그룹의 후계 다툼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산사스 사장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주장한 반면 차남인 신동빈 회장 측에선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며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귀국 즉시 이뤄진 신동빈 회장과의 면담시간이 사태의 심각성과 견주어 볼 때 극히 짧은 것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또 신 총괄회장은 0.5%의 지분 만으로도 67년간 롯데그룹을 이끌어온 '황제'격으로,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폭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건재 여부가 후계 다툼의 핵심이 된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친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1년 반 전에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했다. 한때 휠체어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지팡이로 걸어 다닐 수 있다. 경영자로서 판단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동생을 내치자는 생각도 아버지의 생각"이라라고 밝혔다.
이어 신선호 사장도 입국해 "형의 건강 상태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밝혀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어 신 전 부회장이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은 '연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또 신 총괄회장이 지난 2일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녹화한 영상을 공개한 것은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신 총괄 회장의 동영상 발언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고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더 많아 의혹을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신 총괄회장은 영상을 통해 "롯데그룹과 관련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둘째 아들 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으며 그에게는 어떠한 권한도 없다"며 "아버지인 자신을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한 부분이다. 신 회장은 2011년 초 회장으로 취임해 이미 4년 반 이상을 롯데그룹을 이끌었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자신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것을 반대하며 총괄회장이라는 직위를 만든 후 신 회장을 부회장에 승진시켰다. 지난 4년 여동안 신 총괄회장이 '정상'이라면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동빈을 한국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점도 의혹 중의 하나다. 한국에는 롯데홀딩스라는 회사가 없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못 알아봤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 임원으로부터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 신 전 부회장이 들어오자 "넌 누구냐, 나가라"는 말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녹취와 신 총괄회장의 영상은 모두 의문점만 남겨 오히려 신동빈 회장이 주장하고 있는 건강 이상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편 신 회장은 3일 입국하면서 아버지의 건강상태를 묻자 "여기서 이야기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건강 이상설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회피해 총괄회장의 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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