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사태' 이후 소액주주 친화정책 강화 … 주주가치 제고 적극 움직임
"정치권 독려에 화답" 분석도
"정치권 독려에 화답" 분석도
대기업들이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비록 엘리엇 사태가 삼성의 승리로 끝났지만, 소액주주의 힘을 깨달은 주요 대기업이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습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은 올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주당 500원이었던 중간배당을 1000원으로 2배 늘렸다. 배당금 총액은 1489억원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이사회는 그동안 연간 배당의 기말 편중을 완화하기 위한 중간배당 상향에 대해 지속해서 검토해왔다"며 "인상 폭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첫걸음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2687억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중간배당을 하기로 한 상장사는 지난해보다 2개 늘어난 35개에 이른다. 배당규모 역시 현대차의 사상 첫 중간배당 시행과 삼성전자의 증액 등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가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을 성사한 이후 주가가 내림세를 이어가자 지난달 23일 자사주 250만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22일 종가 기준으로 약 4400억원 규모다. SK텔레콤도 1년 이내에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계획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2일 주가안정을 위해 총 8591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2200만주로 유통주식 수의 3.02%에 달한다.
주요 대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공세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삼성이 승리하긴 했지만, 소액주주들의 힘을 깨달은 대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으로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이번 주주친화정책 움직임이 지난해 최경환 부총리가 내수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들의 배당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것에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3세 승계 구도가 무르익는 가운데, 최근 엘리엇 사태로 인해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에 대한 정치권의 지원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배당소득 세제 혜택과 국민연금의 배당요구권 강화, 공기업의 배당성향 확대 등 배당 강화 정책의 원년이기 때문에 배당성향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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