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규제 완화 · IPO 속도 조절 등 비상조치 불구
상하이·선전 상장사 중 절반 이상 거래정지 신청
외인 매도세 여파 코스피 최근 91.12포인트 빠져
상하이·선전 상장사 중 절반 이상 거래정지 신청
외인 매도세 여파 코스피 최근 91.12포인트 빠져
중국 증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 부양정책도 더 이상 먹혀들지 않자,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그리스 사태보다 더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8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3507.19로 전 거래일 대비 219.94포인트 하락했다. 증시가 6% 가까이 주저앉으면서 이날 상장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800여개 기업 가운데 6일까지 800여개 기업이 거래중단을 신청한데 이어 7일에도 600여개 기업이 거래정지를 신청했다. 이는 두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50%를 넘는 수치다. 중국 증권보는 지난 한주 사이 거래 중지를 신청한 상장사의 37%가 선전 증시의 중소기업이라고 전했다. IT 위주의 창업사 비율도 22%로 집계됐다. 대부분 기업들이 '중대계획 준비 중' 등을 이유로 거래정지를 신청했으나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폭락 여파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용규제 완화, 기업공개(IPO) 속도 조절, 자금 수혈, 선물 거래량 제한 등 다양한 부양책과 비상조치를 취하며 증시 살리기에 나섰지만, 증시 급락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의 덩거 대변인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21개의 증권사에 주식을 담보로 2600억위안(약 47조4447억원)의 신용한도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도 중국증권금융공사를 통해 주식시장에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4차례에 걸쳐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발행을 통해 500억위안(약 9조1000억원)을 공급했다. 9일에는 역RP를 통해 350억위안(6조3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고 3일에는 11개 은행에 공급했던 2500억위안 규모의 대출 만기를 6개월 연장하기도 했다.
중국 증시의 급락세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 하락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못지 않게 중국 발 쇼크가 아시아 시장에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중국이 신흥시장의 카테고리로 묶이는 만큼 중국의 주가 급락은 한국 시장의 외국인 매도세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전날 대비 24.08포인트(1.18%) 내린 2016.21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코스피는 지난 3일 이후 4거래일 동안 91.12포인트가 빠졌다. 코스닥은 지난 이틀간의 급락세에서 벗어났지만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42포인트(0.47%) 하락한 726.22로 장을 마쳤다.
김용구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오늘 코스피 하락의 원인으로는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 미국의 통화정책 이슈, 기업 실적 불안과 함께 중국 증시의 급락세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증시와 한국 실물 경제는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지 않은 만큼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반면 김경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증시의 급락세가 한국 시장내 외국인에게 매도의 빌미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6.5원 오른 달러당 1136.7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이렇게 오른 것은 2013년 7월 9일(1141.7원) 이후 2년 만이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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