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김여사` 유행어 이후…](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3002102269607001[1].jpg "[발언대] `김여사` 유행어 이후…")
운전이 서툰 여성 운전자를 지칭하는 '김여사'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인터넷에서 시작된 'XX녀'라는 단어 역시 빠르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어느샌가 여성은 무능력하고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인식이 어느샌가 자리잡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이제까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안주하던 남성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반발심이 생기게 되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된 남성들이 자신의 위치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면서 여성들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한정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갈등을 벌이는 일종의 과도기라고 인식되기도 한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가 한국에서 심각한 질병이 되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에 메르스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하는 '메르스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메르스 의심환자 여성이 격리 거부를 하는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해당 여성들을 비판하던 이야기가 점점 여성 혐오로 변질되어갔고,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단어인 '여혐혐'을 표방하는 여성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차별, 데이트 폭력이나 강간, 살인 등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였고, 이제까지 당연시 되어 왔던 강자-약자의 관계를 같은 방식으로 그러나 위치만 바꾸어 되갚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 상의 여성 혐오를 여과없이 드러내는 대표적인 곳은 일간베스트, 소위 일베라 불리우는 사이트였는데, 하루에도 수도 없이 올라오는 글들을 가하는 자와 당하는 자의 위치를 바꾸어 거침없는 욕설과 사진으로 똑같이 올림으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곳 온라인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남혐 아닌 여혐혐이라는 의견에는 찬성한다는 의견과 혐오를 혐오로 맞선다면 결국 같은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떤 의견이든 정답은 없으나, 이제까지 당하면서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뒤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는 금방 사그라들 수도, 아니면 일종의 유행으로 자리잡아 쭉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계기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연시 됐던 비뚤어진 시선과 잘못 자리잡은 인식을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공정하게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함께 더해진다면 반짝 사건이 아니라 온라인 상의 역사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사회에 팽배한 남성과 여성의 대립과 갈등이 화합할 수 있는 성공적인 사건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이슬기 에이블스토어 전략기획부 대리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